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그곳에서
조명선
별 덜컥, 쏟아지는 아찔한 헐티재 넘어
낯익은 얼굴 하나 혀 내밀며 기웃거린다
꼬마야, 감꽃 목걸이 걸어 주던 꼬마야
1993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단풍 무덤
임성구
마지막 달력 한 장 남겨둔 밤이었다
바람 불어 스산하게 단풍잎 쌓이는 정원庭園
벼랑 끝, 두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렸다
1994년 《현대시조》 등단
채송화
문희숙
뿌린 대로 낮은데 가만히 피어나서
두런대는 꽃들 아래 배경처럼 앉은 꽃
햇살도 놓치고 가는 홑겹치마 막내딸
1996년 중앙일보 지상백일장 연말장원 당선
봄비를 보며
남승열
봄비가 내린다
아니 돋는다
봄날 새싹처럼 봄비가 돋는다
희망도 파릇파릇하게
돋았으면 좋겠다
1998년 《시조문학》 천료
용서
김윤숙
그 누가 먼저 거두는 가을볕 수확인가
남천나무 붉은 잎새 거미줄에 걸려든
흰 나비 차마 꽃인 줄, 오롯이 박제된 사랑
2000년 《열린시학》 등단
탑
정경화
부서진 기와 모아
탑을 쌓는 한 사람
와르르 무너져도
쌓고 또 쌓는 사람,
그 틈새 자갈돌 고아
채워가는 또 한 사람
2001년 동아일보,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굿네이버스
정용국
깡마른 정강이가 화면 가득 차오른다
흐벅진 먹방 프로 눈물 광고 지나가네
월 만 원 굿네이버스 다 어디로 갔는지
2001년 계간 《시조세계》 등단
휴지
이솔희
당신이 손 내미는 곳
나 거기 있을게요
언제든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기다릴게요
이 한 몸 오롯이 펼쳐
당신 허물 닦을게요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밥그릇
이승현
사발은 제 스스로 따뜻할 순 없으나
모진 비바람 이겨낸 밥알을 품고나면
막노동 주린 뱃속도 훈훈하게 덥힌다
2003년 《유심》 등단
결별
김미정
결국 이를 수 없는
별 하나 있었지
가까이 더 가까이
애쓰다 놓쳐버린
멀어져, 결코 멀어져
닿을 수가 없는 별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맨드라미
김정
고향 집 앞마당에
붉은 볏 맨드라미
부지런히 땅을 긁던
토종닭 서너 마리
꼬끼오
수탉 울음이
꽃 속에서 들렸다
2004년 《현대시조》 등단
물소리에
서석조
막내 저놈 총명해서 뭐 하나 이룰 거야
어릴 적 엿들었던 부모님의 그 대화가
내원사 계곡 바위 밑 물소리에 씻긴다
2004년 《시조세계》 등단
애오라지
심석정
숨은 듯 얼비치는
담청빛 소문素文백자
사랑은 애오라지
그 백자에 입사된 달
꽃가지
가만 흔드는
매화 보름, 그런 달빛
2004년 계간 《시조문학》 등단
가로수대로 서정 11길
최성아
구린내 물씬 나는 현장을 들킬까 봐
지우고 다시 치고 미화원과 씨름하는
은행잎 폴리스라인 도시 서정 지킬까
2004년 《시조월드》 신인상 등단
새벽달이 떠 있다
한분옥
올 봄에 각시붓꽃
그 아침 다시 만나
설익어 두근대는
수줍음 밀쳐 두고
온 몸에 물 넘는 소리
새벽달이 떠 있다
2004년 《시조문학》 등단
적寂
문수영
산의 비밀 간직한 깊은 산 패랭이꽃
먼 하늘 바라보다 하늘빛 닮아가네
혼자서 신神이 그린 빛깔 온 산에 퍼뜨리네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당선
마라도 선인장
한희정
머문 듯 흐르는 듯
절반은 뚝심인 듯
길들여진 저항정신
가시 세워 지킨다
때때로
손바닥 안에
노란 등을 켜들며
2005년 《시조21》 등단
꼬막의 유언
-꼬막 삶기
김영숙
한 발 한 발 가라시네
한결같이 가라시네
네 땀을 믿으라시네
그렇게 살라시네
썰밀물 여자만의 시
혓등에 와 새기시네
2006년 《시선》 신인상 등단
도시담쟁이
윤경희
눈뜨면 거친 벽으로
쉼 없이 달려가네
낙오는 허락지 않는
천상의 범계처럼
꼿꼿이
갈퀴를 세운
자존심의 뿌리들
2006년 《유심》 신인문학상 등단
- 2024. 청도국제시조대회 거리시화전 『단시조의 향기』들풀시조문학관 가로
카페 게시글
내게 닿은 시조
단시조의 향기 / 들풀문학관 거리시화 2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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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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