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래 개인전 2017. 9. 13 - 9. 19 갤러리라메르 (T.02-730-5454, 인사동)
삶의 통찰력이 녹아있는 문학같은 그림을 꿈꾸며
어느 한 날 할아버지한 분이 망배단 앞에 어린 아이처럼 철퍼덕 주저앉아 철망 너머 북한에 두고 온 자식들을 애타게 부르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여보, 곧 통일이 될 거예요. 그만 진정하세요.”하며 위로하는 모습을 보았다.
글 : 장흥래 작가노트



영혼을 천상으로 이끄는 그림
“살아있게! 회화적으로! 맛있게! 그려라.
회화의 주요한 원칙은 본질 그대로 그리는 것이다.
색채 터치 붓의 기교 등은 문제가 아니다. 항상 본질 있는 그대로를 그려라.”
유학시절 러시아 국립 레핀 아카데미 교수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있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은 영혼을 천상으로 이끄는 감동적인 성화, 그림으로 묘사한 문학 같은 그림이다. 예민한 감각, 영민한 감성, 깨어 있는 의식을 여든 살이 된 지금까지 무디지 않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나의 이번 전시가 은퇴하신 이들에게 늦게 라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큰 기쁨이 되겠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산가족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가 있다.
6.25가 발발한지 반 세기가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이산 가족의 아픔은 더욱 깊어 가고 있다. 전방 임진각의 망배단 앞에는 이북에 두고 온 가족이 보고 싶어 애타게 울부짖는 이산 가족이 많이 찾아온다. 어느 한 날 할아버지한 분이 망배단 앞에 어린 아이처럼 철퍼덕 주저앉아 철망 너머 북한에 두고 온 자식들을 애타게 부르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여보, 곧 통일이 될 거예요. 그만 진정하세요.”하며 위로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이 사진 한 장(작가 : 정성천)이 너무 가슴에 꽂혀 고압선에 감전된 듯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로 이 시대 아픔을 극적으로 표현하여 캔버스에 그리고 싶은 충동으로 100호 화폭에 담았다. 인물 표정만 사진 그대로이고 망배단, 철조망 등은 회화적 구도로 재구성했다. 매주 망배단을 찾아오시던 이 할아버지는 이 사진에 찍힌 후 2개월 뒤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화가인 나 역시 강원도 철원에 살다가 3.8선이 가로 막혀 어머님이 집과 논 밭을 철원에 남겨 둔 채 야밤에 3.8선을 넘어왔다. 이산의 아픔을 절절히 느끼는 바이다.
‘미술(美術)’의 ‘미(美)’는 정신 세계이고 ‘술(術)’은 테크닉이라고 한다. 올해로 그림을 시작한지 19년째… 창작의 험한 길은 결국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여기고 그림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수도자처럼, 폐인처럼 캔버스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내가 꿈꾸는 그림은 ‘영혼을 천상으로 이끄는 그림, 삶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어 문학적 서정성이 가득한 그림으로 묘사한 문학’같은 그림이다.



첫댓글 늦었다고 생각 되는 나이인 환갑을 넘어서 러시아 유학까지 다녀오신 열정으로 개인전을 하십니다.
작가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으면 그 사람의 일생이 보이곤 하죠!
장흥래선생님은 그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으며 욕심 없는 그 마음이 감상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 될 듯 합니다. 개인전 축하 드립니다. - 권영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