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귀한 피- 그 피는 따뜻할거야- 그 피는 날 건강하게 만들어 주겠지- 살결이 매우 부드러운 고기야.
고귀한 피의 냄새는 숨길수 없지- 오독오독 뼈가 씹힐거야- 눈알부터 먹어줄까- "
누군가 괴기스런 노래를 불렀고 순간 큰 아름드리 나무 뒤로 숨은 왕녀는
(도망칠수 없을만큼 다리가 아파왔다)
숨을 죽이고 제발 그 사람이 무사하기를- 그리고 자신도 무사하길 빌었다.
저런 괴물에게 (생김새를 보진 못했지만 인육을 먹는다는것만으로도 그렇게 생각하기 충분했다)
뼈까지 오독오독 먹히느니 차라리 죽는것이 나았다.
물론 그것도 오독오독 먹히는것도 죽는것이겠지만-
"돌아가라. 망자들이여. "
"제르닌 ? 당신은, 제르닌? "
"그렇다. "
'망자들'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을 보며 돌아가라고 말하는 검은색 머리카락의 남자.
그 망자들이 남자를 '제르닌'이라고 부르는걸 보니 그것이 남자의 부족이름, 혹은 그의 이름일 것이다.
"우리는- 어, 어째서.. 그 그대가 우리에게 인육을 먹지 말라고 하는가!
우리는 먹지 않으면 존재 할 수 없단 말이다!! "
아까까지만 해도 마치 정신연령 수준이 6살밖에 안되는 아이들처럼 인육에 대한 괴기스러운 노래를
불러대던 '망자들' 이 꽤나 당황한 눈으로 제르닌을 바라보았고 제르닌은 어쩔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안타까운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망자들이여- 그대들은....이미 오래전에 죽지 않았는가. "
".....아...아아... "
"이미 오래전에 죽은 그대들이 고귀한 이의 따뜻한 피와 살을 취한다고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으리라 믿는가. "
"..아..아아... 그만, 그 그만!! "
망자들은 괴롭다는 듯이 몸을 비틀었다. 그들은 살아있는 인간같았지만
몸은 이미 반투명해 져 가고 있었다.
"망자들이여!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오직 부드렁누 고기만 취하려는 그대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과연 정말로 이런 생활을 계속 누리고 싶은가! "
"하..하지만.. 억울해.. 억울해.. 이대로, 이대로 죽는다는 것은... "
망자들의 마지막 울부짖음 같은 것이였다.
자신을 제발 이 세상에 남아있게 해달라는, 신을 향한 외침.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이미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대들은 이미 죽었다. "
'펑-!!! '
단호한 제르닌의 말이 끝나가 마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뿌연 연기가 아침 숲에 가득했다.
그리고- 망자들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것...
"........하....하아...... "
그리고 큰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 숨어있던 왕녀 아데르가 고개를 들고는 이미 눈물 범벅이 된 눈가를
소매자락으로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 숨을 내 쉬고는 펑 소리와 함께 안개가 자욱한곳-
그리고 그 검은 머리 남자가 자신에게 도망치라고 외쳤던 곳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마치 그 안개같은 흰 연기들이 가득 차 있어서- 바로 발치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봐요- 이봐요- 살아있으면 말좀 해봐요- 지금.. 나 무섭단 말이예요.. 예? "
아까 그 생각들은 어디로 간것일까.
자신 부족의 이익만을 위해 왕녀를 구해준것이라 생각한 아까의
생각은 이미 걱정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지금은 제발 그 남자가 살아있기만을 바란다. 잠시뿐이지만 애틋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가 부족의 이익을 위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일 한단 말인가!
"이봐요- 살아있으면........꺄악!! "
순간이였다.
누군가 왕녀의 팔을 끌어내린것은.
그리고 아데르는 그대로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너무나 두려웠다. 혹시 또 그 망자들인 것일까..
이대로 죽임을 당하는 것일까.
".....하아.. 괜찮습니다. "
그리고 이내 귓가에 울리는 그 남자의 목소리.
