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보분석] 
미·러 미사일 방어망 배치 갈등 속 유럽은?
 폴란드·루마니아·
BMD(탄도미사일방어) 성격 놓고 시각차 체코·터키
미국은 체코·폴란드·루마니아·터키 등 유럽 동부지역에서 탄도미사일방어(BMD)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반발과 위협을 계속하는 한편 크고 작은 변수와 환경 변화에 따라 유럽 각국의 대응 또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대표적인 BMD 체계 중 하나인 SM-3 미사일이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모습. 미 해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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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럽 동부지역에서 탄도미사일방어(BMD)체계 구축을 추진한 나라는 체코·폴란드·루마니아·터키 등 4개국이다. BMD 구축과 관련,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는 미국이 BMD 구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과 러시아가 이에 대한 반발과 위협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두 나라가 BMD를 놓고 으르렁거리는 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크고 작은 변수(變數)와 환경 변화에 따라 유럽 각국의 대응 또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먼저 체코는 오바마 행정부 이후 달라진 미국의 정책에 불만을 갖게 됐고, 결국 미국에 등을 돌렸다. 지난 2006년 조시 부시 행정부가 동유럽 미사일방어망 추진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체코는 중부 및 동유럽 국가들의 반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환영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체코는 자국 내 미군 전력 배치는 양국관계를 돈독히 하는 기회가 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각국과의 관계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미국과 나토가 추진하는 안보전략에 체코가 일정 정도 공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정책 원안에서 후퇴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유럽형 단계·적응적 접근(EPAA)이라고 부르는 미사일방어 계획을 마련하면서 체코에 건설하려던 레이더 기지를 군사적 활용도가 떨어지는 위성정보분석센터로 대체하기로 했다.
체코는 미국이 원안대로 강행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지정학적·전략적 가치를 낮게 본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11년 체코는 미국이 주도하는 EPAA에서의 탈퇴를 결정했다.
폴란드도 미국 BMD 자산 배치를 적극 환영했다. 그러나 이러한 폴란드의 정책기조는 러시아의 노골적인 반발을 초래했다. 폴란드는 영토도 큰 데다 벨라루스·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지형상으로 보면 폴란드는 동쪽 러시아 진영과 서쪽의 독일·프랑스 등 서구 사이에 강력한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폴란드 인근 칼리닌그라드(러시아 영토)에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배치하며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폴란드 사례는 일부 세력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반대 논리로 활용된다. 사드 배치가 오히려 중국의 반발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폴란드는 단호했다. 폴란드는 미국의 BMD 자산을 배치하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과의 양자관계를 심화시키고, BMD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루마니아는 EPAA 계획에 따른 BMD 기지 제공과 관련해 미국과 장기간에 걸쳐 정치·군사적 수준의 논의를 진행했다. 2011년에 미국과 루마니아 간 BMD체계 배치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고,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78%의 찬성을 확보했으며, 국회에서도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
특이한 점은 배치지역 주민들의 찬성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루마니아는 미군이 흑해 연안기지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안보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것도 기지건설이 무난하게 진행된 요인이 되었다.
터키 사례는 특이하다. 터키는 EPAA의 일환으로 TPY-2 레이더 기지를 제공하는 등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사일방어 관련 접촉을 하고 있어 나토의 우려를 초래하고 있다. 터키는 기술이전 조건을 유리하게 해 중국의 미사일방어 장비를 구매하려고 한다.
유럽 각국은 BMD 기지 제공 협상과정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터키는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 접근하는 전략적 스탠스를 취했고, 체코는 BMD에 불참하는 결정도 불사했다. 탄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국가 간의 셈법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국방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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