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말해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으면서 자꾸 그리스도인지 아닌지 밝히 말해달라고 말하는 바리새인들의 모습은 믿지 않기로 작정했음을 보여줍니다. 수전절에 예수님께서 성전 안에 있는 솔로몬 행각을 거닐 때였습니다(22절, 23절). 수전절(修殿節, Feast of Dedication)은 히브리어로 “하누카”(חֲנֻכָּה, Hanukkah)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봉헌(奉獻)이란 의미입니다. 태양력으로 11월말이나 12월에 지키는 명절인데, 셀레우코스 제국(Seleucid Empire)의 안티오쿠스 4세(Antiochus IV)에 의해 더럽혀진 예루살렘 성전을 정결하게 하여 다시 봉헌하였던 것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에워싸고 “언제까지 우리 마음을 의혹하게 하려고 하십니까? 그리스도라면 밝히 말씀해 주세요”라고 요청합니다(24절). 이에 대해 예수님은 이미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지만 듣지 않으려고 하고, 믿지 않는다고 한탄하시면서, 그들이 주님의 양이 아니기에 믿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25절, 26절). 주님의 양이라면, 목자 되신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따를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27절). 예수님을 목자로 알고 따르는 자들이라면 주님께서 그들에게 영생을 주실 것이며, 아무도 주님 손에서 그들을 빼앗을 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28절). 그러면서 주님을 따르는 자들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신 것이고, 그렇기에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으며, 예수님과 하나님 아버지는 하나라고 말씀하십니다(29절, 30절).
예수님은 이미 여러 번 자신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이심을 여러 방식으로 드러내셨었습니다. 그렇지만 바리새인들은 밝히 드러내서 명확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였는데,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진실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트집을 잡기 위함입니다. 신성모독죄로 예수님을 죽이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자신은 하나님과 하나라고 말씀하시자 바리새인들은 곧바로 돌을 들어 예수님을 치려고 하였습니다(31절, 33절).
예수님은 이러한 바리새인들을 향해 “나는 하나님 아버지의 권능을 힘입어 매우 여러 가지 선한 일, 즉 이적(異蹟)들을 보여주었는데, 도대체 어떤 일로 나를 돌로 치려고 하느냐?”라고 물으십니다(32절). 그러자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께서 자칭 하나님이라고 말한 것은 신성모독죄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33절).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말에 시편 82:6의 말씀을 인용하여 성경에도 “너희를 신들이라”라고 기록하지 않았느냐고 말씀하시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을 신이라고 칭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성경 말씀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34절, 35절). 예수님께서 인용하신 말씀은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행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라는 의미에서 “너희는 신들이라”라고 하셨던 구절입니다. 이런 지도자들이나 종교지도자들에게도 “너희는 신들이라”라고 하시기도 했는데, 하물며 하나님께서 이 땅에 그리스도(메시아)로 보내신 예수님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되물으십니다(36절).
그러면서 예수님은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일이 하나님 아버지의 일이 아니라면 믿지 않아도 되지만, 예수님의 말씀과 행하신 일들이 하나님의 일이라고 한다면 하나님께서 예수님 안에 계시고, 예수님은 하나님 안에 있으시다는 것을 깨달아 알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37절, 38절).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일들이나, 가르치심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일이라면 어찌 그것을 신성모독죄로 몰아갈 수 있느냐는 말씀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잡으려고 하셨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로부터 벗어나실 수 있었습니다(39절). 어떻게 바리새인들에게서 벗어나셨는지는 자세히 기록하고 있지 않지만, 아마 바리새인들은 주변의 사람들을 의식하여 예수님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일 후에 예수님은 침례 요한이 침례를 베풀던 요단강 건너편으로 가셔서 거기에 거하셨는데(40절), 사람들은 침례 요한이 예수님에 관해서 했던 말은 모두 참되다고 말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었습니다(41절, 42절). 침례 요한은 특별한 표적(表蹟)을 행하지 않았지만, 예수님이 메시아(그리스도)라고 증언한 것은 사실이었음을 고백한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계속 배척했지만, 또 다른 한 곳에서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보려고 하는 자들은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알게 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자들이 있고,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듣는 자들이 있습니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이란 말이 있지요. 진리에 마음을 열 때 비로소 귀가 열리고 눈이 뜨이게 됩니다. 우리 주님께 마음을 열고 주님의 말씀에 더욱 귀 기울이고, 주님의 일하심을 더 주목하여 보면서 주님을 깊이 경험하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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