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처님의 이 분명한 대답을 듣고, 아라비카 야차는 못내 기뻐하면서, 지금까지의 난폭한 행동을 부끄러이 여겨, 부처님에게 돌아가 신도되기를 맹세했다.
마침 그때는 새벽녘이었다. 궁성의 사람들은 울면서 울면서, 어린 공자를 싣고 야차에게 공양으로 바치러 왔다. 와서 보니, 그처럼 무서운 야차는 부처님 무릎 앞에 엎드려,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여 절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나 뜻밖인 이 광경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약속을 따라 이 어린 공자를 데리고 왔으니 받아달라고 야차에게 말했다. 야차는 두 손으로 공자를 받아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은 다시 여러 사람들에게 공자를 돌려주시면서
"이 공자를 잘 길러, 자란 뒤에는 다시 내게로 데리고 오라."
고 하시었다. 손에서 손으로 건너졌기 때문에, 공자는 그때부터 파타가 곧 손공자라고 불리게 되었다. 파타가는 자란 뒤에, 부처님 덕분에 자기의 생명이 건져진 줄을 알고, 부처님에게로 돌아가 법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5 부처님은 많은 비구를 거느리시고, 아라비에서 사케타를 지나, 왕사성의 기원정사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있어 지금까지 부지런히 도를 닦았지만 한 가닥 광명도 보지 못했다 해서, 드디어 게으른 마음이 생겨 물러서고 말았다. 부처님은 그 비구를 훈계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구여, 먼 옛날, 바라나에 브라흐마닷타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자는 다섯 무기라 불렸다. 멀리 탁카시라에게 배우다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려 할 때에, 그 스승은 다섯 가지 무기를 주면서, 도중은 위험하니 특히 주의하라고 일러 주었다.
왕자는 길을 서둘러 바라나로 가는 도중, 어느 날 숲길로 들어가려 할 때, 사람들은 말리면서 말했다. "이 숲에는 유모라는 야차가 있어서, 아무도 무사히 지나간 일이 없었으니,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힘 믿는 데가 있는 왕자는 이 사람들의 만류를 흘려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막 숲길 중간쯤 갔을 때, 과연 야차가 나타났다. 야자나무처럼 키는 크고 중발 같은 큰 눈은 불꽃으로 빛나며, 날카로운 어금니와 주둥이는 독수리처럼 뾰족했다. 배는 자줏빛으로 부풀어 올랐고 손발과 발꿈치는 검푸르게 빛나며, 전신은 털로 덮인 괴물이었다.
"어디로 가려고? 거기 있어! 머음직하구나."
우레 같은 소리로 머리 위에서 외쳤다. 왕자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이 숲길로 들어올 때, 너를 만날 줄을 알고 있었다. 네가 내 곁에 온 것은 너의 불운이다. 내게는 독한 화살이 있다."
이렇게 말하고 독한 화살을 핑하고 쏘았다. 그러나 화살은 야차의 털을 약간 다칠뿐, 몸에는 꽂히지 않았다. 몇 번을 쏘았으나 다름이 없었다. 야차는 그 화살을 모두 뽑아 발로 짓밟아 버리고 왕자에게로 가까이 왔다. 칼로 치면 칼은 털에 붙어 버리고, 창으로 찌르거나 몽둥이로 때려도, 창이나 몽둥이는 모두 야차의 기름 털에 붙고 말았다.
"야차야, 너는 일찍 오무기라는 내 이름을 들은 일이 없느냐? 나는 이 숲길로 들 때에 다만 내 화살이나 칼이나 창이나 몽둥이의 힘만을 믿지는 않았다. 나는 내 자신의 힘을 믿었다. 이 쇠와 같은 내 주먹을 맛보라!"
오른손으로 치면 오른손은 털에, 왼손으로 치면 왼손도 털에, 두 발로 차면 두 발도 털에 붙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면!' 하고, 머리로써 가슴을 받았더니, 머리도 털에 붙어, 왕자의 몸은 허공에 매달렸다. 그러나 왕자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또 졌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야차도 그 용기에 놀랐다. '이 숲 속에서 이렇게 대담한 사람은 처음 보겠는데, 어떻게 이 조그만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을까?'고 이상히 여기면서, 그 까닭을 물었다.
"너는 이제 완전히 내 손아귀에 있다. 너는 어째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가?"
"두려움이 무엇이냐? 야차여, 세상 누구라도 한 번은 죽지 않으면 안 되지 않는가? 더구나 내게는 아직 하나의 무기가 있다. 그것은 내 속에 있는 금강의 무기다.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고 하더라도 그 무기를 소화시킬 수는 없다. 금강의 무기는 네 뱃속에 들어가, 속에서 너를 잘게 썰어, 너는 드디어 죽음의 운명을 당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내게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이 말을 듣고 야차는 감동했다. '이 청년의 말은 진실이다. 그렇다, 나는 이 용감한 젊은이의 한 조각 살도 소화할 수 없을 것이다. 놓아주자'고 생각했다.
"젊은이여, 라후의 손에서 달이 놓이는 것처럼, 너는 내게서 떠나, 빨리 집에 돌아가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하라."
"야차여, 나는 돌아가겠다. 그러나 네가 이렇게 사람의 살을 먹는 야차가 된 것도 모두 전생의 업이다. 만일 이 죄를 언제나 계속한다면, 너는 갈수록 어둠 속으로 빠질 것이다. 나를 만난 인연으로 이다음부터는 이 죄를 범하지 말라."
왕자는 이것을 기회로 다섯 가지의 악을 훈계하고 다섯 가지의 선을 받게까지 되었다. 왕자는 이 다섯 가지 무기를 가지고, 영광스럽게 바라나로 돌아가, 아버지 임금 대를 이어 바른 정치를 베풀었다.
비구들이여, 이 이야기를 잘 생각해 보라.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곤란에도 물러나지 않고 용감하게 힘써 나아간다면, 마침내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