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나의 연인 / 김성민
심상숙 추천
나의 연인
김성민
나의 연인은 말이 없습니다
나의 연인은 얼굴이 없습니다
백옥같은 피부에
풍부한 엉덩이는 매우
육감적입니다
나의 연인의 유두는 항상
젊음을 유지합니다
언제나 탱글탱글합니다
나의 연인의 입술은 어제나
새초롬히 뾰족합니다
유두를 잡아들어
배 안에 술을 채우면
내 마음을 달래 줄 꿀을 쏟아냅니다
나의 연인 몸을 붙들고 있는
대나무 뿌리로 만든
손잡이를 들어
내 잔에 사랑을 가득 채웁니다
(<시쓰는사람들>20호 『달을 달래는 별』 102쪽, 사색의 정원,
2023)
[작가소개]
(김성민, 『한울문학』 시 등단, 김포문인협회 감사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공저 『새벽을 깨우는 워낭 소리 』 『하늘 풍경채』 외,
[시향]
김포문인협회 감사직을 역임했던 김성민 시인은 연인이 하나 있습니다.
그 연인은 말이 없습니다. 얼굴도 없다고 합니다. 백옥같은 피부에 풍부한 엉덩이, 이쯤 되면 연인으로 손색이 없겠습니다. 구미가 당깁니다.
연인의 유두는 언제나 젊어 탱글탱글합니다. 입술은 늘 새초롬히 뾰족하여 방심할 수 없습니다. 연인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 위해서는 적지 아니 마음이 쓰이겠습니다.
탱탱한 유두를 잡아들고 배 안에 술을 채우면 시인의 마음을 달래줄 꿀을 쏟아냅니다. 이만한 위로가 없겠습니다.
시인은 연인의 몸을 붙들고 있는 대나무 뿌리 손잡이를 번쩍 들어 올립니다. 앞에 놓인 시인의 잔에 사랑을 그득히 부어 채웁니다.
혹여 가슴속 혹한의 벌판이라도 눈 녹듯이 온기로 감싸 주겠습니다. 천지사방 꽝꽝 문을 닫아걸은 언 땅에도 겨울은 지나갑니다. 숨을 거둔 듯 엎드렸던 봄이 끝내 찾아옵니다.
우리는 언제나 제자리만 지킬 수 있어도 자신과 세계를 구원하는 극복이 되겠습니다.
시인의 가슴에 떠 있는 별 하나쯤 꿀꺽 삼켜보는 저녁입니다.
글: 심상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