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 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풍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우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이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도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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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쉽게 씌어진 시
좋은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글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외우는 것은 서시뿐이어서 이런 시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마음에 와닿는 시 감사합니다.
노준원(전주) 시인님 ! 감사합니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 몰고'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좋은시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