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저문다. 지금쯤 생각하면 늘 그 해는 다사다난하지만, 누구에게나 유독 잊고 싶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오토타임즈는 2009년 자동차업계의 '잊고 싶은 10대 뉴스'를 선정, 반복하지 말아야 할 일로 분류했다.
1. 77일간의 쌍용자동차 파업
쌍용자동차는 5월21일부터 시작된 77일간의 장기 파업사태 때문에 올해 가장 많이 언론에 노출된 회사가 됐다. 이번 파업은 회사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노조원들이 평택공장을 점거하며 시작됐고, 파업중 계속되는 협상결렬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회사와 노조 양측 모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중재에 나섰으나 무산돼 경찰 강제진압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이 내려졌다. 이에 맞서 노조원들은 자체 제작한 각종 신무기(?)를 앞세워 공격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결국 경찰특공대도 신무기를 투입해 다각적인 진압작전으로 노조를 압박, 막판에 협상을 이끌어내며 파업은 마무리됐다.
2. LPi 하이브리드 참패
현대·기아자동차가 야심차게 선보인 LPi 하이브리드가 시장에서 참패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경우 지난 7월 출시 이후 11월까지 누적판매대수는 4,665대에 불과했다. 12월까지의 예상 누적판매는 당초 목표인 7,500대를 넘지 못할 전망이다. 정부, 기업 등이 나서서 차를 구입했는데도 이 정도에 불과했다. 따라서 개발기간 3년7개월, 개발비용 2,508억원을 투입한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사실상 실패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포르테는 더 암담하다. 올해 판매목표는 2,000대였지만 11월까지 누적판매는 1,094대에 불과했다.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25개월여동안 2,400억원을 투입, 개발했다.
3. 국산차 가격상승, 수입차 가격하락
올 하반기는 국산차, 외산차 가릴 것 없이 유난히 신차 출시가 많았다. 그러나 신차를 보는 기쁨도 잠시. 국산 신차의 가격이 크게 올라 일각에서는 "너무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투싼ix의 경우 구형보다 200만원 정도 올랐고, 쏘나타도 190만~220만원 비싸졌다. 제조사들은 여러 첨단 품목 적용으로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변명했으나 소비자들의 느끼는 배신감은 컸다. 반면 일부 수입차들은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려 국산차와 수입차와의 가격차이가 좁혀졌다. 국산차 가격상승에 반발한 많은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택하기도 했다.
4. 서울모터쇼, ‘빛좋은 개살구’
지난 4월2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된 서울모터쇼는 경기침체의 그늘을 피할 수 없었다. 자금난을 이유로 수입차업체 상당수가 불참해 반쪽짜리 모터쇼가 된 것. BMW가 불참했고, 미국 빅3중 GM과 크라이슬러가 참가하지 않았다. 볼보, 푸조, 포르쉐,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미쓰비시도 나오지 않았다. 세계 최초 공개 신차 9대를 포함해 신차 총 23대, 컨셉트카 14대, 친환경차 31대가 출품되고 약 96만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으나 이 처럼 완성차업체의 참여가 저조해 관람객들로부터 ‘빚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5. 푸조 수입사 한불모터스 워크아웃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수입차업계는 고환율과 자금유동성 위기에다 판매감소라는 3중고를 겪었다. 급기야 푸조 수입사인 한불모터스가 생존을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한불은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과 올해 4월28일 경영정상화 이행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채권금융단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고 2011년까지 채무상환을 유예받았다. 이 회사는 현재 80% 정도 정상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여전히 판매는 부진해 위기의 불씨는 남아 있다.
6. GM대우 마티즈 내수판매 기대 이하
GM대우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며 자신있게 내놓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저조한 판매실적을 내며 1위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마티즈는 국내 경차 기준이 바뀐 2008년부터 모닝에게 뒤지면서 절치부심, 역전을 노렸다. 드디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내놨으나 지나치게 남성적인 외관, 익숙치 않은 계기판 등으로 일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2위에 머물러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와이퍼와 에어백 불량으로 12월 리콜에 들어갔다.
7. 벤츠, 제품 결함으로 명성에 오점
‘안전의 대명사’, ‘가장 완벽한 차’라고 칭송받는 벤츠가 올해 유난히 품질문제와 관련해 많은 곤란을 겪었다. 벤츠차는 올해초 강원도 일대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일이 나타나자 국토해양부는 조사를 통해 문제소지가 있는 1,266대에 대해 무상수리를 권고했다. 9월에는 급발진사고에 대한 배상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사고에 대해 제조사가 사용자의 과실을 입증 못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문을 내놨다. 또 12월에는 C클래스 CDI가 주행중 시동이 꺼지는 결함이 발생했고, 국토해양부의 충돌테스트에서 C클래스가 국산 준중형차보다 나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8. 현대자동차 YF쏘나타 2만대 리콜
현대자동차의 영원한 베스트셀링카인 쏘나타 신형에 차체떨림현상이 발생해 11월 이전 판매된 2만여대에 대해 무상수리가 진행됐다. 현대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으나 고객들은 이상 떨림으로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무상수리를 통해 교환하는 부품은 등속조인트로, 동력전달과 조향의 핵심 부품이다. 부품 이상으로 운전자들은 특정 엔진회전수 영역에서 이상 떨림현상을 겪어야 했던 것. 현대는 별 것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내심 자존심이 많이 상한 눈치다.
9. 수입차 딜러 지각변동
국내 대형 판매딜러 중 하나였던 고진모터스가 지난 5월 폭스바겐 딜러를 포기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대구와 대전, 청주지역 폭스바겐 딜러를 맡았던 아우토반오토모빌도 영업부진 등을 이유로 딜러권을 반납했다. 크라이슬러의 용산지역 딜러였던 지산모터스와 원주 딜러가 재규어랜드로버로 갈아탔고, 푸조 서초지역 딜러였던 삼천리자전거가 수입차시장에서 철수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서초지역 딜러였던 로열오토모빌은 천일고속에 사업권을 넘겼다. 이 밖에도 일부 딜러들의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IMF에 이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수입차시장 재편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10. 자동차경주장, 용인에서 태백으로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던 각종 경기가 올해부터 모두 태백 레이싱파크로 옮겨 개최됐다. 용인 스피드웨이가 서킷 재정비를 이유로 문을 닫아서였다. 이에 따라 자동차경주 관람객이 크게 줄어 모터스포츠업계의 주름살이 더 깊어졌다. 유명 레이싱걸들도 태백까지 이동하는 걸 꺼려 새로운 레이싱걸들이 많이 등장하는 계기도 됐다. 반면 태백 레이싱파크는 자동차 경주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