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수양산 바라보며
성삼문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하노라
부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도 하는 것가
비록애 푸새엣 것인들 그 뉘 따에 낫거니
♣어구풀이
-수양산(首陽山) : 은나라 신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고사리 캐어
먹다가 굶어 죽었다는 중국 산서성(山西省)에 있는 산이름.
-이제(夷齊) : 백이와 숙제를 아울러 이른 말.
-한(恨)하노라 : 한탄한다.
-주려 : 굶주려
-죽을진들 : 죽을지언정
-채미(採薇)도 : 고사리를 캐는 일조차도
-하는 것가 : 하는 것인가? 한단 말인가?
-비록애 : 비록, ‘애’는 강세 접미사.
-푸새엣 : 푸새의. ‘푸새’는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란 들풀. ‘에’는
처소격 조사.
-뉘 : 누구의 ‘누’+‘이’의 축약형.
-따에 : 땅에
-낫거니 : 났더냐?
♣해설
초장 : 수양산 바라보며 수양산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다가 죽었다는
백이와 숙제의 형제를 한탄하노라.
중장 : 차라리 굶주려 죽을 지언정 고사리는 왜 먹었는가?
종장 : 비록 그것이 대수롭지 않은 풀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땅에서
났단 말인가?
♣감상
초장의 수양산(首陽山)은 백이·숙제 형제가 은거한 산이름이지만,
세조의 대군 때의 이름이 수양(首陽)이었으므로 이것은 중의적(重義的)
인 표현으로써 곧 세조를 가리킨 말이다. 아울러 중장의 ‘고사리’와 종
장의 ‘푸새’는 세조가 내리는 녹(祿)을 나타낸 것으로, 굶어 죽어도 세
조가 주는 녹은 먹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시조는 백이와 숙제가 은나라 신하이던 무왕(武王)이 은나라를
침략함을 반대하여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음을 개탄한
것으로, 작가 자신은 죽음으로써 의를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를 나타
낸 작품이다.
지은이는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고 왕위에 오
르자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김질의 배신으로 탄로나 형을 받게 되
었다. 이때 그의 집을 수색해 보았더니. 세조 등극 후에 받은 국록(國
祿)은 조금도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작가소개
성삼문(成三問, 1418~1456) : 자(字)는 근보(謹甫), 눌옹(訥翁), 호(號)는
매죽헌(梅竹軒). 조선조 단종 때의 충신, 학자,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
집현전 학자로서 글씨와 문장에 능하였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작에 음운(音韻)을 연구하기 위하여 요동에 귀향와 있던 명나라의 학자 황
찬(黃燦)을 세 번이나 찾아갔었다. 「동국정운(東國正韻)」 편찬에도 참여하
여 많은 공을 세웠다. 수양대군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정난공신(定難功臣)의
호를 내렸으나 성삼문만은 이를 수치로 여기고 잔치를 베풀지 않았다고
한다. 세조가 즉위하자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탄로되어 39세로 처형됨. 문
집에 「성근보집(成謹甫集)」이 있고 시조 2수가 전한다.
첫댓글 일편단심은 변하지 않으리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건필, 건승, 건강과
함께 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