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837 --- 가을은 떠나기 위해 치장한다
가을이면 누군가 떠나보내거나 스스로 떠나기 위해 곱게 치장한다. 우리는 곧잘 뒤끝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한다. 정작 그것을 잘 이행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지 싶다. 물론 나무가 영원히 떠나가는 것은 아닌 일 년 단위의 연례행사처럼 되었다. 그래도 함께했던 일 년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보내는 나무는 가뜩이나 안쓰럽고 떠나는 잎은 일 년 동안 보살펴주었음에 감사의 마지막 인사이지 싶다. 잎의 희생으로 나무가 무난히 겨울을 나고 새봄에 잎을 다시 피우면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나무는 옷을 갈아입듯 잎을 바꾸는 것일 수 있다. 일시적인 구조조정에 잎을 선택했을 것이다. 봄에 화려하게 꽃을 피우며 뽐내던 나무는 정작 가을에는 그렇게 화려한 모습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벚나무나 진달래를 보아도 그렇다. 봄철이면 한꺼번에 피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하지만 가을에는 조용하다. 그런가 하면 거의 가려져 존재마저 희미했지 싶었던 과일나무는 열매로 눈길을 끈다. 은행나무나 단풍나무는 봄보다 가을 단풍이 환상적이다. 단풍은 산을 태운다고 할 만큼 불길이 활활 번져도 연기나 화기가 없다. 관중이 더 민감한 반응에 감정을 확확 뿜어내며 열광한다. 꽃과 단풍이 대비된다. 봄에는 열매를 준비하는 꽃이 있고 가을에는 떠나기 위한 단풍이 있다. 봄은 봄이어서 좋고, 가을은 가을이어서 그냥 좋은 것이다. 한 해를 맞고 한 해를 보내며 일 년을 마무리한다. 나무는 하나의 획을 긋듯 나이테를 몸속 깊숙이 하나씩 보태어 가게 된다.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운 오색의 단풍 물결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없어 하나둘 떠나보내다가 우수수 떨쳐버리게 된다. 더 이상의 미련은 과분한 사치라도 되듯 냉랭하게 돌아서서 자책하며 동안거에 들어가듯 묵묵히 자연에 몸을 맡기고 온갖 고초를 겪는다. 견뎌내는 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 봄이 되면 어느 나무가 죽었고 어느 가지가 희생되었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여전히 가을이 되면 단풍에 푹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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