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997년
서문
윤정씨,… 학.부.형.이시겠죠? 그래야죠. 우리 나이가 얼마에요. 윤정씨 나이 서른, 내 나이 스물 여덟. 그 때 그 입장 대로 남아 있다면, 윤정씨는 나처럼 행복하지 않다는 말일텐데, 그건 용서하지 못해요. 그 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서른’은 굉장한 훈장 타는 나이로 알았는데, 이제사 참 우스워 지네요.
우리는 1997년 4월에 만나서 1998년 2월에 헤어졌어요. 헤어지던 날 까페에 울려 퍼지던 노래 기억나요? 김건모가 “도대체, 몇 번째야, 사랑이 떠나간지…” 라고 노래 불렀죠. 그러나, 그렇게 떠난 윤정씨가 제 첫 사랑이었어요. 아시죠?
나, 정말, 윤정씨… 못 잊을 거 같다고. 내 안에 있는 윤정씨 잊다가 숨막힐 꺼 같다고. 운동하면서 만난 ‘연인’이 있으면서도, 어리숙한 ‘동생’의 마음을 뺐을 만큼 나를 갖고 놀려고 했던 거, … 정말 용서 못해. 정말 용서 못해. 그러면서, 나는 왜 한번 꼭 당신을 안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
나는 윤정씨에게 민족해방계열이 떵떵 거리는 사회되면 어쩌나 하고 이야기했었어요. 여태껏 당신만큼 좌파 학생운동권에 상처 입은 내 가슴을 쓰다듬었던 사람… 없었어요. 정말 없었어요. 그러나, 당신은 조용히 ‘이회창’이 안되길 바란다고 제 귀에 속삭였었죠.
제 인생은 20대 초반 부터 윤정씨 같은 운동권 형과 누나들의 논거에,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은 죄’가 있다는 듯한 몰림의 연속이었어요. 그래도, ‘민주화 세력’의 뭔가를 보지 않았기에, 김영삼은 봤어도 김대중의 것을 보지 않았기에, 김대중의 것을 보았어도 잔여 여파도 보지 않았기에, 늘 뭔가 진정한 것이 있다는 식으로 울부짖는 윤정씨의 말에 나, ‘진지한’은 처음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었어요.
이제는 윤정씨. 윤정씨가 무너질 차례에요. 좌파 진보 세력의 학술서도 질리게 보았고요, 좌파 민주화 세력의 주장도 질리게 보았어요. 더 뭘 보겠어요.
그때는 모든 미디어가 보수편이어서 ‘진보’목소리가 아무리 전단지 뿌려도 웅얼거림이었죠. 지금은 정반대 인 것 같아요.
윤정씨. 나 정말 당신을 사랑했어요. 정말로 사랑한다면 영혼까지 바칠 수 있어야 하는 거에요. 이젠 저 좀 사랑해 주시면 안-되-나-요? 이젠 제 차례에요. 윤정씨와 헤어진 이후에 저는 사회 봉사 활동 하면서, 온 천지에서 ‘윤정씨’를 보았었어요. 시인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의 ‘님’이 저절로 이해가 되었죠. 심훈의 [상록수]에서 박동혁이 처럼 사랑하니까 모든 게 채영신처럼 보인다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사랑이 흘러 넘치면 모든 것이 소통하게 되는 수준이었다는 말이죠. 이젠, 윤정씨가 세상에 뿌려진 ‘진지한’을 봐주실 차례에요. 우리 세대가 한 번은 들어보았을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꿈꿀 자격이 있을 꺼라고 봐요.
윤정씨. 나 약속 지키러 이렇게 글을 써요. 98년에 우리 이야기 꼭 소설 쓴다고 했었잖아요. 2000년에도 2002년에도 2004년에도 소설을 쓰면 왠지 잘 안되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에너지가 넘치고 한번 쓰면 우리 세대를 모르는 어린 축이나 나이드신 쪽에, 수 십권의 논문 보다 더 좋은 대리 체험 줄꺼라고 믿어요.
윤정씨. 그때 그랬죠? 영화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고. 우리 이야기가 나중에 ‘영화화’되면, 그 꿈은 달성되는 겁니다. 하. 하. 하.
‘바다를 건너다’
http://www.dailian.co.kr/deanto/debate/d_view.html?dno=87776&page=&t_name=debate&kind=&keys=&sel=writer&search=바다를&listurl=/deanto/debate/d_list.html
목차
1. 논술의 시대
2. 꺼꾸로 세워야 바로 서는 것?
3. 1997년 4월에 찾아온 그녀
4. ‘경부선’과 잠 못 이루는 밤
5. ‘반공’의 시대 對 ‘민중’의 시대
6. 남성중심주의 對 페미니즘
7. 사실, 소위 민주화운동이 독재권력보다 더 정말 징그러운 독재 같은데,…
8. ‘87년 신화’는 전대협 난봉꾼이 ‘광주’타령하기 뻘쭘해지니 내세운 가닥일 뿐.
9. ‘복면(?) 보수’와 ‘사회당’
10. ‘일제 말기’에 친일변절한 문인들을 욕할 자격
11. ‘아! 이정연’
12. 97년판 [백지의 기록], 혹은 한국 현대사 속에 숨겨진 ‘그녀 찾기’
13. 98년판 [황혼], 혹은 98년판 영화 [봄날은 간다]?
14.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되고
15. 거꾸로 선 97년
첫댓글 ㅎㅎㅎㅎㅎ 미친개가 웃는다!1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이건 낙서 수준인걸 본인은 깨닳지 못하는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