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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변산의 월명암에 계셨다. 그 시자와 함께 절을 지키고 있었다. 시자는 재사가 있기 때문에 속가에 가기위해 미리 대사의 공양을 준비해 탁자 위에 놓아 두고 사뢰었다. '공양를 여기에 차려 두었습니다. 공양 때가 되거든 잡수십시요.' 그 때 대사는 방장실에서 창을 열고 앉아 문지방에 손을 얹고 능엄경을 보고 있었다. 이튿날 시자는 암자로 돌아왔다. 대사는 어제 그 모양으로 앉아 계시는데 창문에 손이 찍히어 피가 흘렸지만 손을 거들 줄도 모르고 태연히 경만 보고 계셨고 탁자 뒤의 공양도 자시지 않은채 그대로 있었다. 시자가 절을 올리고 밤새의 안부를 사례자 대사는 '너는 왜 재사에 참례도 않고 빨리 돌아 왔느냐' 고 하셨다. 그것은 수능엄 삼매에 들어 밤이 이미 지난 줄을 모르셨기 때문이었다. 대사는 일찌기 상운암에 계셨다.. 그 제자들이 양식을 구하러 멀리 나갔다가 한 달만에 돌아왔더니 대사 얼굴에는 거미가 줄을 쳤고 무릎 밑에는 티끌이 쌓여 있었다.. 그들은 티끌을 쓸고 거미줄을 거둔 뒤에 다녀옴을 알리고 인사를 드렸다. 대사는 '그대들은 왜 그리 빨리 돌아왔느냐'고 하였다. 대사는 말년에는 전주 봉서사에 계셨다. 그 절에서 멀지 않은 곳에 봉곡 선생이라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당시 유현(선비)였다. 대사는 일찍부터 그 선생과 사귀었다. 한번은 대사가 그 선생에게서 광목을 빌려서는 바랑에 넣어 메고 갔다. 선생은 사람을 시켜 그 뒤를 따라가 보게 하였다. 대사는 가다가 우선 그 책 한권을 빼어 들고 읽어 보고는 땅에 던져 버렸다. 또 한권을 빼어서 읽어보고는 땅에 던져 버렸다. 이리하여 절 문에 이를 때까지 모두 땅에 던져 버리고 돌아보지도 않고 들어가 버렸다. 그 뒷날 선생이 '왜 빌려간 책을 다 땅에 던져 버렸는가' 하자, 대사는 '고기를 다 잡았으면 통발은 버리는 것이다'고 하였다. 선생은 책을 들고 그 내용을 물어 보았다. 대사는 70여권의 책을 하나도 틀림없이 다 알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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