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쿠커리 과정 졸업 후 영주권 신청하고 대기 중인 사람입니다.
제 경험에 비춰 좀 장문이지만 몇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년 (2010년) 이후 쿠커리나 베이커리 등록하려는 분들은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번에 개정된 법은로 트레이드 직군 (쿠커리, 베이커리, 오토 메카니션, 헤어 드레서, 플러머 등등)이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관련산업 붕괴를 걱정한 덕분인지 호주 정부에서 불가능이라고 발표하지는 않았죠.
그렇다면 왜 불가능해지는 것인지 제 경험과 현재 애들레이드 지역 상황에 맞춰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년부터 쿠커리 졸업하는 학생은 Job Ready Program (이하 JRP)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4단계로 나뉘는데 취업도 해야하고, 취업한 현장에 감독관이 나와서 체크도 합니다.
게다가 3단계에서는 직접 정부관할 기관에서 실기 테스트마저 해야 합니다.
실기 테스트라는 단어의 의미는 예전처럼 조건 맞춰서 서류접수하면 되는게 아니라 불합격의 개념이 확실하게 있다는 뜻이죠.
들리는 정보에 의하면 과거에 이와 비슷한 제도가 호주에 있었다고 합니다.
TRA를 통과한 사람들 중에 무작위로 몇 명을 선택해서 실기시험 비슷한 것을 봤다고 하네요.
그 당시 그 테스트에 걸리면 거의 대부분 불합격 처리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무작위로 선택하는 부분에 의한 형평성 문제 때문에 없어졌다고 하는데,
만일 이 정보가 맞다면 새로 도입되는 JRP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 만일 쿠커리 과정을 등록하고 시작하는 A라는 분이 있다고 칩시다.
A씨는 2년 정규과정을 모두 과락없이 졸업해야 합니다.
(참고로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어지간하면 다 pass시켜줬었는데 최근에는 fail하는 학생이 무척 많아졌다고 합니다.)
졸업 이후엔 졸업생 임시비자 18개월짜리를 받아서 JRP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Full Time잡을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쉬울까요?
현재 애들레이드 지역은 아직도 세계경제 한파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고 있으며, 문을 연 곳도 2~3년 전에 비하면 장사가 훨씬 안되는 편입니다.
장사가 안되면 당연히 사람도 덜 뽑을 것이고, 사람을 뽑더라도 최대한 인건비 비용을 아끼려고 하겠지요.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쿠커리 과정 졸업생들이 풀타임 잡을 잡기가 무척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호주에는 어프렌티스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말로 치면 견습생입니다.
엉성한 TAFE수업 컬리큘럼 덕분에 쿠커리 과정 2년 마쳐봐야 실제 졸업생이 요리사로 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은 아닙니다.
TAFE 다니지도 않고 아예 어프렌티스로 요리사 일을 시작해 보려는 호주 현지인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프렌티스의 급료는 일반 풀타임 직원 최저임금의 절반입니다.
즉, 풀타임 1명 쓸 돈이면 어프렌티스 2명을 쓴다는 거죠.
실력도 없는 쿠커리 졸업생 풀타임 1명 쓰느니 비슷한 실력의 어프렌티스 1명쓰면 돈이 반으로 절약됩니다.
제가 호주인 업주라도 자국인 어프렌티스 쓰지 커뮤니케이션도 잘 안되는 외국인 쿠커리 졸업생 안 씁니다.
이러한 난관을 뛰어난 실력과 엄청난 영어 능력 그리고 외국인과의 친화력으로 넘었다 칩시다.
그래서 풀타임 잡을 잡고 JRP도 무사히 통과해서 영주권을 신청했다고 칩시다.
거기까지 일단 거의 4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됩니다.
게다가 학비, 영주권 신청비, JRP 통과 비용까지 수천만원의 비용을 쓰게 됩니다.
최소 들어가는 비용만 2년치 학비 $32,000 + 영주권 신청 $2,500 + JRP $4,550 = 약 4천만원입니다.
생활비는 번다고 치더라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며, 생활비도 자기돈 그냥 쓴다면 억대에 가까운 돈이 들어갈 겁니다.
그럼 영주권 신청서만 넣으면 거기서 일이 끝일까요? 아니지요.
제가 아는 한 분은 2008년 7월 학기 쿠커리 졸업하고 2008년 10월에 영주권 신청하셨는데 아직 감감 무소식입니다.
저와 같이 2008년 말에 졸업하고 2009년 3월에 신청한 같은 반 친구도 마찬가지.
저요? 올해 10월에 신청했으니 뭐 2012년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정부 스폰서로 신청하신 몇몇 분들은 영주권을 받기도 했지만, 그나마 이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지난 9.23 발표로 인해 트레이드 직군의 주정부 스폰서쉽의 처리순위가 5위로 밀렸기 때문이죠.
