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재건축 첫 단추 채웠지만 기쁨보다 걱정
조건부 통과 3단지 “서울시 조건 받아들일지 미지수”
10여년간 끌어왔던 서울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개포주공2•3단지의 재건축 정비안이 처음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포시영을 비롯한 개포주공 1•4단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서울시의 요구대로 소형주택(60㎡이하)을 많이 짓게 돼서다.
신축가구의 34.2%를 소형주택으로 짓게 된 2단지는 재건축 초기의 계획과 큰 변동이 없어 이번 결정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2단지 재건축 추진위 이영수 위원장은 “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조합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3단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22.7%)보다 소형신축비율을 5%포인트나 끌어올렸지만 서울시가 더 지을 것을 요구하며 계획안을 조건부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3단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 수치를 써냈기 때문에 서울시 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내부 회의와 주민의견 수렴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는 개포지구 5개 단지(개포시영, 주공 1∼4단지)가 정비계획 심의를 받고 있는 상태여서 개포주공 2•3단지의 정비계획 통과가 가져올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 늘린 가락시영은 안도
전문가들은 신축가구수 대비 소형주택비율 30% 이상이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개포2•3단지가 이 비율을 맞춘 만큼 다른 단지들도 소형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4단지 재건축 추진위 장덕환 위원장은 “신축 가구수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소형주택을 늘리게 되면 기존 소형주택이 적은 단지의 조합원들은 의사와 상관없이 소형 아파트를 배정받아야 해 사업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1단지 박치범 재건축 조합장은 “최근 박원순 시장이나 신연희 강남구청장과의 면담에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던 만큼 모든 단지가 30%의 기준을 적용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희망했다.
소형아파트가 많은 저층단지인 가락시영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재건축 계획안이 통과된 이후 소형주택에 발목이 잡혀 서울시의 결정고시가 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던 차에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 손규만 사무국장은 “서울시 권고에 따라 계획대비 소형 가구수를 500가구 늘리면서 신축 가구수의 35% 가량이 소형이다”며 “이대로라면 조만간 서울시의 결정고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수세 늘지 않고 관망세 여전
재건축이 본격화된다는 소식에도 부동산 시장은 잠잠하다. 매도•매수자 모두 가격 동향을 살필 뿐,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현재 개포주공1~4단지의 매맷값은 모두 지난달에 비해 2000만~3000만원 빠진 상태다.
개포동 정애남공인 정애남 사장은 “매도자들은 호재로 가격이 오르면 팔겠다는 입장이고, 투자자는 소형주택이 많을수록 투자 메리트가 반감되기 때문에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