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한다 외 1편
김재언
목백일홍을 옮겨 심었다
사람하느라 앓는 몇날며칠
흐려진 꽃물로 버티고 있다
옹이 박힌 허리로
떠나보냈을 봄, 여름
다시 여름
고쳐 앉아도
뽑혀온 늘그막은 자꾸 틀어진다
땅심으로 견디는 잔뿌리는
노구가 디뎌온 안짱다리
병상으로 옮긴 종아리에 심줄이 불거져 있다
사람을 한다는 건
들숨을 순하게 내뱉는 일
숨질 몰아쉬는 나무는
한 줄 나이테를 늘일 수 있을까
배롱가지에게 텃새가 일러주고 있다
자죽자죽 모둠발 내디디면
짓무른 수피에 새살 돋을 거라고
낙화
내내 어미가 운다
젖 먹이 송아지 팔려간 뒤
꽃목걸이 사이로
퉁퉁, 분 젖이 스며든다
떫디떫다
방금 떨어진 아기꽃
떼 낸다는 건
불은 젖이 길을 잃는다는 것
배꼽 뗀 감 대신
씨암탉이 홰를 친다
동네 감꽃 다 떨어진다고
눈물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지는 것
젖 뗀 꽃잎 지면
둔덕처럼 소젖이 분다
첫새벽이 눈물꽃을 빼먹는다
암탉 울음도
굽이굽이 되새김질한다
프로필
김재언: 《애지》 계간 시 전문지 2021. 등단
현) 밀양문인협회 회장
e메일주소: jum19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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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김재언의 사람을 한다 외 1편
김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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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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