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잇의 발명-1】
스펜서 F. 실버는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했고 이어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기화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실버는 1966년에 유명한 기업인 3M의 중앙연구소에 수석 화학자로 취직했다.
그는 처음에 5명으로 이뤄진 감압성 접착제를 담당하는 팀에 배속되었고, 이들의 목표는 산업용 초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실버는 우연히 특정 화학 반응물을 권장량 이상으로 첨가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원래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정확히 반대였지만, 실버는 이 실험에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의도치 않게 잘 붙고 잘 떨어지는 속성이 있는 접착제를 만든 것이었다.
실버는 즉각 자신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접착제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 접착제를 당장 어디에 쓸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몰랐다.
붙었다가도 잘 떨어지는 접착제는 실버의 팀이 달성하려는 목표와 정확히 반대였고, 당시에는 아무도 그런 상품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버는 좌절하지 않고 실험을 거듭했다.
그래도 그는 종잇조각을 서로 붙일 만큼은 강하지만 힘을 주면 쉽게 떨어질 정도로 약한 접착제를 만들어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실버는 접착제를 여러 번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실버는 새로운 접착제의 실용적인 용도를 여전히 찾아내지 못했다.
3M의 상품 개발자들 또한 잠재적인 용도를 생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접착제를 포기했다.
그러자 실버는 그동안의 노력은 접은 채 회사 내부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신입 직원들이 자신의 잘 떨어지고 잘 붙는 접착제의 상업적인 용도를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버는 3M 안에서 ‘끈질긴 사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흘렀어도 사람들이 제안한 실용적인 용도라고는 이 접착제를 스프레이로 만들어 핀을 꽂지 않고도 회사 게시판에 공지를 붙일 수 있게 하자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테이프 관련 신제품 개발 부서에서 근무하던 아트 프라이가 동네 골프장에서 두 번째 홀을 돌다가 동료에게서 실버의 ’신기한 접착제‘에 대해 들었다.
프라이는 테이프로 만든다고 해도 쉽게 떨어져 버릴 접착제에 실용적인 쓰임새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로서 호기심을 느껴 실버의 강연에 참석했다.
강연을 들으면서도 신기한 접착제가 쓸모 없다고 생각한 프라이는 머릿속 한 구석에 이 기억을 처박은 채 지냈다.
이로부터 5년 뒤 일요일 아침
교회 합창단이었던 프라이는 유별나게 지루한 설교를 듣느라 재미가 없어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찬송가책 페이지를 넘길 때 끼워 두었던 책갈피가 빠지지 않게 할지를 궁리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프라이는 어느 순간 실버의 강연이 떠올랐고, 그 접착제를 책갈피에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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