만일 A씨가 2010년에 쿠커리를 시작해서 2011년 말에 졸업을 하고,
2013년 중반까지 졸업생 임시비자로 천신만고 끝에 JRP를 통과해서 영주권을 신청했다고 쳐도,
2013년까지 그 이전에 졸업하고 쿠커리나 베이커리, 미용, 자동차 정비, 배관공, 등등으로
영주권을 신청하고 대기 중인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할 겁니다.
아마 A씨는 최소 2015~2016년까지는 기다려야 CO배정이나 받을까 말까할 겁니다.
자.. 생각해 봅시다.
2010년에 쿠커리 과정 시작해서 2015~16년까지 6~7년이란 세월이 걸렸는데도 영주권은 감감 무소식입니다.
만일 A씨가 30살에 시작했다 치면 37살이 되도록 불안전한 신분으로 외국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셈입니다.
그뿐이면 다행이지요. 현재 소문으로 떠돌고 있는 아래와 같은 더한 변수가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조건이 모두 갖춰져도 영주권 신청자의 어플리케이션을 거절할 수 있도록 이민법 개정.
* 트레이드 직업군이 MODL에서 모두 빠지도 직업군의 점수 자체도 낮아져서 120점이라는 영주권 신청점수 맞추기가 불가능해짐.
* 기타 호주 정부가 제 맘대로 개정하고 소급적용까지 시켜버릴 수 있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민법 개정.
자칫하면 6~7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서 헛탕만 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적은 내용은 80%이상은 제가 체험한 사실과 현재 이민법에 기반하고,
나머지 20%는 아직 호주 정부도 확실히 정하지 못한 JRP의 정보에 기반합니다.
제 말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없고, 이 정보가 정확한 정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졸업생의 입장에서 그리고 요리사로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제와서 유학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이민 그 자체만을 위해 쿠커리 등록하는 일은 정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네요.
더 나아가서 2009년 말을 기준으로 Certificate III정도만 마치신 분이시고,
목적이 단순히 영주권이시면 지금이라도 포기하시는게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 낭비 안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물론, 요리 그 자체가 좋아서 배우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요리 그 자체가 좋아서 배운다면 가까운 일본 가셔서 배워도 훨씬 낫고,
정식으로 서양 요리가 배우고 싶다면 차라리 요리의 본고장 프랑스나 이태리 가서 배우시길 권합니다.
끝으로.. 이 글을 보시고 간호학이나 회계 쪽으로 눈을 돌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쪽도 사실 사정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간호학은 아직도 절대적으로 이민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애들레이드 지역에서도 이미 최근 졸업생들의 경우 취업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털어놓고 있으며,
브리스번이나 시드니 지역의 경우 이미 간호사라는 직업이 공급과잉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는 곧 간호사로 영주권 신청하는 자격이 강화되거나, 쿼터가 줄어들 가능성이 언제든 있다는 뜻이겠지요.
게다가 간호학의 영어점수를 IELTS 7.5로 올리자는 논의도 활발하다고 합니다.
10점 만점에 7.5하면 쉬워 보일지 몰라도 호주 현지인들도 IELTS 시험보면 7.5 받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회계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영어점수가 7.0으로 상향되어서 영주권 신청이 상당히 어려워진 상태이며,
거기에 더해 회계학 전공자의 가장 큰 난관은 졸업 후 취업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만일 호주 정부에서 회계학 전공자들에게 영주권 신청자격으로 호주 내 Work Experience를 요구하도록 법을 바꾸면 큰일이지요.
간호는 공급과잉 상태이고, 회계학 전공하고 회계사로 일하지 못하고 있는 이민자들은 현재 넘쳐납니다.
호주 이민법은 늘 철저하게 각 직업군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바뀌어 왔습니다.
지금은 트레이드 직군에 비해 안전하게 보이는 CSL 리스트에 있는 직업이라도 언제 리스트에서 빠질지 모르는게 현실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영주권 취득 자체가 몇년 전에 비해서 상당히 어려워진 상태입니다.
지금부터 준비하실 분들은 현재 영주권법의 정확한 내용과 호주 정부에서 원하는 인력이 어떤 인력인지 철저히 연구하시고,
유학원의 말에 넘어가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 부단한 정보수집과 판단을 통해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호주라는 나라가 좋아서 오실 생각이 아니라 막연히 어디론가 이민가고 싶다는 생각이시라면,
이제 호주보다는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다 감수 하더라도 나느 그 1%의 가능성에 도전해 보겠다.. 라고 하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알아두세요. 현재의 호주 정부가 노리는 것은 그러한 굳은 결심을 한 분들의 쌈짓돈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분들은 난파해가고 있는 수 많은 어용 사설 교육기관들과 같이 침몰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을..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첨가.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세계 경제가 급격히 회복되어 호주 정부가 이민의 문호를 다시 넓힐 수 있습니다.
