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니나랑 폴이랑(cafe.daum.net/ninapaul)
글쓴이 : 니나 (tvpdlee@hanmail.net )
날짜:2002/03/02 08:38
한국말 레슨 쓰다 말고 갑자기 웬 골드컵인가 하시겠지요....
하도 기쁘고 신나서 쓰는 거니까 오늘은 신랑의 푼수짓
이야기는 잠시 접어둡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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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컵의 길이 이렇게 멀고도 험할 줄이야......
사실은 2주 전까지만 해도 골드컵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었다.......
오래간만에 한인 교회를 한번 나가봤더니 마침 청년회에서 단체로 축구 경기를
보러간다며 티켓을 원하는 사람은 이름을 적으라고 종이를 돌리고 있었다.
웬 축구 경기?
듣자하니 골드컵이란 걸 한단다.....
그것도 울 집에서 30분 밖에 안 떨어진 패사디나 로즈볼에서....
미국 사람들 정말 축구에 관심없다......
명색이 그래도 외국팀을 불러서 하는 경기인데 신문에도 한번 나질 않으니
말이다......
나도 신랑이랑 미국 신문, 미국 뉴스만 보다보니 골드컵이란게 있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 중계도 안 나올거라고 한다.....
아는 미국 사람 중에 로즈볼 바로 옆에 사는 사람이 있는데 그사람도
골드컵이 뭔지 모르고 있었다....
교회에서 돌리는 티켓 명단에 이름을 쓰려다가 돈을 안 가지고 왔다고
했더니 다음주 주일에 신청해도 된다고 한다.......
어차피 그때까진 티켓 안 살거라나.......
그 다음주 주일에 교회에 갔다......
청년회장이 앞에 나가 광고를 하는데.... 손에 두툼한 봉투가 들려 있었다....
청년회장: 여러분, 이게 바로 기다리시던 축구 티켓입니다!
아니! 오늘까지 신청받기로 했으면서 벌써 티켓을????
청년회장: 갑자기 일찍 사서 죄송한데요..... 티켓이 거의 안 남았다는 바람에.....
안 돼~~~~~!!!! 내 티켓!!!!!!~
하와이에서 몇 달 전에 LA로 이사올 땐 박찬호 경기를 볼 수 있겠지, 하고
꿈에 부풀었었다... 그것도 잠시, 박찬호는 멀리 택사스로 떠나고.....
닭 대신 꿩이라구 한국팀 축구 경기는 꼭 보려구 했는데.....
청년회장: 한인 신문사에서 파는 티켓은 매진됐으니까 나머지 분들은 티켓 매스터에서....
이런 낭패가..... 거기서 사면 훨씬 비싼데......
예배 후 무조건 회장을 붙들고 늘어졌다......
니나: 한 장만 어떻게 남는 거 없니?
회장: 미안해..... 이름 쓰고도 못 받은 사람들이 생기는 판이라서.....
니나: 야, 인간아....!!!! 너 친구 맞냐....?
그렇다.... 청년회장이라는 이 인간은 나랑 친구였던 것이다...... -_-
실망을 안고 집에 돌아와서 며칠간 티켓 생각만 했다.......
축구 경기하는 날 럭비 경기가 있어서 어차피 함께 못 가게 된 신랑은
오히려 잘 됐다며 자기 경기를 보러 오라구 꼬신다......
에잇! 도움이 안 되는 인간..... -_-
니나: 안 되겠어, 티켓 매스터에서 사야겠어, 돈을 더 주더라도.....
신랑: 하,하지만...... 니 동생도 가는데...... 두 장다 거기서 사면 돈이 얼마야......
당연히 짠돌이 신랑의 눈이 옆으로 째진다.....
그순간 때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벨만 울리면 혹시 회장이 남은 티켓 준다고 하지 않을까 흥분하던 나......
시속 250마일로 튀어나가 전화기를 들었다.....
우씨.... 회장 아니다..... 동생이다......
니나: 마침 잘 전화했어.... 티켓 매스터에서 표 사자..... 비싸긴 하지만....
동생: 근데 언니....... 나...... 표 구했어..............
뭐, 뭐, 뭐, 뭐, 뭐, 뭐, 뭐?????????????????????
이건 또 먼 소리여.....?
동생: 회장오빠한테 전화왔는데 표가 딱 한 장 남았다구........
뭣이라?????!!!!!! 이 인간이 이제는 내 동생과 작당을 하고 나를 저버려????
친구라던 회장 녀석 맞나?
나의 눈물겨운 호소를 매정하게 뿌리치더니.... 그 티켓을 내 동생한테 줘?
동생이란 것은 날 배신하고 혼자 티켓을 사????????????????
이거 교회 얘기 맞아????? -_-
아무래도 싱글 청년들만 모이는 곳에 아줌마가 꼈다고 구박인가 보다.
오호라~ 통제로다..... 이렇게 서글플 데가 ......
당장에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 여보세요?
니나: 야! 인간아!!!!!!!!!
설명이 없더도 자기 죄를 아는지 덜덜 떨며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회장: 어, 어.... 나 지금 좀 바뻐서.... 성경 말씀을 읽는 중인데.....
니나: 니가 감히 배신을 때려?!!!!
