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른 모습으로 자리매김!
현대에서 출시한 포레스트 캠핑카
사람들의 취미 활동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고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일년에 한 두번 유명 관광지를 찾는 정도의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행태들이 못마땅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답답한 일상생활을 잊고 자연과 함께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어리거나 혹은 정년 후의 여유로운 시간이 있는 부부에게는 이 여행의 동반자로 캠핑카를 갖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독일 카라반 살롱 P2 주차장, 캠핑 사이트의 풍경
자동차 보급률이 낮았던 30여년 전만해도 여행을 다니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고 연중 행사로 텐트를 짊어지고 산과 바다를 찾곤 했다.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전국 어디든 자유롭게 텐트를 치고 야영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유명 관광지 주변에서는 자릿세라는 명목으로 일정 비용을 요구했지만 그 당시만해도 숙박비보다는 저렴했고 찾아갈 곳은 많았다.
2000년 전후로 국내의 아웃도어 시장과 캠핑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게 된다. 자동차의 보급은 물론 여가 활동에 대한 요구, 2004년 이후 주5일제의 시행으로 주말이면 어디로 떠나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가 되었다.
캠핑에 있어 오토 + 캠핑이란 용어가 생긴 것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단순히 텐트를 치는 것이 아니라 텐트 옆에 자동차까지 세우게 되면서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SUV를 선호하게 된 점에는 사륜 구동의 장점 외에도 넓고 여유로운 적재공간 확보도 한 몫하게 된다.
캠핑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형태를 보인 것은 아니다. 좀 더 자연으로 들어가 쉴 수 있는 백패킹 형태와 알파인, 미니멀 스타일은 등산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있었고 터널형 캐빈 텐트를 시작으로 텐트는 점점 사이즈를 키우며 리빙쉘 타입의 거실까지 갖춘 모습으로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7미터 전후의 사이즈도 부족할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텐트를 매고 다니던 시절이라면 이런 형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 타프가 등장하고 의자, 테이블, 야전 침대, 에어매트, 바비큐, 화롯대 등의 수많은 장비들이 더해지면서 좀 더 넓고 큰 SUV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성장한 것이 바로 면허가 필요없는 소형 카고 트레일러와 텐트트레일러, 팝업 캠핑카, 루프탑텐트 그리고 1톤 화물차 베이스의 캠핑카와 트럭캠퍼까지 이 시장은 확대, 발전하게 된다.
국내 알빙 문화가 지금의 수준에 이르기 전에 이미 차박문화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나름의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차박의 경계는 살짝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최근 들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시점의 차박 문화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말 그대로 차에서 자고, 쉬는 활동이었으며 장거리 여행보다는 단기간의 여행 혹은 낚시 등의 취미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휴게소에서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이는 정도를 차박이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 알빙 시장에서 카라반, 캠핑카, 세미 캠핑카, 차박 스타일의 모델들이 제작된 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다. 가족 모두가 생활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시설과 공간이었지만 취미 활동을 위한 충분한 적재 공간에 편안한 취침이 가능하고 난방이 가능하며 간단하게나마 조리를 할 수 있어 그 장소를 벗어나지 않아도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산 캠핑카의 베이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출발하게 된다. 스타렉스 계열 혹은 카니발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이즈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루프를 절개하여 팝업 텐트를 설치한 이런 모델들이 상당히 인기를 끌게 된다. 밴텍, 성우, 오텍 등 특장 전문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런 형태의 세미 캠핑카들은 가성비가 높고 유지, 보관, 관리에 상당히 유리한 모습이었다. 현재는 경차 베이스까지 차박형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승차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며 국내 알빙 시장은 달라진 변화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활성화를 위한 자율성보다 규제가 우선시 되고 있는 모습이 아쉽다.
차박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에는 캠핑카의 구입 비용과 유지, 관리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차박의 감성적인 측면과 멋진 모습은 차박 문화에 대한 올바른 접근보다는 양적인 증가세와 함께 사회적인 문제를 낫게 된다. 언택트 시대의 여행에 대한 갈증은 해소할 수 있을지 몰라도 쓰레기 처리, 오폐수, 자리 선점, 무분별한 취사 행위, 노상방뇨, 음식물 쓰레기를 양산하며 전국을 오염시키고 있다.
