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한민국]
해산물 소비량·병원진료 횟수 1위, 행복지수 꼴찌…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한국 제조업 경쟁력 獨·中 이어 3위… 게임·음악 5~6위 문화 강국
이면엔 OECD 최하위 수면 시간, 세계 최고 자살률·노인 빈곤율
고령층 복지 확충, 노동·통근 시간 단축, 주택 공급 늘리는 정책을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입력 2021.08.30 03:00 조선일보
숫자로 표시되는 순위는 항상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학창 시절 겪었던 시험의 기억이 강렬해서인지 우리는 유달리 순위에 집착하곤 한다. 대한민국의 순위는 어떨까?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국토는 세계 107위 수준으로 좁은 데 비해 인구는 28위로 많은 편이다. 면적도 좁고 자원도 부족하고 OECD 회원국 가운데 연간 기온차가 가장 큰 악조건 속에서 우리는 지난 70여 년간 열심히 일을 하여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0위 수준에 올라섰다. 경제성장에 있어 가장 큰 기여를 했던 제조업은 항상 위기에 놓여있고, 다른 국가에 따라잡힐 것 같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은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세계 제조업 경쟁력지수(CIP)를 기준으로 하면 독일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1위 품목도 69개에 이른다. 제조업 비율이 높은 만큼 에너지 소비량도 많다.
우리나라의 석유 소비량은 7위, 전력 소비량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세 먼지 농도가 27.4㎍/㎥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수준에 이르는 것은 이러한 구조에 따른 것이다.
경제성장에 따라 소비 수준도 높아졌다. 세계적인 고급 자동차인 벤츠 S클래스의 국내 판매량은 세계 3위이고 포르셰도 5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명품 시장 규모도 2020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7위에 올라섰다. 코로나로 2년째 발이 묶였지만 해외여행의 경우도 2018년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만큼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에 있어서도 세계 3위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벌고, 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나라인 셈이다.
우리는 먹는 것에 진심인 나라이기도 하다. ‘밥 먹었냐?’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인사로 사용되는 나라인 만큼 대한민국은 많이 먹는 국가다.
해산물 소비량은 58kg로 세계 1위다.
세네갈 갈치, 모리타니산 문어는 이제 익숙한 존재가 되고 있으며, 전 세계 골뱅이 생산량의 90%를 우리나라가 소비하고 있다.
육류 소비량도 51.5kg으로 아시아 1위다.
채소와 과일도 많이 먹는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채소 섭취량은 2위, 과일 섭취량도 8위다.
1인당 쌀 소비량은 30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다른 것을 열심히 먹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많이 먹지만 비만율은 34.5%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25.4%)과 더불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음식 소비량을 고려해 보면 모순된 결과처럼 보이지만 체중을 비롯한 건강에 대한 관심과 염려가 높은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언론 매체와 홈쇼핑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강식품과 각종 운동용품 덕택인지 기대수명도 83.3년으로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방문 횟수의 경우 연간 17회로 OECD 1위, 입원 일수는 18.1일로 2위를 기록하는 등 건강염려증이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물론 의료보험, 그리고 거의 모든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실손보험 덕택에 병원의 문턱이 낮은 것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K팝으로 대표되는 문화 콘텐츠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이미 문화 강국이라 할 수 있다.
영화와 게임 산업은 세계 5위, 음악 산업은 6위 수준이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PC방과 멀티플렉스는 우리 문화 산업의 버팀목인 셈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모두가 한탄하지만 출판 시장 규모는 7위에 이른다.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서점마다 빼곡하게 꽂혀있는 각종 참고서와 수험서를 생각해보면 납득이 된다. 과거 주기적으로 화형식에 처해지던 만화의 경우도 세계 7위 수준이며, 웹툰 등 디지털 시장에서 우리나라 플랫폼의 점유율은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5000만명이라는 인구 규모를 감안해 보면 콘텐츠 산업의 이러한 규모는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연간 노동시간이 1967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어떻게 저런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 답은 OECD 1위인 평균 통근 시간과 OECD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수면 시간에 있다. 잠이 부족하고 장시간 노동에 지쳤지만 만원 지하철에서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만화를 보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많은 것을 짧은 시간에 이루었던 만큼 그늘도 크고 깊다.
자살률의 경우 10만명당 24.7명으로 OECD 평균 11.5명의 두 배에 이르는 1위다.
이렇게 높은 자살률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노인 자살이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58.6명으로 2위인 슬로베니아의 38.7명을 한참 앞지르고 있다. 높은 노인 자살률은 빈곤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평균 14.8%를 한참 뛰어넘는 단연 1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령 인구 증가율이 4.4%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황임을 감안해 보면 이러한 노령층의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불행하다. 2020년 유니세프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신체적 건강(13위), 학업 및 사회 능력(11위)은 상위권이지만 정신적 웰빙은 조사 대상 38국 가운데 34위에 머무르고 있다.
순위로 바라본 대한민국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경쟁력 있고 균형 잡힌 산업구조와 높은 소비 수준이 우리의 자랑이라면 빈곤과 자살, 그리고 장시간 노동과 통근 시간은 우리의 약점인 셈이다. 개인의 삶과 직접 연관되어 있는 많은 분야의 취약함이 우리의 행복 지수를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고령층에 대한 복지를 확충하고, 통근 시간 단축을 위한 교통 개선과 주택 공급 확대가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순위는 보다 좋은 쪽으로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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