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토요일
8시부터 서울팀 모두 픽업 후 오후 1시경 서대전 IC에서 대전으로 빠져나와 마치 광장 내 장마을닷컴에서 모두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카페에서 커피 마실 돈 아껴 회를 먹자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며 식사 후 저희 집으로 이동, 커피와 자몽효소쥬스를 마시고 휴식을 취하다가 광주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늦게 망월동 신묘역에 도착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518을 앞두고 사람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드디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적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성찬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입니다. 폭력 앞에서 불붙듯 일어나 진정한 삶의 열정을 보여주신 영령들의 무덤 앞에서 인간임을 선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광주에서 목포로 이동. 새로 이전한 전남도청 근처 ‘해송’에서 식사했습니다. 목포 맛집을 알아본다는 명목으로 영화 촬영 중이신 박 목사님께 여러 차례 전화해 괴롭힌 결과 황송하게도 식사를 대접한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친척 동생분이 운영하는 횟집에서 무려 병어회를요. 은빛을 반사하는 기름진 자태에 잠시 눈이 멀었습니다. 한 점 살포시 깻잎 위에 올리고 약간의 밥과 된장 소스를 얹어 먹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느낌. 처음 먹어봅니다.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동안 싱싱한 해산물들이 줄을 지어 나옵니다. 하느님 저희를 인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목사님 감사합니다. 기회 있을 때 이 괘씸죄 용서 안 하고 갚겠습니다. 깡그리 해치우고 주인장에게 식혜까지 요구하는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주신 교우 여러분의 집요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마트에 들러 아침 식사 거리를(달걀, 사과, 빵, 쨈 등) 사서 목포대교 근처 ‘서해해양경찰수련원’으로 갔습니다.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 당첨된 방입니다. 무려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베란다에서 바다가 보이고 화장실, 샤워실, 세면대가 분리된 깨끗한 숙소. 연옥 명수님 짱~감사합니다. 전도사님과 목사님께서는 인근 숙소로 가시며 사과를 깎을 과도를 챙겨가셨지만, 사과는 놓고 가셨습니다. 조금 모자란 듯한 5개의 사과. 배려의 끝은 어디까지일까요? 간단하게 맥주 한 잔씩하고 부른 배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14일 일요일
아침은 박연옥 교우님이 부지런히 달걀부침을 부쳐주셔서 딸기잼을 바른 빵 사이에 끼워 먹었습니다. 전날 배가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거칠 것 없이 식사를 마쳤습니다. 일러스트 마감이 급해진 서선미 교우님만 두고 모두 진도로 향했습니다. 목포대교를 건너 목포신항(세월호)과 울돌목을 지나 팽목항까지 달렸습니다. 노란 리본이 그려진 빨간 등대 앞에서 동그랗게 모여 “시로 기도하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도사님이 준비해주신 시를 한 명씩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마음을 다해 읽는 시와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 때문에 바닷물보다 짠 눈물이 자꾸 흐릅니다.
‘뒤집어라, 뒤집힌 저 배를 뒤집어라/ 뒤집어라,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이게 아닌데, 이럴 순 없어/ 뒤집지 못한 우리들/ 가슴을 치며 지켜만 봐야 하다니,/ 우리가 너희들을 다 죽이는구나, 뒤집어라,/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백무산-세월호 최후의 선장 박지영 2연 중)
분향을 마치고 진도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맛집을 찾아 헤매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생선구이 정식집 ‘해미원’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정말 맛났습니다.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동그란 산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운림산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점찰산을 배경으로 아담한 연못이 자리 잡은 이곳은 영화 ‘스캔들’의 촬영지라고 합니다. 조선 후기 남화의 대표 화가 소치 선생의 작품도 감상했습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선미 교우님을 모시고 목포 신항, 세월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목포대교를 건널 때 영화 ‘시’에서 미자가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후 버스를 타고 돌아올 때 해가 강에 반사되었던 것처럼 바다에 반사된 기운 해가 우리를 쫓아왔습니다. 수십만 개의 노란 리본이 펄럭거리고 세월호는 옆으로 누워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고 아립니다. 미안합니다. 이제 왔습니다. 세월호 진실규명 다큐멘터리도 보고 전시도 보고 노란 리본에 마음을 적어 철조망 담에 매달고 돌아섰습니다. 모두 돌아와 가족 품에 안기길 기도합니다. 박근혜 탄핵까지 이뤄낸 세월호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거라 믿습니다.
