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의 잠재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불필요한 규제로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가 독과점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실상은 기울어진 규제로 인해 제대로 된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14일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주최한 디지털 금융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행사엔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 한목소리로 핀테크 규제가 아닌 포용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 독과점 기업' 실체 없는 주장
추효현 카카오페이 금융정책실장 /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및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
업계 관계자들은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금융에 포용 정책을 이어오고 있지만, 한국은 규제 일변도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추효현 카카오페이 실장은 다양한 해외의 핀테크 사례를 들어 한국의 규제 후진성을 지적했다.
그는 "일각에서 디지털 금융 시대가 열리면서 핀테크의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지만 이는 실체 없는 주장에 가깝다"면서 "영국은 15년전부터 자동차 보험 비교 서비스가 활성화돼 이제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된 상태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 75%가 가입돼도 실제 계약률은 15%에 불과하다. 독과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추 실장은 미국의 포용 정책을 예시로 들며 "미국에서는 2020년 12월 당국이 금산분리의 규제를 낮춰준 사례도 있다"면서 "금산분리가 산업자본의 은행 장악이 아니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편의점에 가면 의약품인 타이레놀을 살 수 있다. 금융보다 더 엄격한 규제가 존재하는 곳이 의료임에도 국민의 편의를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개혁한 사례"라며 "동일한 서비스라고 동일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분산시켜 국민의 편의를 늘린 편의점 의약품 판매처럼,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디지털 금융은 이미 대세...포용 정책 필요
핀테크가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해서는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아닌 '동일리스크 동일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세계 5위인데 금융업은 30위에 불과하다"며 "금융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도와 법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존 금융업계가 주장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핀테크 규제강화 논리로 악용되고 있다"며 "핀테크 포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온라인 시장의 80% 모바일이 차지하는 가운데, 금융 역시 모바일 중심 전략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만큼 규제 완화를 통해 디지털 금융 강국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홍명종 농협은행 부행장, 김시홍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토론회 좌장인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 과장,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 이정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추효현 카카오페이 실장 /사진=이영아 기자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소비자 보호에 대한 규제는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맞지만 경제적 효율성이나 경제시스템의 안정에 관한 규제는 전통금융, 빅테크, 핀테크별로 다른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우리나라 글로벌 핀테크 순위가 하락세"라며 "동일기능 동일규제론으로 규제 강화 기조 속에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핀테크 분야가 재도약을 할 수 있도록 지혜가 모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 발전을 위해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민 김앤장 변호사는 디지털 금융의 성공을 위해 기존 금융회사들의 비금융 서비스를 확충하는 등의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홍명종 농협은행 부행장은 규제 형평성에 대한 이견이 있으니 침착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박주영 금융위원회 과장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다양한 협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96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