그것은 왕녀를 안심시키게 하기 충분했다.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것만으로도-
* * *
"뭐.....? 륜 ? 무슨 .. 무슨얘기야. 레치샤 왕자라니.... "
"말 그대로..다.. 공주. "
"륜!! 무슨얘기야! 농담하지마!! "
유케는 륜의 어깨를 흔들려다 멈칫했다.
잘려나간- 아까까지만 해도 팔이 붙어있던 부분에서 대량의 피가 흘러나왔다.
지혈이 안된다면 죽을지도 몰랐다.
륜이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순간 유케는 오히려 침착해 졌다.
자리에서 일어났고 뒤를 돌아봐 카옐, 아니 레치샤를 바라보며 말했다.
"....카옐, 아니. 레치샤 왕자라고 했죠? 륜..륜을 살려주세요. 륜을 ... "
부탁- 그것은 부탁.
아주 간절한 부탁.
"이....이봐, 공주.. "
매우 찡그린 표정으로 팔을 감싸쥐고 있는 륜은 말을 할때마다 고통 스러운듯 얼굴을
여러번이나 일그리더니 돌담쪽을 보며 말한다.
"시녀- 데려.. 와야할거 아냐!! "
아.
잊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내 존재쯤은 잊어버리겠지. 아주 쉽게- 왜냐면 나는 '내 삶'이란 극에서 조차 조연이여야 하는
서글픈 존재....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저 사람이 자신의 팔까지 잘려나간 이 상황에서 날 걱정해 주고, 날 생각해 주었다.
"레치샤.... 라고 하셨나요. 세즈와 저는 뒤따라 갈테니- 륜과 함께 본성으로 가주세요.
.....그리고- 아마도 페벨레토국의 의술이라면 충분이 팔을 붙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르케인 국의 공주로써 정중히 부탁.. 드립니다. "
침착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소리를 질러대면서 눈물을 흘리던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까지 침착하게 변할 수
있을까. 그것마저도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공주는 이내 레치샤에게 고개를 숙이더니 부탁의 뜻을 표했고 그런 유케를 레치샤는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제게 지금 부탁을 한다 하셨습니까. "
"예. "
"한낱 호위무사를 위해서 대아르케인국의 공주님께서 제후국의 아들에게 고개를 숙이셨다는 말씀이십
니까. "
"..한낱 호위무사라 하지 마십시오!!! ....저를 위해.. 목숨을 걸어준 사람입니다. "
언제부터-
타인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레치샤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 이 공주의 행동에는 흠잡을데가 없었다. 그것은 군주의 행동으로서도 올바르고-
또 여인의 행동으로서도 올바른 행동이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이상하게 뒤틀려지는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 댓가로 제게 주실수 있는게 뭐가 있겠는지요. "
" 레치샤..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제가 드릴 수 있는것이라면 드리겠습니다. "
레치샤는 공주의 얘기를 듣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그 미소는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옅었지만
의미심장해 보이기도 하였다.
"그럼 저는 륜과 함께 먼저 본성으로 향하겠습니다. 오시면서 부디 평안하시길 빌며-
그리고...... 저 결계, 당신의 시녀는 제대로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레치샤는 고개를 숙이고는 륜과 함께 본성쪽으로 길을 걸어갔다.
확실이 이곳은 그의 나라였다. 페벨레토국. 그가 가지고 있던 수정구에 빛은 그와 륜을 다음
이동진까지 데려다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들이 그 빛과 함께 사라진 이후에 아직 세즈가 넘어오지 못한 돌담을 바라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넘어와! 세즈. "
세즈는 돌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저 돌담 너머로 유케공주가 서 있을터였다.
그렇다면 그녀는 유케 공주의 뺨이라도 한대 때리고 싶어졌다.
공주는 전혀 자각할 수 없는 신분의 벽-
그 벽에 가로막혀 륜은 팔을 하나 잃었다.
페벨레토국의 의술로 다시 붙일수 있다 해도 두렵다. 팔이 잘려나가는 고통은...
"...공...공주....님.. "
"어서 넘어와-!! "
뒷걸음질 쳤다.
