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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25. 달날. 날씨: 겉옷을 입지 않아도 될만큼 더워지고 있다.
[토끼풀 향기에 빠져, 놀고 놀고 또 논다]
코로나19로 미루고 미룬 봄 자연속학교가 무등산 자락 화순 이서에서 시작됐다. 자연을 위대한 스승으로, 일과 놀이로, 자기앞가림과 함께 살기를 실천하는 화순 자연속학교 첫 날, 토끼풀 향기에 빠지고, 놀고 놀고 또 논다.
지난해 봄 자연속학교(자연속여행기숙학교)를 되돌아보며 쓴 글을 다시 읽는다.
자연 속 여행기숙학교를 여는 힘
자연속학교에서 날마다 어린이들과 크게 외친 게 있다. “사고는 순간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내 몸은 내가 지키고, 서로 안전을 살피자.” 바깥활동 때마다 확인하는 거지만 이번에는 더 다가온 외침이다. 자연속학교 모든 활동은 먹고 자기 위한 활동 빼고는 밖에서 이뤄진다. 그렇기에 더욱 긴장해서 아이들을 살피게 되고, 행여나 아이들이 눈 밖에서 다칠까 되도록 곳곳에서 아이들 곁에 가있곤 했다. 운동장 놀이 할 때, 건물 안에서 층계를 오르내릴 때, 텃밭 일을 할 때, 놀이 구조물에서 놀 때, 산에 오를 때, 음식을 할 때, 씻을 때조차 미끄러질 까봐, 곳곳에서 안전을 살필 게 많아 집중을 줄곧 외친다. 활동마다 구체 안전 규칙이 있고, 활동 때마다 살피고 확인하지만 언제나 사고는 순간이고, 아무리 눈길이 많아도 사고는 날 수 있다. 위험과 도전이 오히려 안전을 기르는 힘이 있다지만 언제까지나 교육활동은 안전을 확인하는 큰 테두리 안에서 위험과 도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생들은 날마다 아이들이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 싸는 것까지 살피며 아이들 건강과 안전을 들여다본다. 생활에서 아이들 기운과 호흡을 조절하고 쉴 때와 놀 때를 깊이 살피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러 바깥 활동과 산에 오르거나 물놀이 할 때는 반드시 안전 규칙을 살피고, 높은 학년과 낮은 학년, 선생들이 고루 섞여 활동을 한다. 날마다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가장 먼저고. 바깥 활동을 할 때 집중과 긴장의 힘을 더 기르고, 때마다 계획을 세워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유형마다 더 세밀한 안전 교육 활동을 늘리고, 아이들과 선생들이 위축되지 않고 안전의 기본을 지키며 놀이와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부모이자 선생이 되고, 서로 한 식구가 되어 함께 살았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 자연속학교를 열 수 있는 힘은 아이들 자람과 배움을 위해 온 힘을 다해 24시간 기숙학교를 여는 선생들, 선생들과 아이들을 믿고 기숙학교를 뒷받침하는 부모님들(아이들 먹은 반찬을 만들고, 차를 빌려주고, 따듯하게 맞아주는 부모님들) 그리고 아이들을 안아주고 품어주는 자연과 시골 어른들, 세상 곳곳에서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함을 잊지 않는다.
