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은혜)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외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광이었다. 그분에게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였다. 우리는 모두 그분에게서 넘치는 은총을 받고 또 받았다."(요한 1,14.16)
우리가 그분으로부터 넘치도록 받고 또 받았다는 은총. 은총이라는 이 말은 대단히 추상적이어서 감을 잡기가 어렵다. 은총이란 무엇인가? 은총을 받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은총(그리스어: 카리스, 라틴어: 그랏씨아)은 '감사'와 관계가 있다. 은총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드러난다. 감사는 내 능력과는 관계없이 기대하지 않게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해 우러나는 마음이다. 감사와 은총의 절정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서 드러난다. 그분이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다는 것은 우리가 감사해야 할 은총 자체이다. 예수의 죽음을 떠나 그 누군가가 나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다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보다 감사해야 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 고통과 불행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였다 해도 매 순간이 순전히 은총으로 채워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자기의 생명이 그분으로 받은 은총 때문이라는 것을 알 때, 그는 마리아처럼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하느님께 돌려 맡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루가 1,38). 저 세리처럼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멀찍이 서서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루가 18,13).
고해(苦海)같은 인생이 선물이고,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것을, 못난 자기가 은총 받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란 쉽지 않다.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를 얻어먹지 않습니까?"(마르 7,28) 하며 주어 먹는 것까지를 감사할 일로 은혜로 받아들이기란 쉽지가 않다. 보통의 사람 같았으면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마르 7,27)는 말을 들었으면 금방 굴욕감을 느끼며 예수로부터 돌아섰을 것이다.
모든 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구원의 빵을 맛볼 수 없다. 예수는 우리에게 은총의 삶이 무엇인지를 자기의 굴욕적인 인생으로 보여주신다. 구유로 내려오시고 십자가에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시면서 하늘을 우러러보는 삶을 살도록, 구유 같은 상황에서도 죽음의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감사를 느끼며 살도록 당신의 인생을 우리에게 보여 주신 것이다. 그분의 죽음과 부활은 우리에게 은총이었다. 십자가로의 은혜로운 탄생을 보고 사도는 말한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첫댓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은총은 드러나지 않는 소박한 곳에서,
피하고 싶은 고통과 희생 속애서 태어난다는 것을.'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의 선물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