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8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겉으로 ‘동반자 관계’니 ‘선린우호’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제 침략의 첫 번째 희생물로 삼았던 독도를 지금도 일본 땅이라고 버젓이 주장하고 있다. 이것 자체가 침략의 야욕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
최근 일본의 한 양심적인 역사학자가 고백했듯이, 일본이 독도를 포함한 대한제국을 식민지화하지 않았다면 한국은 남북으로 분단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제 침략전쟁의 역사적 책임이 이렇게도 막중하고 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아직 자신을 되돌아볼 줄 모르고 있다.
지금까지 한일 과거사 문제는 1965년 일본과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이 그 발목을 잡아왔었다. 소위 한국정부에 무상 3억불을 제공하는 조건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다는 것이 일본 측의 주장이었다.
비단 일본정부 뿐만이 아니었다. 2005년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되기 전까지 한국정부 역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인 양 국민들을 눈속임해 왔다.
그러나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한일청구권협정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피 맺힌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 방패나 구실이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2년 5월 24일 한국 대법원은 피해국 최초로 일제 전범기업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본정부가 당시 한국정부에 제공한 무상 3억불은 ‘경제협력자금’일 뿐이며, 일제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 문제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일청구권협정 자체가 대국민 사기 문서나 다름없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 최고재판소 역시 한국 사법부 입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007년 4월 27일 일본최고재판소는 ㈜니시마츠 소송 판결에서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없다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일본정부에는 입법을 통한 해결을 권하고, 일제 전범기업들에게는 피해 당사자들과 자발적 해결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2월 19일 도쿄신문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공개된 일본 외무성 문서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체결하기 전부터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사죄나 배상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음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진실을 속일 수는 없다. 언제까지 오리 발을 내 밀고 국민들을 속일 셈인가!
안타까운 것은 한국정부의 태도다. 일본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한국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 일본정부에 책임을 돌린 채 마냥 손 놓고 있지 않았는가?
오죽했으면 2011년 8월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매섭게 질책 했겠는가!
어디 이 뿐인가! 단적인 예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제 피해자들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명백히 유효한 것으로 판명된 만큼,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와 명운을 걸고 새로운 협상을 벌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는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해 왔는가!
최근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와 후지코시를 상대로 직접 나서서 소송을 시작했는데, 과연 국가의 존재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자주국가라면 이런 문제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일이지, 굳이 구순을 바라보는 피해자들이 힘겹게 재판정을 오가도록 해야 할 일인가? 한국정부도 나서지 않는 마당에 일본정부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나올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오늘의 뒤틀어진 한일 관계를 파생시킨 장본인은 박정희 정권이다. 강조하건데, 박근혜 대통령은 선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역사적 숙명을 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밝혀지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한일 과거사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할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다.
이제 모든 책임은 박근혜 정부에 달려있다. 우리 일제피해자 관련 단체들은 새로운 역사적 출발선상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삼일절 경축사를 대일 외교 정책방향을 가늠하는 잣대로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국익’ 운운하며 “일본에 더 이상 사과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 함으로써 시작부터 스스로의 직무를 포기한 바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정권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우리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삼일절에 일본군 위안부, 근로정신대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에 대해 일본정부에게 분명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한일청구권협정은 더 이상 핑계도 구실도 될 수 없으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사항이다. 두말 할 것 없이, 헌법을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첫째가는 임무가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이제 그 역사적 시험대에 서 있다. 역사적 평가는 냉엄하며 그 몫은 스스로에게 있다.
< 우리의 요구 >
-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헌법의 의무를 다하라!
- 한국정부는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혀라!
2013년 2월 27일
일제피해자공제조합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대일항쟁기피해희생자전국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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