3 이때 바사닉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아힝사카가 간 곳을 찾아, 기원정사까지 와서, 부처님을 만났다.
"왕이 찾는 그 지만은, 지금 여기서 머리를 깎고 착한 비구가 되어 있다. 먼저의 그 흉악한 마음을 고쳐, 지금은 어진 마음에 가득 차 있다."
왕은 잠깐 놀라다가 곧 지만의 곁에 가서 사문에 대한 예를 하고
"나는 스님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공양을 계속하리라."
하고,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은 항상 자비심으로써, 죄악을 항복받아 법으로 들어오게 하십니다. 언제나 이 국민을 이끌어 주소서."
왕은 이내 정사를 떠났다.
4 이튿날 지만은 바리때를 들고 거리로 밥을 빌려 나갔다. 지만이 온다는 소문은 다시 거리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어떤 집 부인은 너무 놀라서 밴 어린애를 지울 뻔했다. 그 집 사람들의 꾸짖는 소리를 듣고 지만은 민망히 여겨, 정사에 돌아와, 부처님께 이 사실을 여쭈고, 그것을 도와줄 방법을 청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지만아, 너는 곧 가서 그 여자에게 말하라. '나는 이 세상에 난 뒤로, 아직 산목숨을 죽인 일이 없다. 이것이 참말이라면 너는 편안히 해산할 것이다'라고."
지만은 놀라면서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아흔아홉 명의 목숨을 죽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두 말이 아니옵니까?"
"도에 들어오기 이전은 전생이다. 세상에 난 뒤라는 말은 도를 깨친 뒤란 말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그는 곧 부인에게 나아가, 부처님이 시키시는 대로 말했다. 그 부인은 편안히 해산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도중에, 그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들은 돌과 기와 조각을 던지고, 몽둥이와 칼로 여지없이 그를 갈겼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겨우 기원정사로 돌아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기쁜 마음으로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원래 아힝사카라는 이름을 가졌으면서, 어리석기 때문에 많은 생명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씻어도 지지 않는 피의 손가락을 모았기 때문에 지만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삼보에 귀의해서 깨달음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소나 말을 다루려면 채찍을 쓰고 코끼리를 가르치려면 갈고리를 씁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칼도 채찍도 쓰지 않으시고, 이 흉악한 저의 마음을 길들여 주셨습니다. 그것은 마치, 구름에 덮였던 달이, 구름이 사라지자 빛을 나타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저는 이제 악의 갚음은 받았고, 먹어야 할 빛의 밥을 먹엇습니다. 저는 바른 법을 들어 맑은 법의 눈을 얻었고, 참는 마음을 닦았으므로 다시는 다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제 살기도 원치 않고 또 죽기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때가 오기를 기다려 열반에 들어갈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 말을 들으시고 지만을 칭찬하시고, 다시 다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 제자 중에, 법을 들어 빨리 아는 지혜를 가진 이는, 저 지만 비구다."
5 여러 비구들은 지만의 너무 급격한 변동에 놀라, 지만 비구의 전생 이야기를 부처님에게 청했다. 부처님의 말씀은 다음과 같았다.
"먼 옛날, 가섭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대과왕이 이 세상을 다스렸다. 왕은 늘그막에 한 아들을 얻어 대력태자라고 이름했다. 그는 서른이 가까워도 아내 맞기를 즐겨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청정태자라고 불렀다. 왕은 태자가 홀몸으로는 대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을 걱정한 나머지, 마침내 종을 울려 전국에 영을 내렸다. '태자에게 욕락을 맛보이는 자에게는 천금을 상 주리라."
이때에, 남자를 즐겁게 하는 예순네 개의 재주를 가진 여자가 나타났다. 어느 날, 밤이 깊어 그 여자는 태자의 문 앞에 서서, 마치 봄비 같은 슬픈 소리를 내어 울었다. 태자는 놀라 시신에게 물었다.
'무정한 남편에게 버림을 받은 여자랍니다'고, 시신은 대답했다. 태자는 불쌍히 여겨 코끼리 구유에서 자게 했으나, 우는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다시 물어보았더니 '독신이 쓸쓸해서'라고 했다. 태자는 드디어 자기에게 데려오라고 했다. 머리를 약간 숙여 말이 없으면서, 애정에 견디지 못하는 듯 아리따운 모습은, 남자의 마음을 그냥 두지는 않았다. 태자는 황홀해 그 손을 잡았다.
그 뒤로 태자는 여색에 빠져, 드디어 전국에 명령을 내려, 모든 신부로 하여금 첫날밤은 태자의 곁에서 지내게 했다. 어느 날, 장자의 딸 수만은, 몸에 한 오라기 실도 걸치지 않고, 일부러 군중 속을 걸어갔다. 사람들이 '부끄럼도 모르는 계집년'이라고 꾸짖었더니, 수만은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 여자다. 여자가 여자 속으로 맨몸으로 걸어가는 것이 어떠냐? 오직 태자만이 남자이므로, 나는 태자 앞에서는 옷을 입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 깔끔한 핀잔에 부끄럼을 느낀 모든 사람들은, 모두 손에 무기를 들고 왕성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태자의 비법을 들어, '대왕의 목숨과 태자의 목숨, 그 중의 하나를 내 놓으라!'고 왕에게 들이됐다. 왕은 이 광경을 보고
집을 위해서는 한 사람을 버리고, 마을을 위해서는 한 집을 버린다. 나라를 위해서는 한 마을을 버리고 참된 나를 위해서는 천하를 버린다.
고 노래를 읊고, 태자를 민중에게 내주었다. 그들은 태자의 두 손을 묶어 성밖으로 끌고 나가, 모두 기왓장과 돌덩이로 태자를 쳐죽였다. 태자는 죽음에 다달아, 왕을 원망하고 민중을 저주하면서, '언제고 이 원한을 풀 것이다'라고 외치고, 또 '진정한 사람을 만나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때의 대과왕은 지만의 스승이요, 태자를 유혹한 여자는 그 스승의 아내요, 태자는 지만이며, 그리고 그때 태자를 죽인 민중은, 지금 지만에게 죽은 사람들이다. 곧 태자가 죽음에 다다라 외친 맹세는 지금에 나타나, 원수를 갚고 또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