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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히메노 코토리
경복궁에 간 계기.
1. 태어나서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음.
2. 만 24살의 국내인에겐 무료 개방임, 우리나라에서 자국민에게 해 주는 몇 안 되는 혜택인데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
하여튼 이런 연유로 궁만 조짐.
주변에 청계천이나 한옥마을 등등 관광지는 많았지만 궁만 감.
나는 거동이 매우 느리고 hp가 바닥이라 이곳저곳 여러군데 들르면 금새 지쳐ㅠㅠ
애기에요 응애 >_< 시발 이모티콘 입 왜 삐뚤지?? 다 큰게 애기인 척 해서 그런가.
나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내림.
경복궁역이 더 가깝지만 그냥 좀 걷고 싶어서ㅇㅇ
4번 출구에서 내리자마자 이게 보임.
고종 즉위 40년 칭경 기념비가 보임.
이 긴 이름을 다 외운 건 아니고 검색하니 나옴.
이걸 보는 순간 진짜 서울의 중심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들더라.
광장에서 궁 방향으로 한 컷 찍음.
광화문 너머로 바로 산이 보여서 좋았음.
광화문 광장 양 옆에는 대사관, 극장, 박물관, 경찰 버스 등등이 나란히 늘어서 있는데
조선시대에는 광화문 앞 쪽으로 정부청사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고 함.
이게 사극에 종종 등장하는 거리인 육조 거리임.
아 이거 쓰다가 생각나서 구글 번역기에 '옛날에 백조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 검색하니 진짜 100,000,000,000,001 이거 뜬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그램답게 0과 1로 답하네.
이대로 쭉 직진하면 바로 경복궁이지만 아침을 안 먹고 왔으므로 좀 먼 곳에 있는 유명한 라면집 감.
김치라면 함냐함냐
주먹밥 원래 세갠데 하나 먹고 찍이서 없어.
하여튼 존맛.
아침 겸 점심 먹고 경복궁 감.
일단 경복궁 입구인 광화문에 딱 도착하면 일단 경복궁과 딱 어울리는 산이 보이고, 엄청난 인원의 중국인들이 보임.
그들을 지나쳐서 들어가면 나처럼 직진만 하는 사람은 지나치기 쉬운 매표소가 한 쪽에 있음.
거기에 중국인 + 정확한 국적은 모르겠고 하여튼 외국인 + 히잡 두른 아랍 언니 + 중국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음.
그 사이에 희미하게 끼어들어서 줄 서면 표를 얻을 수 있음.
사람 죤넨 많음. 길 좀 오래 서야 함.
환전을 해서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그들의 앞에서 전세계에 무료 배포 된 내 주민등록번호 새겨진 민증 당당히 내밀면 무료표 받아 들어갈 수 있음.
표 받아들고 직진해서 흥례문으로 입장하면 입장 완료.
근데 뭔가 일이 좀 이상함.
티켓을 끊었으면 티켓을 확인해야 하는데 아무도 티켓 달라고 안 함.
나 닌자 아님. 은신술 안 씀. 그냥 당당히 슥 들어가는데 티켓 검사하는 이가 없음.
원래 이런 건가? 대한민국은 신뢰의 나라, 외국인 여러분의 양심을 믿습니다, 이런건가?
그래서 그냥 감...ㅇㅇ
하여튼 무족권 직진을 하면 그 유명한 근정전이 나옴.
이쯤에서 근정전 사진을 올려야 하는데....
어? 사진이 없잖ㅇㅏ!
안 찍었나 봄.
왜 안 찍었는지 모르겠음. 사진이 없음.
어차피 근정전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잖아. 나 한 사람 정도 근정전 사진 없는 후기 써도 되겠지.
가까이 가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열어놨는데 사람 많음.
중국인+회회인+양이+조선인 다 뒤죽박죽 섞여있음.
들여다보고 싶은데 사람이 많아서 들여다 볼 수 없음.
나는 하얀 히잡 쓴 아랍 언니랑 자리 경쟁했음. 내가 졌음.
결국 아랍언니 사진 찍고 난 후에 올라가서 봤음. 사극에 나오는거랑 비슷함.
근정전 뒤로 감. 사정전이 나옴.
사정전 옆으로 문이 있길래 감. 수정전이 나옴.
여기가 수정전.
예전에 집현전 자리가 여기였다고 함.
자격루가 있던 터도 여기 있음.
