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나무는 그림책이고,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동화책입니다.
두 권 다,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접하게 된 책입니다.
빨간 나무는 아이들의 우울한 감정을 전체적인 분위기로 잡고 있습니다.
사실 그림책이라는 틀에서 설명 하려니까, 대상이 아이가 되었지만,
어른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우울한 감정의 공통적이고 핵심적인 부분만
골라서 그려 놓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없고,
나를 이해해 주는 이 하나없이 내 주위에는 기계들만 움직이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같은 자리를 맴돌고,
끔직한 운명은 점점 다가오고,
그러다가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지고,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나를 피해 가는 것 같고,
그러다 내가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 모르겠고...
이런 식으로 종잡을 수 없는 우울한 감정들을 들추어 냅니다.
그러다가 작가 숀탠은 마지막 장에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우울한 상황 속에서도
네가 바라는 바로 그 모습을 찾게 될 것라고..
바로 희망의 모습을 말입니다.
숀탠은 그 희망을 빨간 나무로 그리고 있습니다.
결말의 반전이 참으로 인상적인 이 작품은
어둡고 우울한 감정을 표현한 그림책답게 그림이 상당히 괴기스러우면서도
우스꽝스럽습니다. 한마디로 그로테스크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책은 우울할 때 보면 오히려 살아갈 힘을 얻을 것 같은 책입니다.
마치 슬픈 일이 닥칠 때, 억지로 울음을 참으려 하면 더 슬프고,
오히려 펑펑 울 때, 슬픔이 가시는 것처럼..
'너 우울하구나.. 나두 그래.. 나도 우울하면 정말 슬프구 화가나구 괴로워.
하지만 희망이 있잖아'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버드나무에 부는 나무는 작가 케네스 그레이엄이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 주기위해
편지로 이야기를 쓴 것입니다. 특히 곰돌이 푸우로도 유명한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가
이 이야기의 삽화를 그렸습니다.
버드나무에 부는 나무는 한 작은 강을 배경으로 그 곳에 사는 작은 동물들(두더지, 물쥐, 두꺼비, 오소리)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동물들은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습니다.
두더지는 사려깊고, 소심하며,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어머나 세상에, 어머나 세상에'라고 소리치며 놀라워 합니다.
물쥐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는 것을 싫어하고, 의리가 있고, 책임감이 강합니다.
두더지는 부자지만 사고뭉치로 늘 새로운 일을 벌리지만, 늘 금새 싫증을 냅니다.
오소리는 다른 동물들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에게 존경을 받습니다.
이야기가 전개 될 수록 각각의 개성은 더욱 독특해지고 섬세해집니다. 마치 캐릭터가 살아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거기다가 작가 그레이엄의 뛰어난 글솜씨가 더해져 한번 이 책을 잡으면 쉽게 손을 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실 제가 만들고 있는 동화책이 미완성 상태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을 때, 이 책을 읽고 상당한 자극을 받은 책입니다. 이것 또한 한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첫댓글 이 빨간 나무의 작가는 (그 성향이) 참 독특한 것 같더군요. 아직 읽어보진 않았어요. 오픈키드에 가서 맛보기로만 봤죠. seju님이 권하시니 꼭 읽어보겠습니다. 두 권 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