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날. 나는 해외출국을 앞두고 있었고.. 전날부터 내리친 눈에 결국 아침 비행기들은 줄줄이 결항, 지연을 연발하였으니.
바야흐로 전쟁의 서막이었다.
오전 9시 비행기 결항 -> 급하게 다른 시간대 비행기 찾음 -> 남은 것은 비즈니스 뿐 -> 현지에 호텔, 렌트카, 기타등등 예약한 것이 많음 - > 그렇다면 가야함 -> 어쩔 수 없이 비즈니스 예약. - > 그렇지만 오후 6시 비행기 - > 9시간 동안 공항에서 노숙 확정 -> 비행 1시간 전에 오후 9시로 비행시간 지연 공지 -> 3시간 더 노숙 - > 출국장 이슈발생으로 출국심사 9시 30분부터 진행 -> 이륙 : 10시
새벽 6시에 결항 안내 받고 공항 달려갔으니.. 장장 16시간 가량을 공항거지로 노숙. 그러나 어쩌다보니 비즈니스를 탄다는 설렘. 이 두가지가 만나 살짝 들떠있는 그지가 되었던 경험담을 여러분께 풀어볼까 합니다.
본 이야기는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 후기를 빙자한 자랑도 담겨있지만 탑승하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한풀이하듯 풀어내는 내용도 담겨있으니 심약자들은 뒤로가기를 누르지 말고 들어주시면 정말 고마워.
렛츠 기릿
이야. 살다보니 내 티켓에 프레스티지가 다 찍혀봅니다. 이 티켓을 받았을때가 대략 오전 9시~10시쯤? 6시까지 공항에서 버텨야한다는 막막함이 있었지만 비즈니스 탄다는 설렘이 더 컸음.
대한항공 비즈니스를 타는 사람들은 인천공항에 있는 프레스티지 클래스 칼 라운지(대한항공 전용 라운지) 이용이 가능합니다.
(아 까짓꺼 라운지에서 편하게 기다리면 되는거지~ 생각한 경기도 오산이었음.)
라운지에는 개인 소파좌석, 나무 의자좌석, 개인 테이블이 딸린 칸막이 소파 좌석 등 넓고 편한 개별 휴식 공간들이 쭉 놓여져있음. 그리고 한 쪽으로는 항공기를 기다리며 먹을 수 있는 뷔페가 차려져 있음.
물도 있는데 물이 신기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찍어봄.
식사 할 수 있는 음식들과
디저트
음료, 커피, 맥주가 무한 리필
한 쪽으론 미니바도 있어서 주문하면 럼, 보드카, 와인, 칵테일 등을 마실 수도 있음.
첨부터 막 먹으면 일찍 지칠까봐 최대한 시간 뻐기다가 갖다 먹은건데 저거 먹고 칵테일 말아먹고 과일 먹고 쌩쑈를 다 했지만 오후 3시였음..
이때부터 미쳐가기 시작함.
라운지에서 나와 면세점 쇼핑을 다녀보았지만 3시 30분..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천지신명 다 찾고 나섰지만 결국 6시 40분 비행기는 9시로 지연되었음.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는 남들이 왜 공항 의자에 누워서 기다리는지 알게되었고. 나도 그냥 냅다 누웠음. 안 누우면 죽을 것 같길래...
정말 쓰러지기 직전에 8시 20분이 되었고 출국 게이트 앞에 섰으나 9시가 되어도 게이트 앞에 직원은 없었다. 공항 직원들이 무전 때리는 말 엿들어보니 출국직원이 없다고... 아니 비행기는 짐 다 실려서 기장님, 승무원분들 다 탔는데 출국장에 직원이 없으면 어쩌라고..? 결국 출국직원은 9시가 훌쩍 넘어서야 나타났다고 한다 ^^
여자처차해서 9시 30분에 탑승 시작하고 이륙 준비하니 9시 비행기는 10시쯤 이륙했답니다~
(9시 이후의 지연공지는 있지도 않았음. 공지없이 1시간 지연된 꼴)
어허허 나 진짜 공항 때려부실뻔 했잖아.