나는 여기에서 뜻밖의 역사적인 꿀잼을 알게 되었음ㅎㅎㅎㅎㅎㅎ
수정전, 즉 구 집현전의 위치선정과 관련한 꿀잼.
이것이 근정전, 사정전, 집현전의 위치.
근정전과 사정전은 모두 왕이 집무를 보던 곳.
그리고 집현전은 두 곳과 모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집현전이 있던 시기의 왕은? 세종대왕.
세종대왕하면 그거 있지 않습니까? 은퇴 못한 황희라던가 조말생이라던가.. 집요하게 신하들 착취해서 이룩한 태평성대 이런거 말입니다.
집현전의 위치 선정에서 세종대왕의 국정에 대한 집착이 보였음.ㅎㅎ
정말 쉬지 않고 일했을 듯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장 사무실이 내 책상 바로 앞인 느낌인가? 모르겠네 난 백수라서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집착의 왕은 또 있음.
흥청망청으로 유명한 연산군임.
연산군이 흥청들을 집현전 건물에서 머물게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위치 또한 당연히 저 수정전 위치임.
근정전, 사정전에서 제일 가까움.
ㅇㅇ.... 할말 없음
수정전 바로 위는 경회루임.
전에 갔던 경주 월지에선 연못에 비단 잉어를 풀어놨던데 여긴 비단 잉어는 아니고 그냥 잉어를 풀었더라고.
둘 다 같은 외국 사신 접견 장소 및 연회장인데 말임.
조선과 신라의 분위기 차이에서 오는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생각함.
경회로 다음엔 강녕전 감.
이름에서 느껴지지? 강녕하신가? 강녕전은 이름대로 왕의 침소이다? 사진은 역시 없다?
대신 강녕전 아궁이 찍어 옴. 확실치는 않아 사정전 아궁이일지도.
내가 이걸 왜 찍어왔냐면 아궁이가 우리의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정말 깊더라고. 저런데서 어떻게 불을 피울까? 싶을 정도로.
사람이 들어가서 앉으면 진짜 머리만 간신히 위로 올라 올 정도로 깊음.
아궁이 담당이던 옆방 나인 심옥이가 불 때다가 연기에 질식해서 나인 은퇴한 사건은 없을까 궁금할 정도로 깊음.
아궁이에 계단까지 있음.
강녕전 바로 뒤는 왕비의 방인 교태전임.
왕비의 처소 이름답지 않네. 교태라니? 끼부린다는건가? 지엄한 왕비인데;;; 하고 생각했더니
그 교태가 아니라 주역에 나온 '천지 음양이 조화를 잘 이룬 상태'라는 뜻에서 따온 교태래.
조선 궁궐을 잘 돌아다니다보면 종종 주황색 벽돌로 장식을 한 건물이 나오는데, 그럴 경우 거의 100퍼센트 그 건물은 왕비던 대비던 후궁이던 여자가 사용하던 건물임.
왜 그런지는 모르겠음.
이 건물은 흠경각임.
정조하면 정약용이 있듯 세종대왕에겐 장영실이 있었음.
그 장영실이 편하게 기술 연구 하라고 세종대왕께서 만들어주신 건물임.
내가 이걸 왜 올렸게?
흠경각 위치를 보시죠.
강녕전과 교태전 사이에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현전도 그렇지만 세종대왕 집착 어마무시한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현전은 업무하는 일터 옆에 만들어 놓고 흠경각은 아예 방ㅋㅋㅋㅋ 옆ㅋㅋㅋ에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영실이 면천이 된 게 아니라 세종대왕 사노비로 들어간게 진짜였던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의지가 가득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인은 어디서든 그대를 지켜보고 있으니 호군은 끊임없이 일하라. 이런 느낌임.
장영실이 조선 최초의 공밀레인듯.
(4월 6일 추가. 흠경각은 장영실이 만든 옥루라는 시계가 있던 자리라고 함. 연구소가 아니라...ㅇㅇ..... 어쩐지 생활공간이랑 너무 밀착되어 있더라....)
하여튼 나는 교태전에서 자경전을 거쳐 국립민속박물관으로 감.
한 가지 알아야하는 게 있는데 국립민속박물관은 경복궁 내에 있는 시설이 아님...
경복궁이랑 딱 붙어있어서 그렇지 경복궁 밖으로 나가는 거임.
난 그걸 몰랐음.
박물관은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음. 특히 영상 시설이 잘 되어 있음.
고구려 벽화를 재현한 애니메이션은 진짜 다운 받아서 두고두고 보고 싶더라.
