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378) - 젊음과 열정의 축제,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하루하루가 긴박한 세월 속에 금년도 어느덧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메르스로 지친데다 가뭄까지 겹치고 경제는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엄중한 시절에 생뚱맞은 정쟁으로 치닫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초들의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 가운데 중국에서 연수중이던 중견지방공무원들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울산의 화학공장에서는 용접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폭발사고로 생명을 잃는 등 불의의 사고와 예기치 못한 재난이 우리 곁에서 빈발한다. 어느 땐들 편안한 날 있으랴.
그래도 계절은 포도 알이 굵어지고 대학스포츠축제인 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 7월,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되는 육사의 시 '청포도'를 읊으며 청초와 성숙을, 젊은이들의 축제에 동참하며 꿈과 열정을 새긴다.
어제(7월 3일) 개회식과 함께 세계 젊은이들의 스포츠축제인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가 시작되었다. 21개 종목(정식종목 13, 선택종목 8)에 144개국 2만 여명(선수 및 임원 14,000, 보도진 6,000)이 참가하는 큰 국제적 행사, 세계가 하나로 엮어지는 지구촌축제가 성황리에 끝나기를 염원한다. 개막일에 지역신문에서 문자로 보내온 메시지, '지구촌 축제 팡파르, 광주 유대회 오늘 저녁 7시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막식, 12일간 열전 돌입, 총 21개 종목 272개 금메달 경쟁 시작'
개회식에 앞서 일부종목의 예선경기가 광주광역시와 전남북 일원에서 열려 호남은 바야흐로 축제무드가 한창이다. 개회식 전날 오후, 아내와 함께 염주동에 있는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남자배구 예선 타이완과 아르헨티나 경기를 관람하였다. 10,000여명의 서포터들이 각 경기장마다 배치되어 안내와 질서유지에 힘을 보태고 많은 관람객들이 함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가운데 키가 큰 선수들이 몸을 날려가며 열심히 뛰는 경기장의 분위기가 뜨겁다. 고향인 전라북도 고창에서는 축구와 핸드볼 예선전이 펼쳐지고 아침마다 즐기는 테니스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경기장이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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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과 아르헨티나의 남자배구 예선경기 장면
대회조직위원회에서 개, 폐회식 초청장을 보내왔다. 초청장이 없어도 고장에서 펼치는 축제에 참가하고 싶은 터, 개회식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즐거운 마음으로 광주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인 월드컵경기장장으로 향하였다. 버스 정류장은 경기장으로 가려는 승객들로 붐비는데 만원버스가 몇 차례나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가까스로 버스에 오르니 경기장 방향의 길이 막혀 한동안 진행이 더디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장에 들어서니 거의 모든 자리가 꽉 찬 가운데 식전 환영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저녁 7시 30분, 대통령의 입장과 함께 개회식이 선포되고 문화행사가 뒤따른다. 개회식의 주제는 '젊음이 미래의 빛이다(U are Shining)'. 식전의 환영행사에서는 주제를 살려 빛고을 광주로의 초대와 젊음의 노래를, 개회 후 첫 번째 문화행사는 빛: 젊음의 탄생, 선수단 입장 후 두 번째 문화행사는 젊음, 배우고 소통하다, 개막인사와 선수단 선서 후의 세 번째 문화행사는 미래의 빛으로 구성되었다.
국제스포츠축제의 개회식에 참석하기는 1986년 서울 잠실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후 30여년만으로 그때의 기억은 많은 관중이 운집한 큰 행사인 것 말고는 희미하다. 만 명이 넘는 선수단의 규모, 행사에 동원된 방대한 인원, 첨단조명시설과 화려한 안무, 웅장한 음향설비와 섬광이 번쩍이는 불꽃놀이가 한데 어울린 3시간여의 현란한 개회식을 감동으로 지켜보며 이만큼 화려하게 준비하고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한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선수입장 때는 아제르바이잔, 솔로몬 제도, 부탄 등 은둔과 무명의 낯선 나라 젊은이들이 반갑고 브라질, 캐나다, 중국 등 땅덩어리가 큰 나라들이 비슷한 알파벳순에 따라 비슷한 시간에 들어서는 모습도 흥미롭다. 멘마지막에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늠름한 모습이 자랑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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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유니폼과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입장하는 선수단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환영인사에서 지구촌이 한데 어울린 축제를 공들여 준비하였으니 편안히 즐기시라 당부하였고 끌로드 루이 국제대학스포츠연맹회장은 개회인사를 통해 이처럼 큰 행사를 준비한 광주시와 시민들에게 감사하며 ‘사랑해요’ '만세'를 우리말로 크게 외치기도 하였다.
지역 언론이 묘사한 개회식의 모습은 이렇다.
‘3일 밤 광주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개회식 행사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빛으로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을 만들어 냈고 세계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빛이 저렇게 많은데 왜 세상은 여전히 어두울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졌다. 해답은 바로 ‘젊음’이었다. 온 세계 젊음이 함께 손을 잡고 젊음의 에너지와 생명력으로 모두가 함께 빛나는 미래를 만들자는 공감대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개회식 주제가 ‘U are Shining(젊음이 미래의 빛이다)’이었다.
이날 개회식 문화행사는 빛과 젊음, 문화가 어우러졌다. 젊음을 대표하는 그룹과 배우, 퍼포모 등 2164명이 3시간 20분 동안 젊음의 탄생과 만남, 미래의 날개 짓을 표현했다. 특히 주경기장은 세계의 젊음이 한데 어우러진 ‘마당놀이판’으로 꾸며져 눈길을 끌었다. 넓은 그라운드 양쪽으로는 양과 음을 상징하는 무대가 마련됐고, 그 중심에는 젊음의 가치와 교류를 상징한 대형 무대가 마련됐다. 중앙 그라운드 주변으로는 좌석이 마련돼 입장한 6000여명의 선수단이 서 있을 필요가 없이 좌석에 그대로 앉을 수 있게 했다. 선수단이 앉은 자리와 무대가 가까워 선수단은 공연자들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배치되면서 함께 교류하는 마당놀이판으로 형상화됐다. 이날 공연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영상 속에서도 사물놀이, 강강술래 등 우리 전통 민요와 조화를 이루는 등 마당놀이판으로 꾸며져 박수 갈채를 받았다.‘ (광주일보 2015. 7. 4)
저녁 10시, 성화가 최종주자들에 의하여 봉송, 점화되는 것으로 개회식이 끝나고 경기장 밖에서는 현란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이를 바라보며 퇴장하니 한꺼번에 돌아가는 인파로 경기장 주변도로가 꽉 막힌다. 인파에 밀려 30여분 걸어나와도 대중교통편이 연결되지 않는다. 내친 김에 집까지 걷기로,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반이 지났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충만, 어지러운 일상 속에서도 꿈과 열정, 성숙을 다지는 한여름 밤의 축제로 새 힘을 얻자.
* 집에 돌아와 TV로 개회식을 지켜 본 아내에게 말하였다. ‘방송으로 접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보는 것이 훨씬 좋으니 폐회식 때는 내 대신 경기장에 가시라.’
개회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하였다. 보도로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 자리 건너 앉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악수를 나누었으나 양당 대표와는 이조차 못하는 어색 한 분위기였다고. 축제에 내려온 김에 티타임이나 식사 자리 함께하며 꽉 막힌 정국을 타개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면 얼마나 좋으랴.
첫댓글 ^^U-대회개막식에 다녀오셨군요?? 부럽습니다.폐막식은 꼭 함께 다녀오세요.걸어서 폐막식까지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