자연속학교에서 선생들 몸놀림과 호흡은 언제나 자랑스럽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아이들과 함께 사는 선생들은 자연 속 학교에서 거의 초인이 된다. 왜 우리는 과천을 떠나 먼 남쪽에 내려와 이렇게 힘든 기숙학교를 여는가? 우리 아이들 삶이 행복하기 때문이며 주인으로 더불어 살기 위함이다. 아이들과 선생이 자라기 위함이다. 자연 속 학교가 우리 아이들을 크게 자라고 하고 일놀이 교육을 실천하기에 학교 교육 정신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긴다. 자연속학교에서 초인이 돼야 하는 선생들은 어떤가? 선생들은 엄청난 집중력과 부지런함으로 어린이와 함께 놀고 일해야 하니 기운이 많이 필요하다. 때마다 스스로 몸을 살피고 전체가 체력을 관리해야 자연 속 학교 끝나고 쓰러지는 일이 없다. 교사 집중 연수가 이뤄지니 아이들과 선생들이 함께 자라는 자연 속 학교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이끌고 어린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는 자연속학교를 꿈꾸지만 현실은 선생들이 준비하고 계획한 흐름과 공부로 자연속학교는 구성된다. 청소년 과정이라도 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여행과 국토순례는 모두 선생들이 구성하고 계획한다. 안전과 건강, 잠집과 여러 시설 살피기가 가장 큰 까닭이다. 물론 학생들이 모든 공부에서 이끌고 참여하고 함께 준비하고 마무리 짓는 힘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큰 테두리를 교육과정이 잡아준다면 내용은 학생들이 채워간다는 뜻이다. 어린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함께 자고, 일하는 기숙학교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을 위한 기숙학교는 사실 선생이 부모 노릇을 하면서 선생 노릇도 한다. 먹고 자고 누는 것 까지 살펴서 살아야 하고, 실수로 오줌과 똥을 눈 어린이들 속옷과 이불을 빨고 씻기는 일이 늘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긴장은 어마어마하다. 행여나 다칠까 아플까 살피고 살펴도 사고는 순간이다. 감기에 걸리면 날마다 병원에 가고, 부모가 보고 싶은 밤에는 껴안고 자고, 죽을 써서 먹이고, 곁에서 물수건을 얹으며, 잠자리에 들 때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산다. 그러니 자연 속 기숙학교를 어린이들과 여는 것은 그만한 교육 성과와 교육에 대한 확신이 있는 선생들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초인이 되어 부모와 선생 노릇을 같이 하며 24시간 어린이들과 살아가는 선생들을 보고 부모들은 아이들 맡긴다. 믿음은 함께 살아봐야 진짜로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에게 자연속학교 자원교사로 참여해 볼 것을 제안하곤 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살아본 부모와 잠깐 며칠을 보낸 부모는 또 다르고, 하루 살고 간 사람은 또 다르다. 다녀 간 자연속학교에서 모든 어린이들이 보이고, 어린이들과 어울려 사는 힘을 확인하고, 선생들의 애씀을 보며, 어른으로서 삶을 되돌아보고, 우리 자식들이 훌쩍 자라는 현장을 보고, 자연속학교 힘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다.
찾아보면 참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많은 교육 활동이다. 그래서 그 부족함을 자연이 대신하고, 자연의 힘으로, 함께 사는 힘으로 넘으려 부단히 애써온 게 자연속학교 역사다. 언제나 정성을 다하지만 언제나 부족함이 보이는 곳이니 언제나 다시 성찰한다.
2020. 5. 26. 불날. 날씨: 안개가 자욱하더니 낮부터는 덥다.
[느림, 여유로움, 느긋함, 한가로움...]
화순 자연속학교 때면 무등산에 올라 서석대와 입석대를 보며 산 꼭대기에서 화산지형을 관찰하곤 했다. 올해는 활동을 줄이고 사람들 많은 곳에 되도록 가지 않으니 우리들만 갈 수 있고, 또 뜻있는 놀이가 있는 곳을 찾았다. 삼 년 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노대승 선생님 도움으로 무등산 자락 만연산 알프스 유아숲체험원에서 우리끼리 재미나게 놀았다. 피톤치드가 가득나오는 편백나무 숲에서 밧줄을 타고 놀이를 하며 한바탕 신이 나게 놀고, 수만리 생태공원에서 아침 일찍 밥 모둠이 싼 김밥을 먹었다. 무등산 오를 때 헉헉 소리가 없으니 누구하나 힘들다 소리도 없고 느긋하니 편하다.
일찍 활동을 마치고 잠집으로 돌아와 긴 자유 시간을 즐긴다. 곳곳에서 함께 하는 활동을 마치고, 햇살은 좋고 바람은 살랑살랑, 곳곳에서 놀고 싶은 대로 노는 모습에 느림, 여유로움, 느긋함, 한가로움, 적당함들이 물씬 묻어난다. 마당 한 가운데 서 있는 400살 느티나무 잎이 살랑거리는 모습과 곳곳에서 뛰고, 쉬고, 즐기는 어린이들이 참 잘 어울린다. 평화로움이 이런 것이다 싶다. 아이들은 쉴새없이 놀다 선생들을 찾고 다시 놀고, 오롯이 자신과 놀이와 동무들 속에 푹 빠져 산다.
