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동 '돼지족발'골목
족발 제국의 밤은 길다
돼지족발이 사태가 났다.
온통 가게마다 돼지족발이 가득가득하고 사람들이 가득가득하다.
족발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연방 썰어대고 있다.
보기에도 탄력 있고 먹음직스럽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돼지의 족발이라 여간 쫄깃할까?
돼지족발은 모두 여기 모인 듯하다.
광복동 거리를 쭉 올라가다보면 부평동 사거리.
곧이어 돼지족발집 간판이 보이는 골목과 연결된다.
이곳에 부산 최대의 족발골목이 있다.
일명 부평동 돼지족발골목.
부평동 족발골목의 시초는 1983년 조그마한 가게로 시작한 '한양 족발'이 원조라는 통설이다.
특유의 구수하고 은근한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기에,한집 두집 생겨나기를 열서너 집.
이제는 여덟 집이 대형화 하여 족발 제국(?)을 이루고 있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족발골목이 형성되어,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한때 퇴근한 직장인들이 직장 상사 대신 족발을 질겅질겅 씹었다는 일화가 있듯이,
족발의 쫄깃하고 쫀득한 맛은 남녀노소가 익히 알고 있는 맛이다.
휴일이면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을까 싶게,가게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돼지족발만큼 사람 손을 타는 음식도 없을 듯하다.
족발은 그 재료 선정에서부터 까다롭다.
우선 큰 돼지의 족발은 쓰지 않는다.
터벅하기 때문이다.
수퇘지도 쓰지 않는다.
지방이 적고 조금 질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을 때도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하루 종일 은근한 불에 족발을 익혀야 하고,중간중간 족발에 장을 끼얹어야 한다.
그래서 가게마다 자신들 특유의 장으로 족발의 맛을 내는데,그 장맛이 족발의 맛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족발은 재료와 장맛과 정성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비로소 제 맛을 내는 것이다.
그 족발의 맛을 본다.
깻잎에 족발고기를 고추냉이 장에 푹 찍어 얹고,마늘,땡초,양파를 곁들여 한입 크게 먹는다.
우선 구수하다.
그리고 향긋하고 은근하다.
육질의 쫄깃함과 탄력성은 어느 부위의 고기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씹는 맛과 육즙의 맛이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을까?
그래서 누구나 사랑하는 음식인 것이다.
최근에는 여성들과 젊은층을 겨냥한 냉채족발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돼지족발에 오이,양파 등의 야채와 해파리 그리고 마늘겨자소스를 곁들여 내는데,그 맛이 새콤달콤하여
모두들 반기는 음식이다.
한양족발을 끼고 도는 골목 주변에는 온갖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없을 정도로 취급하는 음식도 다양하다.
아귀찜과 돼지갈비는 전통적으로 유명했고,양곱창,닭집도 제법 세월을 이겨냈다.
최근에는 오징어 회를 비롯한 해물집과 붕장어 구이집이 골목을 형성 중이고,
빈대떡집도 만만찮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그중에 이색적인 맛집도 몇 집 보인다.
우선 홍어회집.
전라도 어느 섬이 고향인 주인장의 손맛이 여간 매운 것이 아니다.
본토의 지독한 맛은 아니지만 제대로 삭힌 때문에,
급하게 먹으면 입안이 헐 수도 있는 독한 맛의 홍어회를 맛 볼 수 있다.
홍어탕도 특유의 구린 맛이 여간 아니다.
수저를 바쁘게 만드는 맛이라 하면 표현이 될까?
그리고 민물 매운탕집.
우선 각종 민물고기를 푹 고아 내린 어탕과 그 어탕에 국수를 말아내는 어탕국수는,
속풀이에 더 이상 가는 것이 없을 정도다.
몸이 안 좋을 때는 엄나무 삼계탕이 좋고,술 한 잔에는 빠가사리 매운탕과 피라미 튀김도 먹을 만 하다.
깊어만 가는 가을이다.
식욕의 계절답게 돌아서면 출출하다.
저녁이 되면 한 잔 술도 생각나고,맛 나는 음식도 먹고 싶은 시기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맛 있는 음식으로 맛깔스러운 세상을 구가해 보시라~.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