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30]이미 와버린 봄
두 달만의 歸鄕에 기분이 새롭다. 봄이 완전히 동네와 우리집에 當到했음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Spring is at hand.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최고 45.3cm가 쌓였다던가), 날씨도 추운 겨울이 ‘마침내’지난 것이다. 좋은 일이긴 한데, 벌써 3월 1일, 역사적인 ‘삼일절’국경일이다. 두 달이 훌쩍, 세월이 참 빠르다. 정말 나이에 맞게 시속 70km로 내달리는 것일까. 봄비가 내리고 있다. 남부지역은 모레까지 내린다하고, 중부지역은 큰눈이 올 거라고 한다. 山川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는 곧 버들개지의 눈을 틔우고, 개나리 진달래도 꽃망울을 터트릴 채비를 하게 할 것이다.
개울가도 눈여겨 보고, 뒷산자락과 가족묘지에도 가봐야겠다. 봄을 ‘만끽’하는 것은 이 季節의 또다른 맛. 마을회관 앞 광장에 퇴비더미를 내려놓았다. 밭과 과수, 비닐하우스에 쓸 퇴비다. 가지치기도 해야 하고, 퇴비도 뿌려야 한다. 어딘가 漏水가 돼 다음달 수도요금이 엄청나게 나올 거라는 悲報에다 고칠 일이 심란해도, 움추렸던 기지개를 길게 펴고 봄 맞을 준비를 하자. 두 달 동안 人跡이 끊겼던 집안, 먼지를 털어내는 등 청소부터 해야 한다. 微物인 거미조차 사람이 안사느지 아는가, 집안 아무데나 줄을 친다. 본채와 사랑채 換氣부터 시키고, 방바닥을 쓸고 닦고, 마당의 잡초에 풀약도 뿌려야겠다. 괜히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마음이 바쁘다. 아무튼 봄이다. 봄. ‘봄보로 봄보로 봄봄, 봄보로 봄보로 봄!’콧노래라도 부르자. 이제 암울했던 우리 정치도 봄을 맞아 새로운 꿈을 꾸게 되지 않았는가. 이제,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잘못 뽑으면 어찌 된다는 것을 ‘영금’봤으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정치인들을) 바라봐야 한다(유권자들의 올바른 주권 행사)해 봄이지 않을까.
두 달 집을 비워놓은 까닭은, 초등 2학년인 손자와 겨울방학 두 달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사물의 개념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기초한자 320자’중 150여자를 붙잡아놓고 가르친 셈인데, 이것 또한 금방 까먹을 게 뻔하다. 그래도 내가 잘 가르쳐줄 수 있는 ‘漢字’라도 있어 다행이었다. 바둑도 가르치고 싶은데, 배울 게 많다며(합기도, 미술학원, 영어학원) 배우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데 어찌 하랴(나 닮아서 머리가 좋아 금세 익힐 것같은데. 흐흐). 한글전용도 좋지만,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인 이상, 최소한 300자는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는 게(3000자까지 바랄 것은 없어도 생활한자 1000자는 자유자재로 쓰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오랜 지론이다. 100자가 어딘가,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엊그제 학원차로 보내며 헤어지는데 왈칵 눈물이 나, 나도 어이없어 했다. 이제 하다하다 손자와 헤어지며 울다니? 한 세상 살아가는데, 왜 그렇게 울 일이 많은가, 쓴웃음도 지었다. 아무튼, 내일모레 개학, 3학년으로 올라가니 친구들도 사귀어 자전거도 타고 놀라고 하니까 “학원 다니고 그럴 시간이 있겠어?” 반문하는 손자는 왜 그렇게 정이 가는 것일까? 핏줄의 무서움이라니….
꽃샘추위가 며칠 만만찮을지언정 그까짓 거야 잠깐일 것이고, 봄이 확실히 온 것이다. 空氣부터가 확실히 다르다. 봄내음(냄새)을 맡지 못하면 촌놈이 아니다. 섬진강 매화백리길도 걸어봐야겠다. 남원 산동의 산수유도 여전하리라. 한번도 가보지 못한 진해 군항제, 올해는 꼭 가보리라. 아직은 마음이 젊은 때문인지 온몸이 근질근질, 들썩거린다. 봄처녀가 제 오시고 있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