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고스*
황순각
갈라파고스가 교신을 시도해왔다
아파트에 살면서 누구도 만나지 않았더니
아래 위 옆에 사람들이 서식하고 있으나
그들 발 망치질이나
억제하지 못해 갈라진 고음이
벚꽃처럼 흩날릴 때 외엔 정적이다
묵음과 소음이 교차하며 만들어 내는 체크무늬는
일상의 관전 포인트
로켓속도로 현관 밖에 결집하는 택배와
성능 우월한 암막 커튼 덕분에
종일 태양을 안 만나도 되는 날이 늘어간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나
첨단 설비 후 스스로 닫아 걸은 무인도에서
비대면 업무 클릭
맛 집 클릭
눈에 잠이 달아나 버린 밤에는
클릭, 클릭, 클릭
어느 날 우편함에
아파트가 갈라파고스 제도 속으로 편입되었다는
통지서가 꽂힌다
* 아파트와 갈라파고스를 합성한 말
--애지 여름호에서
갈라파고스 제도는 에콰도르의 영토로 남미 대륙에서 서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태평양에 위치한 제도이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처럼 이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고유종들의 천국이라고 한다. 갈라파고스는 대륙과 완전히 격리된 덕분에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했고, 갈라파고스 땅거북과 바다 이구아나, 푸른발부비새와 갈라파고스 펭귄 등이 살고 있다고 한다.
1978년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제도를 도입했을 때 세계자연유산 제1호로 등록되었을 만큼 그 보존가치가 인정되고 있지만, 그러나 ‘갈라파고스 현상’이란 자신들만의 우수한 기술과 환경에 빠져 세계시장으로부터 고립된 현상을 말한다.
안식일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안식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고, 도덕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도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다. 역사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역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고, 돈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돈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다. 모든 사상과 이념, 모든 가치와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 인간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 사상과 이념들, 모든 가치와 문명의 이기들이 오히려, 거꾸로 우리 인간들을 구속하고 모든 인간 관계를 다 파괴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갈라파고스 제도’는 태평양 속의 외로운 섬들이 아니라, 서울과 부산과도 같은 대도시 속에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자동차와 버스, 비행기와 기차, 스마트폰과 인터넷과 인공지능 등, 수많은 탈것과 통신수단이 있고 그 사용료를 너무나도 엄청나게 지불하고 있지만, 그러나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너무나도 머나먼 절해고도처럼 단절되어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아파트에 살면서 누구도 만나지 않았더니” “갈라파고스가 교신을 시도해왔다.” “아래 위 옆에 사람들이 서식하고 있”지만, “그들 발 망치질이나/ 억제하지 못해 갈라진 고음이/ 벚꽃처럼 흩날릴 때 외엔 정적”뿐이라고 할 수가 있다. “묵음과 소음이 교차하며 만들어 내는 체크무늬는/ 일상의 관전 포인트”가 되었고, “로켓속도로 현관 밖에 결집하는 택배와/ 성능 우월한 암막 커튼 덕분에/ 종일 태양을 안 만나도 되는 날이 늘어간다.” “사람들이 바글거리”지만, “첨단 설비 후 스스로 닫아 걸은 무인도에서/ 비대면 업무 클릭/ 맛집 클릭/ 눈에 잠이 달아나 버린 밤에는/ 클릭, 클릭, 클릭”--, 마침내, 드디어 “어느 날 우편함에/ 아파트가 갈라파고스 제도 속으로 편입되었다는/ 통지서가 꽂”히게 되었던 것이다.
황순각 시인의 [아파고스]는 오늘날의 아파트와 갈라파고스를 합성한 말이며, 대단히 지적이고 너무나도 충격적인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이제 아파트는 우리 인간들의 주거공간이 아닌 절해고도이며, 우리 인간들의 최후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가 있다. 자동차와 비행기와 스마트폰과 우주왕복선, 온갖 금은보화와 산해진미의 음식들과 우리 인간들보다 천만 배나 더 뛰어난 인공지능비서를 두고 있지만, 그러나 그 어느 누구와도 사랑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며 즐겁고 기쁘게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만든 것은 신을 위한 것도 아니고, 머나먼 외계인들을 위해 만든 것도 아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더욱더 돈독하게 해주고 모두가 다같이 즐겁고 기쁘게 살아가게 해주어야 하지만, 그러나 인공지능은 돈을 위해 존재하지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탐욕의 산물이며, 오늘날의 돈의 충신이 되어 우리 인간들에게 모든 인간성을 박탈하고 전지전능한 신처럼 군림을 하게 된다. 고속버스와 기차표 예매, 축구경기와 콘서트 예매, 자료수집과 여행안내, 로켓배송과 맛집 안내, 주식과 비트코인 매매 등, 오직 두 눈에 불을 켜고 돈을 벌고 돈을 쓰기 위해 “클릭, 클릭, 클릭”하는 돈의 중독자들이 ‘아파고스’에 너무나도 많이 과밀하게 군거하면서, 그 어느 누구와도 인간 관계를 끊고 ‘나홀로족의 고독사’를 택하게 된다.
황순각 시인의 [아파고스]는 최첨단 문명과 문화를 위해 창안된 주거공간이지만, 그러나 우리 인간들의 탐욕으로 대도시 속의 절해고도로 추락한 최후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돈이고, 이 돈에 중독되면 모든 부모형제와 모든 인간들의 목을 다 비틀어버리고, 너무나도 잔인하고 끔찍한 ‘잔혹극’을 펼치게 된다. 왜냐하면 돈은 언제, 어느 때나 자유를 원하고, 그 모든 것을 다 제멋대로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편함에/ 아파트가 갈라파고스 제도 속으로 편입되었다는/ 통지서가 꽂힌다.”
오오, 우리 인간들의 최후의 종착역인 [아파고스]----.
오오, 축하할 일이다!
이 어찌 ‘인간의 소외’와 ‘나홀로족의 고독사’가 우주촌의 대경사라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