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ior of a Heart"
<보이는 참회, 보이지 않은 참회 그리고 숨겨진 정죄>
The Scarlet Letter(주홍글자)는 1850년 미국작가 호손이 자신의 직계조상의 업보를 생각하며 쓴 참회록 같은 글이다. 왜 호손일까?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죽고 사라진 그의 이름과 <주홍글자>라는 말을 왜 아직도 하나의 상징처럼 회자하는 것일까?
젊고 유능한 목사 딤스데일(Dimmesdale)과 세상의 모든 것을 학문으로 풀어내려는 악령의 남편 칠링워스(Chillingworth)와 아름답고 치명적인 여인 헤스터 (Hester)그리고 불륜의 달콤한 열매 진주라는 이름의 펄(Pearl ),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7년간의 심리전을 그려낸 위대한 작품이다.
호손은 매서추세츠주 세일럼 청교도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역사상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는 경제공황시대 살았다. 작가로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고 지인의 도움으로 세관원으로 지내다 해고당하기도 했다. 사실과 진실을 찾고 역사적이자 가족사의 성찰에 관해 쓴 글이 <주홍글자>이다.
To make himself the one trusted friend, to whom should be confided all the fear, the remorse, the agony, the ineffectual repentance, the backward rush of sinful thoughts, expelled in vain! All that guilty sorrow, hidden from the world, whose great heart would have pitied and forgiven, to be revealed to him, the pitiless--to him, the Unforgiving!
공포, 양심의 가책, 고뇌, 무익한 후회, 물리쳐도 되돌아오는 죄스러운 생각들, 이 모든 것을 털어놓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믿을 만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뭐든지 불쌍히 여기고 용서하는 큰 마음을 지닌 세상으로부터도 감추어진 죄 많은 슬픔을 냉혹하고 용서를 모르는 사람 앞에 털어놓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만인에게 공개하고 사죄받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한가? 명성과 타인의 시선으로 자유로울 수 없어서 스스로의 양심에 찔려 끝없이 자신을 학대하는 게 맞는 것일까? 보이지 않게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자의 양심을 파헤쳐 보이지 않게 하는 복수의 끝이 얼마나 쓰디쓴지를 보여주었다. 보이지 않는 칼을 들고 스며들듯이 상대방의 양심을 찌르는 것이 진정 복수의 달콤함일까?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
헤스터의 옷가슴엔 스스로가 수놓은 A(Adultry, 간음)가 있었다. 딤스데일 목사의 가슴엔 살을 파내 피로 새긴 A가 있었다. 남편 칠링워스의 가슴에도 복수하겠다는 A(Avenger)라는 보이지 않는 글자가 있었다. 주인공 세명 모두가 가슴에 A자를 달고 있다. 세상에 해서 안 되는 사랑은 없다. 그 사랑에 대한 올바른 처신이 중요할 뿐이다. 어쩔 수 없었던 운명적인 사랑일지라도 불륜은 합리화될 수 없으며 엄격한 청교도 시대에 성직자의 불륜은 많은 이들을 격분시켰을 것이다. 칠링워스의 복수심은 크고 정교하게 불타 올랐다. 끝없이 괴로워하고 복수하고 싶어 했던 그가 가장 큰 피해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상대방의 공포와 양심을 찌르는 복수가 가장 참혹할 것이다. 타인도 본인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유능한 목사를 용서하고 새로운 길을 찾았더라면 어쩌면 <주홍글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중 앞에서 철저하게 짓밟힌 여인 헤스터는 마녀사냥당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그 유명한 세일럼의 마녀 사냥이 이 소설의 모티브이다. 실제로 호손의 첫 조상 윌리엄은 퀘이커교도 여인을 공개채찍질하도록 명령했던 행정관이며 그의 아들 존은 세일럼 마녀 재판 당시 판사였다.
호손은 청교도 사회의 엄격함과 지나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청교도 사상 가장 부끄러운 행위였다는 고백을 했다. 인간의 양심과 고뇌는 행복할 수 있었던 주인공들을 불운으로 이끌었다. 주홍글자 A(adultry)는 간음을 의미한다. 이 책을 공부하면서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내 가슴에도 수년간 지울 수 없는 주홍글자가 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헤스터는 간음한 여인이지만 난 감염한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372번 확진자로 2020년 추석 명절 내내 벌초가족이란 이름으로 전국 뉴스 및 해외방송에도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의 악성댓글에 지금도 시달리고 있다. 뇌의 주름 하나하나가 마치 거머리처럼 붙어서 피를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수백조의 세포하나하나가 생혈을 흘렸다.
죗값을 다 치르고도 아직 빚이 남은 듯한 느낌의 낙인을 난 잘 알고 있다. 세상의 모든 고통이 나를 괴롭혔다. 초등학교 때 읽다가 던져버렸던 그때의 그 책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왜 내 심장을 울렁이게 한 것일까? 내가 세일럼의 마녀가 되어 화형대에 서고 나서야 비로소 주홍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주홍글자는 어떻게 청교도의 교리에서 우리의 삶까지 들어오게 된 것일까? 작가의 위대함이 숨 막히게 느껴졌다.
