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하면 영계 길선주(1869-1935)목사가 떠오른다. 새벽기도는 한국 교회에 이어온 소중한 자산이자 전통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조차도 힘든데 거기다가 기도까지? 라고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역사는 새벽에 일어났고 새벽을 살아간 사람들이 세상의 역사를 움직여갔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평전 중에 제목이 『새벽』인 책이 있다.
"그는 철저한 신앙인이었다. 감옥에서 죽을 고비를 맞이했을 때, 일본에서 납치되어 수장 당할 뻔 했을 때 그 앞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 죽음에서 건져 주셨다고 고백한다. 죽음의 고비에서 만난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에 그는 평생 예수님처럼 살기를 소망했다. 가난한 자들, 핍박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뚝심있게 펴 나갔다. 4대 의료보험제도가 그렇게 해서 정착되었다. 그의 재임 기간에는 사형 건수가 하나도 없었다. 우리나라를 찾아온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넉넉한 마음으로 품었다. 이렇게 소외자를 차별하지 않고 보호하는 정책을 폈던 것의 바탕에는 신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 종교와의 관계도 존중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 때 민정수석으로 김성재 목사가 청와대로 들어왔을 때에도 불교계에서 태끌을 걸지 않을 정도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오직 예수님만을 의지하면서 살았다라고 김하중 장관이 말한다"
『기도, 어떻게 해야 할까?』의 저자 이대희님은 새벽에 기도하는 사람은 달콤한 잠과 싸워 이긴 사람이라고 말한다. 전날 밤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욕구를 모두 이겨낸 사람이다.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자신의 삶의 초점을 새벽에 맞춘 사람이다. 『본문이 살아 있는 설교 』의 저자 권호 목사도 옥스퍼드 대학 재학시절부터 새벽과 저녁에 늘 기도했던 조지 휫필드 목사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성경을 읽으며 끊임없는 기도로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의 뜻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했다고 전한다.
또 한 사람의 새벽기도의 사람이 있으니 바로 동탄시온감리교회 하근수 목사다. 그의 책 『0점의 가치』는 새벽기도의 결과가 성도들의 삶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교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책이다.
"인간은 100점에 가치를 두지만, 하나님은 금이 간 인생이라도 가치를 두시는 분이다"
하근수 목사의 삶은 세상적인 측면에서는 0점에 불과했다. 푸주간의 아들로 초등학생 때부터 돼지를 도살하고 살과 내장을 발라내는 일들을 했으니 말이다. 소년 가장으로 어린 동생과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니 대학문 앞까지도 갈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교회를 다니면서 기도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새벽기도만이 살길이다! 라고 외치며 만나는 이들마다 동기를 부여하고 계신다. 지금의 동탄시온감리교회가 있기까지 새벽기도가 없었다면 하나님의 일하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 교인이 100% 새벽기도에 출석하는 21일간의 대장정은 어느새 교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동탄시온감리교회는 동탄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0점의 가치』를 읽기 전까지는 하근수 목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C채널 힐링토크 행복플러스 출연하기 전까지는 동탄시온감리교회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하근수 목사님을 직접 뵙고 나서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갔던 것은 책의 구절 구절이 곧 나의 얘기가 될 수 있겠다 싶은 공감이 밀려 왔기 때문이다. 나도 20대 초임교사 때부터 새벽기도를 다녔던 것 같다. 띄엄 띄엄 다니다가 3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아내와 함께 기필코 새벽기도를 쉬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 새벽기도 시간이 기다려진다. 뜨끈미지근하게 기도한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0점 인생이기에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고백한 하근수 목사의 고백이 곧 나의 고백이 되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뭐든지 순종하며 살아온 그의 삶의 족적을 따라가고 싶다. 사람은 마무리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한다. 나도 공감한다. 아무리 출중하고 탁월한 삶의 살았더라도 인생의 결말이 더럽고 추하다면 그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 없는 고난은 없다!"
고난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근수 목사님도 마찬가지였다. 피난민의 아들로 백령도에서 안면도로 내려와 정착을 했건만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먹여 살렸어야했으니 얼마나 인생이 고달프고 힘들었을까. 우리의 삶에 다가온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은 달라진다. 이유 없는 고난이 없듯이 고난이 곧 나를 단련시키는 도구라고 생각하며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고난을 이겨내게 하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 하루를 인내하며 살아간다면 켜켜이 새겨진 고난의 흔적이 아름다운 열매로 맺어질 것이다. 불평 불만만 늘어 놓으며 신세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고난에 맞서 기도하는 사람으로 변모해야 되지 않을까.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고난을 주신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근수 목사님처럼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고난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홀어머니와 셋방 살이를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으니 말이다. 절망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하나님의 존재, 기도의 비밀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직접 경험한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실재하심을 경험하는 일이다.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0점의 가치』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새벽기도다! 새벽에 만나주시는 하나님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