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많은 조문 인파가 모인 장례식은 누구 장례식일까?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시 엔 안나두라이라는 인도 타밀나두주의 전 총리로, 그가 1969년에 죽었을 때 무려 1500만명이 운집했다.
작가로도 유명한 그가 힌두어를 배격하고 타밀어로 타밀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열광적 추모의 배경이었다.
해당 국가의 인구 대비로 가장 많은 조문객이 모인 장례식은 1989년 6월에 사망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 이란 인구 6명당 1명꼴인 1020만명이 테헤란에 몰려들었다.
숫자를 떠나 ‘질적’인 면에서 따지자면 단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2013년 12월)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005년 4월)의 장례식이 꼽힌다.
각국 국가원수급 조문객만 100명 가까이씩 참가했다.
두 사람 모두 죽어서도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막상 교황 장례식장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쿠바, 시리아 지도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외면했는데, 찰스 왕세자가 무가베와 악수를 나누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장례식 때 조문사절단 격을 낮추어 큰 논란을 빚었다. 본인이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현직 행정부 인사도 아닌 1980년대 정부 관리들인 제임스 베이커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을 조문대표단으로 보냈다.
영국의 일부 언론은 ‘모욕’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유감과 실망을 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델라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달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는 본인이 직접 간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체질’이나 ‘지향점’이 만델라 쪽이 아니라 리콴유 쪽이기 때문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혹시 박 대통령이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리콴유의 리더십은 배우지 못하고 철권통치에만 더욱 감명을 받아 오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