이대로 죽어버리는게 나아.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신분의 벽이 날 죽이려 들고 있어.
그동안 피해왔다.
아니 외면해 왔다. 발치앞에 떨어져 버려도 한번 쳐다보지도 않았다.
신분이라는 벽을-
그러나..... 이제 직면해 버렸다.
"저.. 저는 넘어갈 수 없어요.. "
"..어, 어째서!! "
저 벽 너머에는 행복에 가득찬 공주님이 계셔.
너는 저 벽을 넘어갈 수 없어.
너는 태생부터 천한 시녀이니까.
"미안해요. 공주님. "
그 말을 끝으로 벽에서 등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공주의 외침을 모른척 했다.
"세즈!!!! 세즈!!!! 왜!! 어째서 넘어올 수 없다는거야!! 세즈!!! "
당신은 빛에서 사셔야 하는 분이예요-
어쩌면 이게 더 잘 됐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난 영원히 빛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그늘에서라도 벗어날 수 있게-
당신이라는 내가 섬겨야 하는 분에서 벗어나는 것.
이 지긋지긋한 주종관계를 끊어버리는것.
비록.. 이곳에서 죽는한이 있을지라도-
'푸욱-'
눈물이 눈앞을 거려버려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것이 잘못이였을까.
아니면- 주인을 두고 이렇게 까지 멀리 걸어온 것이 잘못이였을까.
"..으윽......"
차가운 철검이 그녀의 심장을 찔러버렸다.
누구지...?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피범벅이 되어가는 자신의 왼쪽 가슴과
'수욱-'
다시 빠지는 칼과 함께 '내 인생'이라는 극이 끝나버렸다.
"다행이지- 조연의 죽음만이라도 인상깊었으니- "
누군가....그렇게 중얼거릴테지.
"으음- 그렇지만 나나, 이거 조금 불쌍하잖아- "
".....뭐가? 귀족들이 그렇게나 하찮게 여기는 시녀인데 말이야- 그들의 노리개 밖엔 되지 않지. "
"나나- . 하지만! "
나나라고 불리는 여자는 복면을 벗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이 결계..... 통과자격이 뭔지 알아? "
"..... "
"살인을 범하지 않는다......란 거야. "
"...... "
"....이 시녀는 자기 자신에게 져 버린거야. 물론- 내가 굳이 죽인 이유는
이대로 레치샤와 공주, 그리고 저 륜이란 남자의 정보가 새어나가면 안되니까.
그런고로- 우리는 저 결계를 넘을 수 없어, 아니. 적어도 나는.....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조금 양을 줄여봤어요-
대신 더 금방금방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여튼 <
러브러브가 나올거라더니 결국엔 러브러브는 무슨<
암것도 나오지 않습니다![두둥
러브러브는 뭔가......음........ㄱ-.....좋지않아요.(탕
첫댓글 ★ [확인] 이 릿말은 당일 모든 글에 규칙에 대한 언급 및 인사말입니다. 확인 글은 전부 리플이 달려 있습니다. 착오드려서 죄송합니다. 질문이 꽤 많이 들어오드라구요 ..... 건필하세요 !
이런....... 세즈가..;;
세즈가 죽어버렸습니다- ★ 원래는 악역을 맡게 할 생각이였지만- 역시나; 죽이는데 능숙한 러브는 < 탕,,,
와ㅠ 세즈가 죽어버렸네요... 아. 불쌍해요... 어떻게 될지 흥미 진진합니다!!!
세즈가/ 불쌍하지만 죽었습니다- 뭐,, 어차피 악역이 아니라면 금방 죽일거였으니< 여튼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즈를 그냥 결계 넘다가 죽이게 하징 ㅜㅂ ㅜ.. 흑;; 왜 나나한테 죽임당하게하셨 >ㅃ<;;ㅋㅋㅋㅋㅋ 그래도 잼뚀요>ㅃ<꺄핫
;ㅂ; 세즈는 살인을 한적이 없으니까- 음, 결계를 넘다가 죽을수는 없다는 사실 <꺄올 ㅇ///ㅇ* 정말로- 리플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랑해요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