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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슈즈 바닥에는 두께 0.2~0.5㎝의 흰 알루미늄이 붙어 있다. 굽이 두꺼워질수록 묵직한 소리가 난다. 한 켤레의 무게는 500~ 1000g. 길들이는 방법은 발레리나의 토슈즈와 닮았다. 신은 채 바닥을 계속 두들겨 보면서 감촉과 소리를 익히는 것이다. 뮤지컬 배우들이 얼굴에 무선 마이크를 붙이듯이 탭댄스 공연은 무대 좌우에 마이크를 설치해 발구르는 소리를 응집·추출해낸다. 양쪽 발목에 무선 마이크를 착용하기도 한다.
◆올해의 춤은 탭댄스
뮤지컬 배우들에게 탭댄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탭댄스가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면, '빌리 엘리어트'의 그것은 신종이다. '스팸어랏'에도 패러디 방식으로 탭댄스가 등장한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프리티 레이디(Pretty Lady)'라는 뮤지컬의 제작 과정을 극중극(劇中劇) 형식으로 만든 작품으로, 시골 소녀 페기 소여가 깜짝 스타가 되는 성공 스토리다. 고전적인 스타일의 탭을 축구공처럼 주고받으며, 가속과 제동이 부드럽다. 하체에서 움튼 춤은 상체로, 또 옆 사람들에게로 퍼져 나간다.
'빌리 엘리어트'의 탭댄스는 10년 전쯤 등장한 '리듬 탭'으로 재즈와 힙합 리듬이 섞여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1막 마지막에 나오는 앵그리 댄스 장면이다. 진압경찰들이 공간을 좁혀올 때 빌리가 추는 탭댄스에는 윽박지르는 세상을 향한 분노가 담겨 있다.
◆몸으로 만드는 음악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은 '42번가 다이어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들다. 여주인공 최성희(바다)는 지난 3개월간 발뒤꿈치가 성할 날이 없었다. 하루 10시간씩 탭댄스를 익힌 흔적이다. 그는 "나도 댄스가수 출신이지만 처음 접한 탭댄스는 감당 못할 수준이었다"면서 "현재 완성도는 80% 정도지만 실력이 느는 걸 확인할 땐 온몸이 짜릿하다"고 했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최고의 태퍼는 네 명의 빌리 중 정진호다. 안무가 이정권은 "중심 이동을 빠르게 하면서 한 스텝을 여러 조각으로 나눌 줄 아는 진호는 프로급"이라면서 "진호가 1초에 낼 수 있는 소리는 16개"라고 했다. 이씨는 "탭댄스는 춤이라기보다 몸으로 만드는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29일부터 서울 샤롯데씨어터. '빌리 엘리어트'는 내년 2월까지 서울 LG아트센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