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샅에 귀 하나 새겨 넣고
박위훈
발라진 울음이 낮다
한 부음이 자정의 담장을 넘는다
귀를 버린 내게 들리는 핏빛 이명
닳아 쉬어 터진 음정을 재생하는 엘피판처럼 어둠은
등을 맞댈수록 무딘 가시를 곧추세웠다
어떤 관절은 새소리를 달여 무릎이 서고
새벽은 음식물 봉투 속 불은 라면 면발을 딛고 온다
이슬의 찬 독배를 마신 돌배나무가
밤의 태엽을 나이테에 감으며 알려주던
당신의 적소(適所)에서부터 어둠이 시작됐다는 말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는 허기이거나 어떤 소외
식어 화석이 된 심장에 온기가 돋듯
활처럼 휜 허기가 어둠의 거푸집을 할퀼 때
달무리를 감싼 주검의 문양을 보았다
부패된 귀로는 새를 부를 수 없어
어둠의 샅에 귀 하나 새겨 넣고 너를 듣는 밤
나이테에 감기는 비명을 사뿐, 물고 가파른 어둠을 딛는
나는, 곤줄박이 노래만큼 높은 것 없다며
발톱을 감춘 나는
야옹이다
*시집/ 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지는지/ 상상인
박위훈- 한국문인협회 회원, 김포문예대학 강사역임, 김포문인협회 이사, 『문예감성』신인상(2013),
《경남신문》신춘문예(2020)당선, 중봉조헌문학상 대상(2023) 수상, (반딧불이)동인,
시집『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지는지』외,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