저녁 당번이라 식당에서 채비를 하는데, 가장 큰 고민이 두부다. 찌게야 끓여서 간만 보면 되는데, 두부는 아이들마다 선호도가 뚜렷해 남기기 일쑤다. 달걀 입힌 두부지짐을 바짝 구우면 바싹해서 잘 먹겠다 싶어 무리 좀 했다. 두부를 자르고 부침가루 묻혀서 달걀 입혀 지지면 되는 단순한 조리법이지만 수가 많으니 양이 제법 된다. 덕분에 한 시간 넘게 지짐판 앞에서 기름 냄새 맡으며 바쁘게 손을 놀렸다. 만세~ 결과는 두부가 하나도 안 남았다. 아이들이 맛있다며 다 먹은 게다. 까다로운 녀석들이라 맛없으면 안 먹는데. 나도 두부 즐기지 않는 편인데 맛있어서 더 먹고 싶었는데 없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2020. 5. 27. 물날. 날씨: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데 낮에는 더운 날이 반복된다.
[역사 속으로]
아침 일찍 아침 산책으로 야사리 500살 은행나무를 보고 왔다. 까마득한 역사를 지켜봐 왔을 은행나무와 아이들 풍경은 언제나 잘 어울린다. 야사리 마을은 고려시대에 형성된 곳인데 은행나무는 그보다 한참 뒤에 심어졌다고 쓰여있다.
아침 나절에는 고향집 작은 텃밭 일로 몸을 풀었다. 맛있는 얼음과자를 새참으로 먹고, 텃밭에서 머위를 따서 껍질을 벗겨 5학년 자람여행을 돕는 장아찌를 만들 채비를 했다. 저녁 때 장아찌를 바로 담았으니 자람여행 노잣돈으로 잘 쓰이겠다.
점심 먹고 쉬는 때에 화순지오초 선생님들이 새참을 들고 오셨다. 지난해 맺은 인연으로 꿀수박을 네 통이나 가져오셨다. 지난해 우리 학교를 올 때도 화순에서 난 참기름 들기름을 들고 오셨는데 이번에도 우리 아이들을 챙겨주신다. 우리 경험을 들려주는 연수를 해준 인연이 이어지고 있으니 고맙기만 하다.
낮에는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공원에서 숨바꼭질하며 역사 공부를 했다. 뒤이어 맛있는 새참 꿀수박을 실컷 먹었다. 햇살이 뜨겁긴 해도 하늘이 그림 같다. 조금 일찍 닿은 2학년, 3학년 어린이들이랑 고인돌 끄는 도전을 했다. 역시 표정이 예술이다. 온 힘을 다해 끌었으니 선생은 0.1미리, 1미리 정도는 옮겼다고 해도 믿는다. 괸바우 지석묘 거북바우 두꺼비 바우 고인돌의 또 다른 이름들을 찾고 고인돌 공원에서 역사를 배운다. 약 3만여개 우리나라 고인돌 가운데 약 2만2천개가 전남에 있다. 기원전 1200여년 전 고인돌 뒤에서 못찾겠다 꾀꼬리. 잘 숨는 어린이들 덕택에 땀이 난다.
아침산책부터 줄곧 역사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2020. 5. 28. 나무날. 날씨: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데 낮에는 더운 날이 반복된다.
[텃밭 일과 국립5.18민주묘지 그리고 밤탐험]
아침 당번은 6시 30분에 일어나서 밥 채비를 한다. 어린이들이 학년 없는 모둠으로 살아가는 자연속여행기숙학교는 모둠을 짜서 밥당번도 돌아가며 차례대로 한다. 이끔이 노릇하는 높은 학년 어린이들 노릇이 크니 언니 형 따라 배우는 것도 많다. 교사들도 번갈아가며 하는데 일찍 자고 일어나는 어린이들과 달리 하루 되돌아보기와 아이들 살피는 이야기, 다음날 흐름 다시 확인하고 챙기다 보면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된다. 일찍 일어나 밖에서 노는 어린이들 소리에 잠을 자기도 어렵다. 그래서 틈 날 때마다 쉬고 몸을 챙겨야한다.
아침 당번이라 일찍 식당에 와서 채비하는데 3학년 선율이가 왔다.
"어 밥당번 모둠인가요."
"아뇨. 그냥 도와주러 왔어요."
때마다 설거지 공장이라며 다른 어린이들 설거지도 해주곤 하는 마음 씀이 큰 어린이인 줄 알고 있지만 그때마다 감격한다.
오늘도 삼백살 넘은 느티나무를 천천히 걸으며 아침 산책하는 어린이들 풍경에 오늘 하루도 감동 속에 살겠다 싶다.