국내 캠핑 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알빙 시장으로 넘어오려는 수많은 예비 알비어들이 있고 차박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나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동일한 공간을 나누어 써야 하는 것이다.
텐트 캠핑, 차박, 알빙 이름도 다르고 생활의 형태는 달라질지 몰라도 대한민국이라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만나게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야기시키고 있다.
여기에 캠핑장은 만석에 가까울 정도로 예약률이 높고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7만 원까지 캠핑장 비용을 받으니 숙박 시설과 맞먹는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활동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아진다. 단순히 공간만을 공유하다보니 서로의 생각 차이와 내가 내돈내고 왔으니 실컷 놀고 가겠다는 일탈 행위로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 마찰로 이어진다. 고성방가에 음주가 이어지고 편하고자 하는 마음에 밤새도록 발전기를 돌리는가하면 오폐수 무단 방류, 흡연, 음주, 화재 등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이 불가피할 정도로 이 시장은 혼탁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왕래가 비교적 적은 20대의 주차 공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동차만 주차 된다면 20대가 이용할 수 있지만 자동차 옆에 의자라도 한 두개 꺼내고 앉는다면 그만큼의 주차 공간은 사라지고 이용하려던 사람들의 불만은 커질 것이다.
모두가 떠난 후 남아있던 차박 유저가 취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확장 텐트를 결합하고 캠핑카의 어닝이라도 펼친다면 다음날 아침부터 마찰이 일어나게 된다. 지인들과 모여있는 경우는 더욱 가관이다. 자동차 2~3대를 연결하고 간섭을 줄이기 위해 벽을 막는 동시에 술판이 벌어지고 고성방가가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노지라도 이런 모습은 이어질 수 있다. 나에게 좋아 보이는 장소는 남들에게도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 주변을 말끔하게 원상태로 치운다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지만 떠난 장소에는 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기 마련이다. 쓰레기 봉지, 박스, 음식물 쓰레기, 불피운 흔적에 술병들과 함께 훼손된 자연이 남아있다.
이런 취미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들이 다 하니까, 해보고 싶어서 따라하는 것이라면 좋은 모습을 따라해야지 나쁜 모습, 내가 편한대로 이 행위를 이어나가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차라리 일정 비용을 내고 지정된 공간에서 안전하게 익히길 바란다.
차박이라고 해서 내가 원하는 모든 장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개념은 절대 아니다. 이는 캠핑카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개념없는 캠퍼라 해도 아무 곳에서나 텐트를 치고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지낸 당신의 하루 때문에 다음에 그 곳을 찾은 누군가는 발길을 돌려야 할 수 있다. 어지르는 사람,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입장을 바꾸어 내가 지역 주민이라면 우리 동네에 와서 쓰레기만 쌓아놓고 가는 외지인들이 곱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본인이 소유한 사유지, 예약한 캠핑장 사이트가 아니라면 외부에 장비를 꺼내놓지 말기를 권해본다. 내 입장에서는 편할지 몰라도 당신이 확보한 그 공간만큼 다른 이들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방파제, 강가, 노지, 주차장, 공원 그 어디라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차박하는 사람 옆에 캠핑카를 바짝대고 불편을 주고 있는데 그 옆에 대형 트레일러가 들어와 완전히 가린다면 당신은 어떤 마음이 들까? 서로간의 이해가 필요하고 서로의 공간을 방해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에티켓은 지켜주어야 서로가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연일 쏟아지는 미디어의 환상보다 내 주변을 한 번 돌아보는 자세를 강조해본다.
캠핑과 차박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차박에 장비를 더하면 캠핑카, 카라반과 같은 알빙이 되고 알빙에서 미니멀로 세팅을 하면 다시 차박, 캠핑으로 돌고도는 만큼 서로를 다른 시선으로 보지 말고 같은 공간을 나누어 쓰는 이웃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누구랄 것 없이 이 활동을 하는 모두가 쓰레기를 치우며 지킬 것은 지키는 작은 행동하나, 실천이 이어져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알게 되었듯, 나는 모두와 연결된 유기적인 연결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내 행동 하나의 작은 파장은 누군가에게 이어지고 이런 연결고리는 다시 나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모두의 생각과 가치관은 다를지 몰라도 우리는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을 나누어 쓰고 있음을 ... 지킬 것은 지키며 아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