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연대의 성재기 대표가 퍼포먼스 실패로 운명을 달리한것과 관련해서 인간적으로서의 애도와 그가 진정한 성평등운동가로서 '열사' 라는 주장을 하면서 미화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판국이라 페이스북에 글을 좀 써봤었습니다.
#1 남성연대, 또는 성재기의 판단착오.
남성연대 또는 성재기류의 사람들의 행각은 다른 누군가를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처단(?)해야 나의 권리를 챙길수 있다라는 식인데, 이런 종류의 주장은 1930년대 독일에서, 2000년대 유럽의 극우파들에게서 보았던 망령들과 유사한 방식이긴 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부장제 아래에서 남성들이 누리거나 책임을 져야했던 것들이 붕괴되어가고, 여성들의 권리가 올라가는 현 세테에서 심리적인 박탈감을 느꼈고, 같은 남성끼리의 권력싸움에서도 밀려버려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남성들이 늘어났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들은 그 원인의 대상을 '여성부와 여성주의'라고 감성적이고 자의적으로 규정을 한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예컨데, 그들이 "권리만 요구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여성"을 "꼴페미"라 규정한것, 그리고 그 꼴페미들의 배후는 "여성부"라는 정부 부처다 라는 규정을 내린 것들이 그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들의 "꼴페미"라는 정의를 보면 확실히 여성주의, 하다 못해 기본적인 인권 철학을 조금만 공부해 보더라도 개연성이 떨어지는데다가 무지에 기반한 오류를 범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이들이 배후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여성부의 주 업무를 살펴보면 배정된 예산의 91%는 과거 보건복지부나 교육부에서 이관된 업무고, 실제 성평등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은 9% 정도밖에 안됩니다.
당연히 사고를 치는것도 전자인 경우가 부지기수인데(예컨데 아청법 논란과 같은것 말이죠.), 이들은 이것들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단편적으로 수집하고는 여성주의에 대한 무지에 기반한 판타지를 만들고, 그 판타지을 통한 감성적 증오심과 공포감으로 자신들의 감성적 정의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사회가 전통적인 가부장제에서 점차 변화화면서 여성의 경제력과 지위가 상승하고 있고, -물론,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국가군들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지만 말이죠- 가부장제가 와해되어 가는 과정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보니 성재기, 그리고 남성연대와 같은 반동적인 조직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성재기 열사화?
성재기가 사망하자 일부 네티즌들과 남성연대 지지자들에게 의해서 성재기를 전태일 또는 그와 유사한 열사로 미화시키는 경우가 있던데, #1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의 전선도, 그들의 활동 타겟 조차 애매하거나 좋은 대안이라고 할수 없고, 성재기의 죽음이 '남성해방을 위해 여성부 폐지!' 도 아니고, '활동 예산이 없어서 그러니 성금 1억원을 모금해주지 않으면 뛰어내리는 퍼포먼스를 하겠다!' 고 했는데, 아무런 준비과정 없이 뛰어내리면서 퍼포먼스가 '실패' 한것이라 그를 열사화 한다는 것은 무리수라고 밖에 볼수 없죠.
게다가, 아래 짤방과 같은(...) 성폭력 2차 가해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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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부 지지자들의 행태.
#2 에도 살짝 언급을 했지만, 성재기와 남성연대 지지자들이 '여성부가 성재기를 죽였다' 라면서 여성부 홈페이지를 다운시켰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성재기가 단체 운영비를 모금하기위해서 '뛰어내리는 퍼포먼스'를 하다가 '실패' 한것인데, 그때 성금 모금조차 안하던 애들이 이제와서 인터넷을 통한 분풀이를 하면서 자신의 정념을 발산하더군요(...)
이쯤에서 이준석군의 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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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성인권 단체는 필요할까.
성재기와 남성연대의 그간 괴이한 행적들을 비판했긴 했지만, 남성인권 단체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대상에 대한 전선과 어떤 대상을 공격하는가에 대한 것은 명확해야 된다고 여겨집니다. 솔직히 말해서 남성인권의 최대 취약점은 군대내 인권문제고, 이 문제에 대해서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는 단체, 그리고 남성간의 권력관계에서 강한 남성이 되지 못하고 약자가 된 남성들과 사회적 약자가 연대하여서 사회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는 전선을 가진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충 휘갈겨 쓴거라 좀 이상한(?) 부분이 있긴한데, 대충 성재기의 사망과 남성연대 지지자들의 최근 행태들과 관련해서 썰좀 풀어봤습니다 'ㅅ'
여기도 어떤분이 돈키호테 비유하셨는데 돈키호테는 낭만이라도 있었죠
리스크 때문에 저축한 돈을 과감하게 투자도 못하는 시대에 자기가 갈구하는 것을 위해 다리에서 뛰어내릴 정도로 무모한 사람이 대한민국이 또 어딨겠습니까.
극히 상대적이지만 그것도 나름 낭만이죠.
저는 고 성재기씨가 붙잡으려고 했던게 남성의 기득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구한말 명성왕후가 시대흐름은 무시한채 끝까지 자신이 조선에서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 몸부림을 성재기에서 동일하게 봤습니다 돈키호테가 지키려고 한것은 기사의 기득권이 아닌 기사도 정신이였죠
뭐 그렇게 볼수도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도끼를 들쳐메고 광화문 앞에서 내 상투를 자르려면 차라리 내 목을 치라는 최익현의 낭만과 비슷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여성부에서 아주 일을 안 하는 건 아니겠지만 여성 전용 주차장이나 여성 전용 도서관 따위를 만드는 게 과연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닌지는 좀 생각해볼 문제 아닙니까.
전 남성연대가 작년 대선 무렵에 좌파 남성의 인권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느니 남자는 자지의 구조상 우파가 되는 구조라는 둥의 별별 망언을 본 이후부터 기대는 커녕 남성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테러리스트들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성재기나 남성연대의 주장에 경청할만한 의견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그 누구도 100% 옳은 주장만 하거나 100% 거짓된 말만 하진 않습니다.
이번 일로 남성연대라는 서커스단의 입지가 좁아지는 건 고맙게 생각할 따름이지만 작년 아청법 토론회 때 성재기 대표가 "바바리맨을 잡아야지 바바리코트를 금지하면 어쩌냐" 같은 류의 발언을 한 것이라던가 제천 여성도서관이 남성에게도 출입을 하게끔 한 것은 남성연대가 노력한 일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외에 이런 역차별에 대해 다른 어떤 단체가 관심이나마 가졌었는지 좀 의문입니다.
그런 말만 놓고 보면 저도 솔직히 좀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뜻있는 후원자가 방향만 잘 잡고 공부를 시켜줬다면 큰 뿌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현실은 시궁창...
남성연대에서 주장했던것들이 성재기가 처음으로 생각했던게 아니라 그전부터 인터넷상에서 떠돌던 것들이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성재기는 기행을 통해 남성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인지도를 쌓아 정치권에서 자리나 하나 얻어볼까한 사람 같아요. 허경영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죠.
남성의 인권을 대변해줄 남성연대는 필요하지만 그 리더는 바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