아침 공부로 텃밭 일을 했다. 야사리 마을 주민께서 아이들에게 일거리를 주셨다. 지난해 작두콩밭 이랑 비닐씌우기를 도와드렸는데, 올해는 작두콩밭 고랑 비닐 씌우기다. 오는 때가 한 달 늦었는데 작두콩이 자리를 잡아 잘 자라고 있다. 넝쿨장두콩과 앉은뱅이작두콩이 넓은 밭에 가득이다. 덕분에 지난해 한 모둠이 작두콩 농사를 지어 작두콩차를 맛있게 먹은 게 생각난다. 5학년이 이끔이가 되어 척척 일하는 솜씨가 정말 어린이농부들이다. 일 나누기를 알아서 잘 하더니 어른농부 못지않게 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 일하기에 좋더라. 일하기 원칙을 지켜가니 일이 재미난다고 한다. 일한 뒤 먹는 새참이 꿀맛이란다. 맛있는 새참에 일할 맛 나는 밭 일~ 에고 아이들 도움받았다시며 금일봉을 안겨주시는 마을 어른, 고마움이 켜켜이 쌓여간다.
일하기 교육 원칙에 더한 새참과 격려와 칭찬이 살아난 하루다. 지난해 일하기 교육 원칙에 더한 새참과 격려가 서로를 힘나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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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교육의 원칙(이오덕)
일하기를 가르침에는 반드시 유의해야 할 원칙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모든 사람이 다 해야 한다. 한 사람도 빠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한 학급을 단위로 하는 교육이라면 그 학급 어린이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둘째, 학습하는 사람의 힘에 맞게 해야 한다. 나이(학년)에 따라, 때로는 남녀와 개인별 신체 조건까지도 생각해서 일의 양이나 내용이나 정도를 달리 할 수 있어야 한다. 결코 힘에 넘치는 일을 하도록 할 것이 아니다.
셋째, 앞에서도 말한 바이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 결코 어떤 결과를 얻기에 바빠서는 안 된다.
넷째,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 예상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일에 지쳐 있거나 일하기가 지겨운 상태에 되었으면 곧 그만두는 것이 좋다.
다섯째, 보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마땅히 어릴 때부터 일을 하게 해야 하고, 어릴 때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손발을 적당히 움직여 일을 함으로써 몸이 자라나게 하고, 지혜가 늘도록 하고, 세상을 알게 해야 한다. 이것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고, 참교육이다.-이오덕>
여섯째, 일이 즐거운 놀이가 되도록 끊임없이 잘한다 칭찬과 격려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일할 맛이 나도록 애써야 하며, 다 함께 힘을 합쳐 일하도록 하되 일하는 기운을 보장해야 한다.
일곱째, 새참은 넉넉하게 챙기고, 계절마다 일하는 날에 맞게 입이 즐겁고 일할 맛이 나는 새참을 먹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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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근현대사 공부를 이어간다. 코로나 시절이니 미리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확인하고, 입코가리개 하고 가능한 시간대에 방문하니 우리밖에 없다. 참배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의 역사를 듣는다. 나오면서 한 어린이가 선생에게 그런다.
"선생님 과거로 가서 사람들을 살리면 좋겠어요."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역사에서 우리가 배우는 교훈은 현재의 삶을 결정한다.
밤에는 어린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밤탐험 시간이다. 밤이 있기에 낮이 있음을, 밤하늘에 별자리를 알아가며, 협력해서 힘을 모아 하는 밤탐험놀이로 추억을 쌓고, 기다리던 밤탐험 새참에 신이 나는구나.
긴 하루다.
2020. 5. 29. 쇠날. 날씨: 낮에는 덥다.
[내가 만든 두부, 그림 그리고 보쌈 먹기]
아침 공부로 예전에 4년 동안 잠집으로 썼던 수만리 들국화마을에서 두부를 만들었다. 토종콩을 불려 맷돌로 갈아, 가마솥에 불을 때서 전통 방식으로 한다. 아궁이, 부뚜막, 부지깽이, 솥뚜껑, 가마솥, 요즘 도시에서 보기 힘든 것을 보며 사라져갈 낱말을 익힌다. 간수, 단백질, 혼합물, 분리, 액체 고체 기체, 응고를 알아가며 콩물, 끓인 두유, 순두부, 두부 만들기 과정을 모두 해보며 맛있는 두부를 만들어 먹는다. 학교에서도 콩농사를 지어 두부를 만들어먹으며 공부한적이 있지만, 시골 할머니가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하는 과정은 특별하다. 집에 가져간다는 효자들이다.