<불의 혀>, 호손의 문장은 불의 혀를 지니고 있다. 타고난 마음의 언어로 호손은 전인류에게 마녀사냥의 끝은 어떤 것인지를 전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직계조상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참회했던 새일럼 마녀사냥에서 죄 없는 150명 중 19명이 처형당했다. 시간이 흐른 후, 7명의 특별재판관들이 왜 그런 재판을 했는지에 참회했다. 세일럼 마녀 재판의 판사 중 한 명이 호손의 직계조상이었다. 청교도의 후손답게 그는 조상의 죄를 참회하는 글을 써 내려간다. 청교도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조상의 글을 쓰면서 호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드러내고 욕하는 게 진짜 복수일까? 아님 보이지 않는 악령처럼 집요하게 따라다니고 스스로 자책감에 괴로워하도록 타인을 조종하는 것이 진정한 복수인가?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Chillingworth는 누구보다도 Dimmesdale목사의 심리를 꿰뚫고 있었다. 그는 드러내 놓고 욕하고 파멸시키려 하지 않았다. 딤스데일이 스스로의 죄책감에 자멸하고 마는 인간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행복하기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끝없는 불행으로 인생을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두 명의 캐릭터와 모든 것을 지키고 싶어 했던 여인 헤스터! 세명의 주인공들이 다 이해가 간다. 소설의 특성상 예견된 파국이었다. 가장 힘들고 배반으로 인해 성격장애 Chillingworth가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게 느껴진다. 의사로서의 명성을 지키고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는 집요하게 수년간 따라다니며 숨어서 딤스데일을 괴롭힌다. 상대방의 심리를 파고드는 그의 악랄함에 작가는 독자가 그를 욕하길 바랐을 자도 모른다.
《간음VS 감염 그리고 끝나지않은 마녀사냥》
2020년 10월 6일 내 인생의 또 다른 시련의 장이 열렸다. 코로나 확진이라는 보건소의 진단이 내리자마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집에 몰려오고 전국유명 방송사랑 신문기자 유투버들이 달려들었다. 개인정보 보호는 전혀 없었다 카페랑 댓글에 내 이름과 전화번호가 올라왔다. 세일럼의 마녀처럼 화형대 위에 섰다. 처절하게 마녀사냥당했다. 나는 한 마리의 마녀였다. 정말 집에 와서 돌을 던진 사람도 있었다. 광기의 시대였다. 그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시대적 불운이 내 삶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Not improbably, it was to this latter class of men that Mr. Dimmesdale, by many of his traits of character, naturally belonged. To the high mountain peaks of faith and sanctity he would have climbed, had not the tendency been thwarted by the burden, whatever it might be, of crime or anguish, beneath which it was his doom to totter. It kept him down on a level with the lowest; him, the man of etherealattributes, whose voice the angels might else have listened to and answered!
여러 가지 성격의 특성으로 보아 딤스데일 목사는 이 마지막 부류에 속한 이라고 볼 수 있다. 비틀거리며 걸어야 한 운명의, 범죄인지 고뇌인지 알 수 없는 무거운 짐에 의해 막혀있는 길이 아니었더라면, 그는 신앙과 존엄성의 산봉우리까지 올라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무거운 짐은 그를 가장 낮은 곳까지 끌어내렸다. 부단한 노력과 자기반성과 피 묻은 채찍도 그를 자유로운 영혼으로 만들어 주지 못했다.
딤스데일은 옥스퍼드대학을 나온 지성인이었으면 젊고 잘생긴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었다. Hester에게 있어서 주홍글자인 그는 드러내고 싶지만 숨길 수밖에 없었던 사랑이었다. 주홍글자 때문에 그녀는 열심히 살아야 했을 것이다. 더욱 열심히 살기 위해 스스로가 주홍글자를 한 올 한 올 수놓았을 것이다. 사랑 앞에서 어쩔 수 없었던 자신의 지울 수 없는 죄를 명품 이니셜처럼 만들어간 이유는 아마도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양심과 명예에 관한 두 가지 마음은 목사를 괴롭혔으며 결국 마음의 고통으로 육신도 망가졌다. 하지만 헤스터는 달랐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하나뿐인 딸 펄을 위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 고의든 자의든 그녀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군중은 우매하다. 그녀의 인품에 감동해서 간음의 첫 글자 A가 헷갈리기 시작한다. 주홍글자를 명품으로 그리고 천사를 상징하는 A( Angel)로 바꿀 줄 아는 지혜롭고도 강한 여자였다.
그녀처럼 내 가슴에도 주홍 글자가 있다. 죽음의 고통을 상징하는 A(Anguish 또는 Agony)인 나만의 낙인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명품의 상징이나 천사라는 고결함으로 바꾸어 갈 것인가? 아님 피로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인가? 아님 나를 괴롭힌 그들에게 복수를 꿈꿔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주홍글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2년 넘게 난 마녀였다. 누구에게나 삶에서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된다. 복수의 빚은 아무리 갚아도 빛이 되지 못한다. 가장 큰 적인 딤스데일이 죽고 나자 그도 곧 세상을 떠났으며 혈연도 아닌 펄에게 엄청난 유산을 상속한다. 위대한 작가 호손은 드러내고 칠링워스를 악령으로 몰고 가지만 영악한 독자인 난 그에게 속고 싶지 않다. 칠링워즈야말로 가장 큰 A자를 가슴에 새긴 자였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난 오늘도 공부를 한다.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