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일본정부 거짓말 그대로 받아들여"…한국 통상전문가들 라인 문제 분석 / 5/13(월) / 한겨레 신문
[인터뷰]김양희 / 대구대 교수·전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야당의 반일 감정적 접근도 일본 우파의 반감만 키울 뿐" 일본, 해외투자기업의 강한 관심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압도적인 사용자 수를 가진 메신저 앱 '라인'의 운영기업 '라인야후'의 데이터 보안 문제를 제기하며 일본 정부가 네이버 지분을 매각하도록 사실상 압박하고 있는 문제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한일 경제관계 전문가인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전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는 이 문제의 본질은 일본 정부가 안보를 명목으로 자국 내 외국 투자기업의 경영과 자본구조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것을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한국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일본 총무성이 강제로 해외 기업에 관여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더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일본은 이번 건이 데이터 보안이라는 경제 안보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일본측에는 경제 안전 보장에 대한 실제의 염려는 있다. 만약 일본의 야후가 한국에 진출해 데이터가 유출됐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반응할까. 우선은 일본의 데이터 안전보장에 대한 우려는 이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보수파들이 한국의 네이버와 관련된 라인 야후가 일본의 주요 인프라를 쥐고 있는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우려했다는 것도 문제의 근저에 깔려 있다. 일본에서는 LINE 야후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일본 기업 46만개가 라인 야후를 기반으로 하는 라인웍스를 채팅, 메일, 주소 관리, 고객 예약 일정 관리 등에 사용하고 있다. 가나자와시, 아이치현, 오사카시 등의 지방 자치체나 지방 의회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이 일본의 중요한 기본 인프라를 쥐고 있는 것이 불안하고 싫은 것이다」
- 한일 안보협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일본은 안보에 있어 한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가 아닌가.
「한일과 한미일은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유사국(like-minded countries)임을 강조하며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열어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개입해 한국 기업에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분명 무리다. 일본이 한국을 그렇게 본다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에서 이 문제를 반일감정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문제에 이토 히로부미의 비유를 들거나 독도 방문 등으로 접근하는 야당 지도자(의 대응)는 일본 우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네이버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일본에서 LINE 야후가 한국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 더욱 강조되고, 이를 계기로 네이버와의 관계를 확실히 끊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 일본 총무성의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총무성의 조치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네이버와 결부되어 있는 LINE 야후에서 일부의 시큐러티 문제가 있었다고는 해도, 총무성의 대응은 과잉이라고 보여진다. 이미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경영권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 매각으로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라인 야후는 기술과 콘텐츠 면에서 네이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도 그런 이유 때문에 네이버와 경영 통합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총무성이 이렇게 단기간에 관계를 끊으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 이번 문제에서 소프트뱅크의 입장은 어떤가.
「그 점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총무성의 요구대로 단기간에 네이버와 라인야후가 관계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프트뱅크가 애초 네이버와 손을 잡은 것은 네이버의 인프라, 클라우드, 다양한 네트워크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무성이 이처럼 강제로 모두 끊는 것은 소프트뱅크에 있어서도 큰 타격이다. 게다가 소프트뱅크가 자본과 기술로 홀로서기를 하면 라인 야후의 보안이 강화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고려해 일본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있다.
「네이버 측도 이 문제가 큰 주목을 받는 것을 원치 않고 한국 정부에도 조용히 대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고려해 저자세로 대응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도현 제2차관이 뒤늦게 내놓은 우리 정부의 입장은 전혀 말이 안 된다. 강 차관이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주식 매각이라는 표현이 없음을 확인했는데" 라고 말한 뒤, 그래도 한국 기업에 압력으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상황을 심각하게 호도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일본 정부의 주식 매각 압력은 이미 드러났고 일본 행정지도 공문에도 분명하게 "자본관계 해소" 라는 표현이 있다. 일본 정부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과학기술부 차관이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총무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나 다름없다」
- 이제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강제로 해외 기업에 관여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는 신호를 강하게 분명히 보내야 한다. 이 문제가 총무성의 입장대로 일방적으로 처리돼서는 안 된다. 보안 전문가, IT기업 전문가, 시민이 모여 공론화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일본 정부가 이런 식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해야 한다. 지금은 한국 정부가 강력하고 명확하게 한국 기업을 적절히 보호하고 있다는 신호를 일본에 보여줘야 한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일본이란 나라가 안보를 명목으로 외국 기업이 출자한 라인 야후라는 기업을 어떻게 처할지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언급해야 한다. 일본에 투자한 많은 해외 기업에도 초미의 관심사라는 점을 일본 정부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