대신 유물류는 좀 빈약한데
이런 선사시대 청동 유물 모형 (원본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음.)
백제금동대향로 모형 (원본 국립부여박물관에 있음)
등등 모형이 많고 민속 박물관이라 그런지 유물류는 적음.
하지만 재현이라던가 체험은 정말 잘 해 놓음.
그리고 밖에 나가면 이렇게 조선시대 무덤 앞에 세워놓은 문인석이 있음.
무덤 지키라고 세워 놓은 것 같은데
ㅎ 조팝임ㅋㅋ
나 같으면 무덤 경호원으로 신라 금강역사 얘를 쓰겠음.
박물관 쓱 둘러보고 다시 경복궁 들어가려는데 어떤 분이 나를 붙잡음.
티켓! 티켓! 하고 외치는게 아 내가 실수로 나온거구나 싶었음.
마침 아까 검사 안 받은 티켓이 있길래 건네 줌.
그러자 티켓 검사하시는 분이 말하심.
"아, 내국인이세요?"
그럼 뭘로 보셨는데요....?
중국인으로 봤나...?
그럴만도 함. 중국인 존나 많음. 내가 중딩때 자금성을 가봤는데 과장 좀 보태서 자금성보다 중국인 목소리 더 많이 들음.
어딜가도 중국인이 보임.
이건 사랑 고백따위가 아님.
진짜 중국인뿐임.
네이티브 중국어 듣고싶으면 경복궁 가면 됨.
이후로 동궁, 소주방, 기타등등 못 가본 구석은 다 가봤는데 사진은 남은게 없네.
중국어 너무 듣다보니 멀미가 났음.
남의 나라 언어듣고 멀미난다고 하면 실례인거 아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진짜 어질어질했단 말임.
여튼 여기는 향원정임.
다리 저거 못 건너.
다리 보니까 생각난건데 작년에 가족끼리 남이섬에 놀러갔단 말이야?
거기 호수? 연못? 여기에 나무다리가 하나 있는데 심장 약한 여시는 그거 타지 마.
다리 출렁거림. 진짜. 올라서는데 다리가 출렁! 함. 줄다린 줄 알았어.
내가 그렇게 무겁나? 하는데 언니가 다리 위로 걸어 옴. 나보더 몸무게 적게 나감. 또 출렁거림.
무슨 기법을 쓴 건진 모르겠는데 목제 출렁다리였음ㅅㅂ
하여튼 멀미를 안고 나는 광화문 광장을 지나 집으로 돌아갑니다...
광화문 광장에 보면 동상이 있잖아.
멀미 때문인지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하더란 말임.
비록 고종때 중건된 것이긴 하지만 광화문이 있고 다음으론 세종대왕, 그 다음으론 이순신 장군.
역사가 남쪽으로 흐르는 것 같았음. 그리고 맨 끝에 있는 역사는 바로 현대사였음.
그 날이 2차 청문회 날이어서 방송을 틀어놨음.
서명해달라는게 있어서 서명하고 노란 리본 바라보는데 위치 잘 잡아놨다는 생각이 들었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여서가 아니라 당연히 이 역사적인 흐름에 노란 리본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그저 과거가 곧 역사라 아니라는 것을 느꼈음. 바로 이 순간에도 역사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으니.
난 수십년 후에도 저 노란 리본 동상이 광화문에 있었으면 좋겠어.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역사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라면 현대사를 기리는 건 리본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월요일 푹 자고 다음 날 창덕궁에 감.
다음 글로 쓰겠음.
첫댓글 ㅋㅋㅋㅋㅋ 심즈에 잡혀왔넹....후
경복궁 짱짱이뽀!
헐 마지막 뭔가 감동적..역사가 남쪽으로 흐르고 있다고..ㅠㅠㅠㅠ
그리고 장영실 세종대왕 사노빜ㅋㅋㅋㅋㅋㅋㅋ진짜 맞는 것 같앜ㅋㅋㅋㅋㅋㅋㅋㅋ궁 위치 보니까 진짜 신기한 거 많다!!!!ㅈㅐ밌다 잘봐써 여시야!!!!!!!!
잘봤어 여시야!! 나도 만간 가야겠다!!
요거보고 심즈에 경복궁 나온줄ㅋㅋㅋㄱㅋㅋ 사진이 넘 심즈틱햇어
며칠전에 다녀왔는데 고궁투어한다고... 또 가고 싶당
모야 라면 개맛이써보여
마지막 문구가 멋지당. 한국 돌아가면 꼭 다시 광화문광장 가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