회장: 주께서 가라사대 일흔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를.... -_-
좋다, 꼭 가고야 만다....
돈을 더 주지 않고 똑같은 티켓을 사서 꼭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선 티켓을 팔던 한국 신문사에 전화를 했다.
니나: 여보세요, 혹시 축구 티켓 남았나요?
신문사: 죄송합니다... 매진입니다...
니나: 혹시 뒤로 빼돌린 거라든가......
신문사: 저희는 그런 짓 안 합니다만.....
니나: 에이, 왜 이러세요..... 있을 텐데....
신문사: 성함을 대시면 저희 신문 고발란에 참고하도록....
니나: 하하하 (딸깍!)
포기할 수 없었다.... 둘째 날....
니나: 여보세요, 신문사죠? 혹시 축구티켓...........
신문사: 죄송합니다.... 매진입니다....
니나: 그래도 혹시 남는 거 없나요?
신문사: 매진인데 어떻게 남습니까?
니나: 그래도....
신문사: 혹시 어제 전화하셨었나요?
니나: 하하하.... (딸깍!)
셋째 날...
니나: 여보세요, 혹시 축구...
신문사: 매진이구요, 뒤로 빼돌린 거 없습니다...... -_-
넷째 날.....
니나: 여보세요, 혹시.....
신문사: 축구티켓이요?
니나: 예...... (아씨, 쪽팔려.... -_-)
신문사: 낼 모레 오전 11시에 더 가져 오니까 와서 사가세요
니나: 옛??! 정말이요?
오호라~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드디어 티켓이 더 들어온단다.
다섯째 날....
니나: 여보세......
신문사: 없어요, 없어!!! 내일 들어온다구 했쟎아요.....
니나: 아, 그렇군요.... 하하하.... 습관이 돼서리..... -_-
여섯째 날......
니나: 지금 티켓 들어왔나요?
신문사: 열 한시에 온다구요!!!! 지금 아홉시에요.....
니나: 그래도 혹시 뒤로 빼돌려서 일찍 가져올 수도..... -_-
신문사: 보도 부장님!!!! 고발 기사 들어왔는데요!!!
니나: 하하..... (딸깍!)....... -_-;;;
아침부터 신문사에 전화를 해서 내 이름을 미리 올려달라, 크레딧 카드
번호를 줄테니 미리 사놔 달라, 하며 귀찮게 굴다가 결국은 신문사에서
첨에 말한대로 11시에 돈 들고 티켓을 찾으러 갔다......-_-
꿈에도 그리던 빨간 티켓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기쁨!!!
티켓을 손에 꼭 쥐고 보고 또 보며 신문사를 나오는데 누가 날 부른다.....
돌아보니....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다......
니나: 어? 이게 왠일이야?
친구: 니나 맞구나!! 꺄악!!!!!~
신문사 복도에서 괴성을 지르며 친구를 끌어 안고 감격의 해후를 했다.
친구도 역시 축구 티켓을 사러 왔다고 한다......
그러고 있는데 웬 여자 두 명이 티켓을 사 가지고 나오다가 내 친구를
보더니 똑같이 소리를 지른다....
여자들: 꺄악~!!!!! 미영아!!!!‚
친구랑 두 여자는 껴안고 방방 뛰기 시작한다.....
그 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과 내 눈이 마주쳤다......
어째 낯이 익다....
니나: 혹시, 저 아세요?
남자: 어! 너 니나니? 나야, 나!!!!
니나: 꺄악~!!!! 오빠!!!!! -_-
이놈의 축구 티켓 덕분에 미국 살면서 몇 년간 못 보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다 모였다...... -_-
정말 존경스럽다, 한국인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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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경기가 미국 서부 시각으로 내일 오후 3시랍니다....
저희 교회 청년부에서는 붉은 악마의 응원을 지원하기 위해
다들 새빨간 옷을 입고 오라는 지령이 내려졌습니다......
약간 빨간 옷은 안 되고 아주 이쁘게 빨간 옷이어야 한다는군요......
교회 청년들이 기도하다 말고 갑자기 붉은 악마로 ......... -_-
니나는 빨간 옷 세 벌을 펼쳐 놓고 지금 고민 중입니다......
이 글 올라가면 제가 집을 떠나는 내일 12시까지 꼭 12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군요......
12시간 동안 추천 수가 100 미만이면 자주색이 섞인
우중충 빨간 스웨터를 입을 거구요,
100이랑 500 사이가 되면 말 그대로 이쁜 빨간 셔츠랑 쟈켓을
입을 거구요,
여러분의 애국심이 차고 넘쳐서 추천수가 밤사이 500을
넘어간다면 번쩍거리는 빨간 비니루 (흠, 미국 산다는 말이
무색한 발음이군.... -_-) 옷 입구 나가서 서태지처럼
머리를 흔들며 미친듯이 응원하겠습니다....
참고하세요~ ^^
(신랑한테 얘기했더니 속보인다며 뭐라 그러는군요......
당연히 무시했습니다..... -_-)
출처 : 니나랑 폴이랑(cafe.daum.net/ninapaul)
글쓴이 : 니나 (tvpdlee@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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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번외] 골드컵을 말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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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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