낮에는 날마다 보며 마음 속에 담고 그늘 속에서 놀던 야사리 느티나무를 그렸다. 어린이들과 그림을 그릴 때는 언제나 그렇듯 동기부여를 일으키도록 칭찬을 쏟아 붓고, 그림 그릴 때 도움되도록 특징을 잡아줘는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더욱이 조금 어려운 사물을 그리는 도전을 할 때 더 그렇다. 이번에도 자기 성취감으로 긴 시간 그림을 그려내는 어린이들이 많다. 어린이는 화가다.
낮에는 새참으로 보쌈을 먹는다. 아이들이 해마다 화순 자연속학교 별미로 기억한다. 까닭은 늘 아이들에게 보쌈 선물을 주는 양승오 아저씨 덕분이다. 2015년부터 6년째 한 번을 거르지않고 찾아주는 멋진 아저씨는 내 동무다. 한주엽 선생이 기가 막히게 삶아서 정말 맛있다. 다들 배가 쑥 나왔다. 양이 많아 마을과도 나누니 또 좋다. 고마운 친구 승오는 우리 아이들에게 보쌈 아저씨가 됐다.
2020. 5. 30. 흙날. 날씨: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고 낮에는 무척 덥다.
[자연은 가장 큰 스승이자 학교다]
봄 화순 자연속학교(자연속여행기숙학교), 날마다 밥 짓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자기앞가림과 귀기울여듣고 뚜렷하게 말하며 다 함께 살아가기를 실천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코로나19로 건강과 안전을 더 조심하는 때 자연을 위대한 스승으로 일과 놀이로 훌쩍 자라 도시 속 사랑하는 부모님 품으로 돌아간다.
<자연은 가장 큰 스승이자 학교다.>
맑은샘학교 어린이들과 선생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마다 때마다 집을 떠나 남쪽으로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는 하동, 무등산 화순, 남해, 해남과 청산도, 진도, 동쪽 주문진, 북쪽 원주와 인제, 서쪽 춘장대와 덕적도, 나라 가운데 괴산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열흘을 함께 사는 자연 속 기숙학교를 열어왔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들살림, 산살림, 갯살림을 배우며 어린이 스스로 제 삶의 주인이 되어, 계절에 따른 자연과 삶의 변화를 겪고, 그 고장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며, 모둠살이를 깊이 느끼고 배운다. 집을 떠나 때론 불편하고 힘든 곳에서 어린이들 스스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청소를 하며 함께 자고 먹고 놀며 일한다. 해마다 줄곧 자연 속으로 떠났으니 오래 다닌 아이들은 삼십 번이 넘게 자연 속 학교를 다녔다. 그래서인지 철이 바뀌면 아이들과 선생들은 자연 속 학교를 기다린다.
가끔 어린이들이 그렇게 길게 자연 속 학교를 가는 까닭을 많이 분들이 묻기도 하고 여행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우리는 어린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여기고 도시 속 대안학교에서 어린이 삶을 가꾸며 부모가 함께 자라기를 바란다. 그러나 경쟁과 소비의 유혹이 넘치는 도시 속 대안학교가 갖는 어려움을 뛰어넘고자 자연 속 기숙학교를 자주 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놀고 일하며, 기숙학교의 장점을 살려 자연이 주는 건강, 감성과 버릇을 어린이 삶을 가꾸는 큰 힘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가는 자연 속 학교가 스쳐 지나가는 여행과 한 번 하고 잊어버리는 체험으로 끝나기를 바라지 않기에, 우리는 같은 곳에 줄곧 가서 우리 아이들을 따듯하게 맞아주는 마을과 어른들이 있고 삶이 있는 곳에서 들살림, 산살림을 배운다. 뭐든지 줄곧 할 때 배움이 있고 삶이 있는 법이다.
자연 속 학교 때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놀며, 선생들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아이들을 살피고 이끌며 일거리와 놀거리를 찾아 배움으로 버릇으로 이어지도록 애를 쓴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 주인으로, 더불어 사는 힘을 길러 도시로 돌아오면 도시와 자본과 소비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살며시 들어있기를 바랄 뿐이다.
첫댓글 비록 2박 3일만 함께 했지만 마음 속에는 아주 긴 여운이 남아요.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여름에는 더 긴시간을 도전해 보렵니다🙂
하루종일, 밤이나 낮이나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일이 저한테는 저글링처럼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요... 보는 사람들은 즐겁지만 본인은 진땀 나는 ^^ 거기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참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