증말 느무느무 지쳤는데 막상 타보니 세상나 어머에 이것이 비즈니스 클래스? 싶어서 세상 그지꼴인 주제에 또 설레이긴 해. 베개도 넓찍한거 주고 담요도 더 두꺼운거 주고 슬리퍼도 주고 개인 물병도 기본 1개씩 제공인데 자리도 욘나뤼 넓어서 다리 쫙 뻗어도 남아.
알아보니 비즈니스도 비행기 기종 (비행기 크기)에 따라서 좌석 클래스가 달라진다 함. 이건 항공기 기종에 따라 꾸려놓은 좌석이 달라지는거다보니 내가 앉고 싶다고 좋은 비즈니스 픽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정말 운빨(내가 타는 시간대의 비행기가 큰 기종이어야 가능함) + 경제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음 (같은 비즈니스지만 좌석 종류에 따라 금액 차이가 있다고...)
프레스티즈 슬리퍼랑 플러스는 두 좌석이 나란히 놓여서 창가쪽 사람이 똥뚜깐 가려면 옆 사람을 지나서 영차영차 나가야하는데 스위트는 통로가 나누어져 있어서 창가 자리도 옆사람 안 거치고 쉽게 나갈 수 있음. 눕는것도 180도 1자로 누울 수 있고 좌석 넓이도 190cm로 일등석과 20cm 차이밖에 안 난다고 함.
(글고 옆사람이랑 일행 아니라 불편하면 옆좌석이랑 내 사이에 칸막이도 있어서 올릴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완벽한 1인석 완성)
그렇다. 내가 탄 것은 공교롭게도 비즈니스 중에서도 제일 좋은 등급인 프레스티지 스위트였던 것이다. 어쩐지 표값이 장난 아니게 비싸더라.
비즈니스는 타자마자 웰컴 드링크를 줍디다. 주스, 칵테일 중에서 고를 수 있음.
나 2잔 먹은 욕심쟁이 아님. 주스는 옆자리 일행꺼임.
기내식이 나오기 전까지 비즈니스가 처음인 오리는 좌석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막막 옆에 의자 기울기 선택하는 버튼 있어. 누르면 좌석이 지이이이이잉 하고 넘어가면서 일자로 쭉 펴지고 그대로 침대 완성.
어우 막 영화 편하게 보라고 헤드셋도 준다. 이코노미는 내가 이어폰 안 챙겨가면 걍 소리 죽이고 자막으로 봐야하는데
리모컨에도 화면이 떠... 쩔어 진짜
(귀국행 이코노미 석이랑 비교해보니 영화목록은 이코노미나 비즈니스나 같더이다)
막막 신나 근데 또 비즈니스 가격 생각하면 막막 가슴 아려. 그래서 영화 봤어. 뽕 뽑아. 존나 뽑아. 근데 웡카 존나 재미 없어서 더 슬퍼. 뽕 못 뽑은 것 같아ㅅㅂ
밥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테이블보를 깔아주시네요. 어익후 이런 귀한 대접을.. 감사합니다.
비즈니스는 기내식이 코스요리야. 이륙하고 직후에 주문을 받아 갑니다. 세가지 메뉴 중 고르면 스테이크 같은건 굽기 정도까지 주문 받음. 미디움, 웰던 고르라셨는데 내가 미디움 웰던 주문함. 그건 안된다하심ㅋㅋㅋㅋ 예 제가 너무 과한걸 바랬죠 인정합니다.
어쨌든 기내식 주문하고 나면 한 20~30분쯤 후에 기내식이 시작됨.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식전서비스.
기내식은 항로별로 달라지는데 나는 하노이행 탔고 식전서비스로 연어샐러드가 나옴.
그리고 다시 한번 음료. 사과, 오렌지, 뭐시기.. 보통 3가지 중에서 하나 고르는 식인데 내가 기억을 잘 못하겠음.
그러고선 전채요리. 새우요리, 단호박수프는 공통이었고 빵은 호두빵, 토마토빵, 바게트 중에 고를 수 있었음. 와인도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중에 레드와인 고르니 또 다시 이탈리아산, 프랑스산? 스페인산? 중에 고를 수 있었음.