목포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유달산으로 이동. 바위에 올라 목포 시내를 구경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저녁 바람이 낮에 달궈진 더운 몸을 식혀주었습니다. 노쇠한 구시가지와 석양이 묘한 그림자를 선사해줍니다. 목사님이 유달산 노래가 있다며 찾아보라는 통에 소양강, 두만강, 압록강 등 강이란 강은 모두 동원해 음을 다 가져다 불러드렸습니다. 끝내 “유달산~~”하는 그 음을 가진 노래는 찾지 못한 채 진도 시내 ‘남도밥상’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이곳에 온 후 생선 반찬이 내내 나온 탓에 손도 대지 않은 고등어는 싸 들고 왔습니다. 아침거리를 마련 후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에서 공동체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살림 교회를 서울이 아닌 곳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의견. 거론된 지역은 천안입니다. 이제 시작이니 차츰 구체적인 방안을 각자 생각해보고 또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15일 월요일
아침은 제가 준비하고 뒷정리는 공은주 교우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숙소 정리 후 건물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모두 차에 탑승했습니다. 몇 분 달렸을까? 목사님 배낭에 들어있는 과도를 그 낡은 과도를 찾는 전화가 숙소로부터 걸려왔습니다. 차를 돌려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망할 그 과도를 넘겨주고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대전에 도착해 제 애인이자 제 인생 최대의 미스터리 ‘동석’ 군이 정성껏 준비한 빵, 샐러드, 당근 절임, 방울토마토올리브레몬절임, 리예트(돼지고기 쨈), 허브닭오븐구이, 파스타를 먹었습니다. 준비해준 정성도 고맙고 맛있었습니다. 식사 후 커피를 부랴부랴 싸서 모두 차에 탑승했습니다. 렌터카를 돌려줄 시간 때문에 서둘러 서울로 떠났습니다. 무사 귀환 하셨지요? 동석이가 또 놀러 오시랍니다.
이번 광주예배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다방면으로 힘써주신 정명수, 박연옥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운전대와 관광을 기꺼이 맡아 주신 정명수님의 감사합니다. 숙소부터 식당까지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착착 진행된 이번 518 예배에 감동했습니다. 연옥님 감사합니다. 팽목항에서 시기도 시간은 정말 뜻깊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전도사님 감사드립니다. 광주신묘역에서 설교해주신 목사님 감사드립니다. 귀한 시간 내어 함께한 한살림 교우님들 감사드립니다. 이상으로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채 붓을 들고 졸고 있는 에꾸리의 광주예배 답사기였습니다.
첫댓글 세월호 사진과 단체 사진 빼고 모두 단체 카톡방에 공유된 사진으로 구성했습니다. DSLR사진은 사진방에 올렸습니다.
2박3일 일정을 생생하게 기록해 주셨네요. 감사드립니다. 함께한 교인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후기글 멋집니다.~단체사진 짱입니다~
꼼꼼한 후기, 사진들 다 좋으네요^^ 애많이 썼어요 샛별교우님! 이제 작업에 올인하셔요:)
넵^^고마워유. 이제 말씀하신대로 작업에 올인~ ㅜㅜ
뜻깊은 예배와 시기도회였습니다.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정 내내 오차 없도록 노력한 모든 교우들 고맙습니다. 맛깔난 후기를 작성한 샛별씨 감동의 요리를 제공한 동석씨도 고마워~~~
좋은 글과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랫동안 5.18 묘역을 찾아 예배드려 온 결실을 요즘 조금씩 거두고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도 광주의 영령들, 세월호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