2010년에 등록하고 졸업하는 2011년 말이 되어 이민법이 크게 완화되는 쪽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상황과 바뀌어가는 이민법을 기준으로 한 것일 뿐,
미래의 변화에 대한 예측까지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포기했다가 나중에 이민법이 완화되어 저를 원망하는 일이 생기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어디까지나 참고로 하시고, 좀 더 많은 정보를 알아보시고 신중히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한 사람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 어디까지 조심 또 조심하는게 좋겠지요.
첫댓글 정말 맞는 말입니다.
저도 호주이민오고파 하는 애들 몇몇에게 말려봤지만..반응은,, 왜 시작도못하게하냐 의지만있으면할수있다...로 저만 나쁜놈 취급하더군요
유학원에서 그렇게 생각하게끔 말을 하거든요
저 또한 TAFE학생으로써 공감하는 글입니다. 이러한 것들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 귀국길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이민정책이 단시간에 예전처럼 회복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때문에 영주권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이고, 대신 이 호주땅에서 무얼 얻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두 이제 요리Certificate3 마쳤는데.. 한국에 이거 들고가서 인정해주지도 않고.. 여기서 뭘 가져가야 한국에 가서 좋을지 고민중이에요ㅠㅠ디플로마는 가져가는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님 글 잘 읽었네요! 한자한자가 현 유학생으로서 너무나 공감되는 말씀이군요. 안타깝게도 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특히 한국에 계신분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될 듯 싶네요! 뉴질랜드를 보더라도 한번 바뀐 이민 법안은 쉽게 다시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더 절망적으로 다가오는군요.
그래도 한국가서 할거없이 백수파합류하느니 어떻게든 견뎌보자 하시는분들 많으실듯... 답답합니다...
맞습니다. 한국가면 어휴.. 쥐꼬리만한 월급에 쥐박이 뉴스나오는꼴 볼생각하면...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언제일어난 일인데요? 그리고 무슨 직종이었는데요?
전에 약간의 술수가 통한반면 이젠 0%, 전공에 열정이 있고 계속하고 싶은 분은 길이 있긴한듯합니다. 오지인맥에 판가름 날듯.
님의 글에 정말 공감합니다. 간호학도 2012년 부터 4년 제로 바뀐다고 들었습니다. 배울 과목도 더 많아지고, 그중에선 영어도 과목에 포함된다하네요..
하딩님 방가워요 >ㅅ<
그럼 457 비자같은거 받아보시는건 어떠세요? 그것 받는것도 쉽지 않은가요?
쉽지않죠. 고용주가 미니멈셀러리 $45,220을 줘야하고 모니터링까지 받고.. 게다가 이건 영주권도 아니고 임시비자죠(long stay), 기회되서 이왕할꺼면 영주 스폰비자가 낫죠.
미니멈 샐러리가 시간당 약 22불정도라고 하네요. 영주스폰비자라,, rsms 말씀하시는거죠?
$45,220는 ENS(subclass856)와 임시비자(457)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직군에 따라 훨씬 높은 셀러리를 요구도 하지만 대부분 직종은 $45,220입니다.
RSMS는 미니멈셀러리 조건이 없습니다. 미니멈에 대해 언급한 글을 못찾았고 의심스러워서 법무사에게도 직접 확인한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쪽지 확인좀 해주세요^^
RSMS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요? 고용주에게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님 정말 고마우신분이네요... 이렇게 시간내서 정보 제공해 주시다... 저도 다른 사람들 도와야겠네요... pay it toward
정말 좋은 정보와 의견인것 같습니다. 뭘 하던지 간에 빨리 결정하시는게 좋을듯 싶네요..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면 빨리 한국가서 자리를 잡는게 좋고, 여기서 살아 남고 싶다면, 목표를 정해두고 목표에 정진하시는게 좋을듯 싶네요.. 호주는 이민국가라서 경제싸이클과 이민문호개방이 비례합니다. 이점을 잘 염두해두시고, 미래를 계획하시는게 좋을듯 싶네요.
정말 내 나라 아닌 타국에서 받는 설움이 너무 크네요. 전 영주권 준비하는 학생은 아니고 워킹이 끝나 곧 돌아갈 사람이지만 자국민, 자국산업 보호를 빌미로 외국인의 소중한 시간과 돈만 노리는 호주 정부가 너무나도 밉네요. 영주권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시구요. 행여나 한국으로 돌아가시게 된다면 우리 나라 역시 호주만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선거때 공약 꼼꼼히 잘 읽어보시고 메니페스토 운동하셔서 좋은 한표 행사 하시길 바랍니다-
이봐요 하딩씨.
글 퍼가는 건 좋은데 퍼가면 퍼간다고 리플 하나 정도는 남겨야 예의죠.
죄송합니다..^^
하딩씨, 오랫만에 등장하셨네요. 팬들이 기다렸답니다. ^^
맞는말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