아 그리고 먹을땐 몰랐는데 이제 보니 코스요리는 이코노미 기내식마냥 플라스틱 도시락통에 안 담겨있고 전부 도자기 접시에 각각 나옴.
주 요리도 장어, 광어, 소고기 스테끼 중 하나 고르는거였고 요것은 광어 스테이크
그리고 요것이 소고기 스테이크. 나 소고기 조금이라도 질기면 아예 안 먹는데 이거 진짜 어지간한 호텔 결혼식에서 먹는 스테키보다 부드러웠음. 칼질할때 나의 칼을 막는 힘줄이 단 한 줄도 없었음.
과일 디저트로 기내식 마무으리
공항에서 16시간 노숙하고 진짜 지칠대로 지쳐서 밥이고 뭐고 걍 잘까 하다가 의도치 않은 지출이 아까워서 밥 먹은건데 진심 잘 대접받았음.
돈이 진짜 좋긴 좋은게 내가 기내식 고를때 미디움 웰던 주문했다 했잖? 그 주문 받아가신 승무원분께서 식사 끝나고서 굽기 정도 괜찮으셨냐고 확인 해주심. 개개인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다 기억해주시고 신경써주시더이다.
쓰고보니 비즈니스 후기라기 보단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 후기 같다만.. 어쩌겠어요. 밥 먹고 냅다 디비 자서 기억나는게 밥 밖에 없는걸...
힘들어서 밥 먹고 냅다 의자 쫙 펴서 누웠더니 생각보다 그리 편하진 않.. 커어어억 크어어억 하고 잤음. 일자로 누워도 아무래도 의자를 펼친거다보니 침대만큼은 아닌지라 허리부분이 살짝 불편하긴 한데 그래도 앉아서 자는 것 처럼 고개 꺾이고 흔들리고 이런게 없어서 피곤하면 걍 딥슬립이 충분히 가능함.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돈 값 하더이다.
이렇게 개고생 속의 한줄기 빛 같은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하노이에 도착해 여행을 잘 마친 오리는
돌아올땐 이코노미 탔어. 좁았어. 밥도 적었어. 슬펐어.
끝
첫댓글 나도 돈 많이 벌어서 꼭 타야지 ㅋㅋㅋㅋ ㅋ글 재밌다 ㅋㅋㅋ
우와 비즈니스 클래스 진짜 좋아보인다... 부러워 ㅋㅋㅋㅋ 나도 돈 많이 벌어서 꼭 비즈니스 타봐야지! 후기 고마워~!
왠지 나도 같이 설렘
ㅋㅋㅋㅋ아니 글 너무 잘써서 재밌게 읽었다
뭐야 당연히 스크랩인줄알았는데 우동이었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항노숙 넘 고생했다.. 나도 비즈니스 꼭 타보고파 후
ㅋㅋㅋㅋㅋ재밌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 타보고싶네
돈 많이벌면 꼭 나도....!
글 재미있다~ 이렇게 또 비즈니스 로망 올라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개웃겨 재밌다
덕분에 대리 여행간 기분이네..나는 탈일이 없을거같으니...살면서 ㅎㅎ
행복해보여서 기분좋아지는 글이다ㅋㅋㅋㅋㅋㅋ동시에 부러워~~~!~!!
라운지에 열무김치 존맛탱이니 꼭 드셔봐,,,
아 글 개재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즈니스 좋네 역시....덕분에 나도 비즈니스 탄 느낌나고 좋다^^
ㅋㅋㅋㅋㅋ귀여웤ㅋㅋㅋㅋ 그래서 얼마였나요 대충이라도..
냅다 비즈니스 갈기는 능력 너무 멋있어
엄카찬스.. 내 돈이었음 못 갔습니다ㅋㅋㅋㅋ
나의 경우 이코노미 따블+30만원 정도 더...
@늑의비 ㅎㄷㄷ 어머니 멋있으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돈값하네
와 쩐다
오리 덕분에 대리체험하고 만족하고 가…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폰비즈니스체험 완료ㅛ
와 돈벌고싶어지는 후기다...
부럽다...
쩐다 재밌어
아 미디움웰던 너무 웃기다ㅋㅋㅋㅋㅋㅋ재밌게봤어!
와 잘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