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축제한마당' 이끄는 강신호 실행위원장
서울 한복판서 日 전통 춤… "두 나라 어울리는 자리에 中 함께하는 것 고려해볼 만"
오는 2~3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한·일 양국의 공연팀 80여명이 연주하고 춤추는 가운데, 실제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시와스 마쓰리'라는 일본 민속문화재 공연으로, 7세기 무렵 일본에 따로따로 도착한 백제 왕족 부자(父子)가 1년에 한 번 만나 벌이는 축제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이후 1300년 넘게 일본 땅에서 이어진 '시와스 마쓰리'가 2일 서울 복판에서 처음 공연된다. '제6회 한일축제한마당' 프로그램의 하나다.
"백제가 일본에 한자와 불교 같은 문화를 전했고, 일본도 백제 왕족의 축제를 내 것처럼 받아들였죠. 서로 돕고 나누고 친했던 '근린우호(近隣友好)'의 메시지가 이 시와스 마쓰리에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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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호‘한일축제한마당’실행위원장은 한·중·일의 협력과 상생을 강조했다.“ ‘이웃이 잘 돼야 도둑이 안 든다’는 옛말처럼 세 나라가 상생해야죠. 한일축제한마당에 중국을 참여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일입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한일축제한마당을 이끄는 사람은 전경련 회장을 지낸 동아제약 강신호(83) 회장이다. 한·일 양국 기업들이 후원하는 이 행사에 2년째 한국 측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해방 후 일본에서 신약 기술을 배워와 동아제약을 일으킨 그에게 '이웃과 잘 지내는 법'은 기업경영만큼이나 중요했다.
"두 나라 사이엔 해결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웃이 잘 돼야 우리도 잘 되는 시대 아닙니까. 서로 배우고 투자해 이익을 나누는 것이, 시기하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요. 그러니 일단 친해져야 합니다. 한일축제한마당은 그럴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죠."
'한일축제한마당'에서는 양국의 전통 공연이 다수 펼쳐진다. 국립국악원이 '대백제의 숨결'이란 제목으로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한누리연희단은 백제왕 부자(父子)를 사자춤으로 맞이해 한(恨)을 푸는 굿을 벌인다. 일본 측은 북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모리오카 산사오도리', 손으로 춤추며 거리를 걷는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를 준비했다. 한일우정골든벨, 가라오케대회, 스모대회 등 일반인이 참여하는 놀이도 많다. 작년에는 6만명의 시민이 서울광장에서 행사를 즐겼다. 강 회장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양국이 서로를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만큼 행사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일본에서 열리는 여러 경제·경영 세미나와 경제단체 교류행사에 자주 참석한다. 일본어에 능통하고, 10년 전부터는 매일 1시간씩 중국어도 공부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같은 한자문화권인 두 이웃을 주시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동아제약 직원 수첩에는 한자 2300개가 중국 간체자와 함께 실려 있다.
"한·중·일이 아시아의 주인이 돼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간 분쟁은 참 아쉬워요. 그럴 때 양국 간 핫라인이 가동돼 외교적 마찰 없이 해결했으면 어떨까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