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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런던살이를 했어요.
남편과 아이와 함께요.
런던 시내 한복판이라 할 수 있는 리젠트파크 옆구리에서 살았구요.
한국에 돌아와서 일상으로 복귀한지도 두어달 되어가는구만...
이거 병도,병도, 아주 큰 향수병이구만요.
런던살이 블로그 정리 중에 글을 쓰다가...
가을의 리젠트파크가 가보지 못한 8월, 9월, 10월, 11월...많이많이 궁금해져서요.
혹시 근처에 살고 계시거나 구경가시는 분들...
사진 올려주시면 안 되나요?
아아아........
지금도 눈을 감으면 아니, 눈만 감으면
리젠트파크가 떠오른다.
마음의 고향이 런던도 아닌데
왜 이렇게 콧날이 시큰해지며 아련한 향수에 젖는단 말인가.
우리집은 리젠트파크가 뒷마당이었던 Albany Street의 콜로세움테라스 1번.
계절과 상관없이 늘 푸른 그 잔디,
날 따라오며 피하는 얄궂은 다람쥐,
계절마다 색색이 피는 한국에서도 보는 꽃, 영국에서만 보는 꽃.
아무데나 햇볕이 나면 벌러덩 들어 눕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2월의 리젠트 파크>
멀리 보이는 쇠뜨기 모양의 BT타워. 퀸 메리스 가든으로 가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호수.
저 하늘의 구름...구름...구름을 보라.
그림 같다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꼭 저런 하늘이어야만이 감히 쓸 수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영국의 그 모질고 혹독하고 추운 날씨를 견디고
2월에도 피어있는 미친 장미. 장미들.
내가 제일 되고 싶었던 긴 나무의자.
이 공원을 사랑하는 나도 퀸메리스 가든의 나무 의자로 남고 싶었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엽서 속에 사람이 걸어갈 수도 있었다.
런던에 가보고도 리젠트파크를 가보지 못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불행이다.
<3월의 리젠트파크>
애기 엄마에게 제일 우선은 아들.
3월에도 여전히 추워서 두툼한 패딩옷을 입히고 데리고 나왔으나,
노랗게 흐드러진 수선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게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으니
저 유치한 빨강과 파랑의 패션도 노랑 수선화와 함께 어우러지니
그야 말로 유치찬연하구나!!!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예쁜 아들내미, 민준군.
소년, 소녀를 만났으니.
민준과 제니의 만남.
여러모로 대조가 된다.
비가시적 요소로는 성격이지만 가시적 요소로 얼굴 색하며, 눈 크기하며....
3월의 튜울립. 초봄부터 꽃이 끊이지 않는 날이 없다.
날 희롱하고 조롱하던 다람쥐. 가까이에서 과자를 날름 가져다가는 재빠르게 도망가서 먹고, 다시 날름 받으러 온다.
순간 포착이 어렵던 녀석.
<4월의 리젠트파크>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울컥하다.
가장 좋아하던 느티나무.
남들은 조금 햇볕이 들기만 해도 햇볕에 발랑발랑 드러눕건만
우리는 한국식으로 그늘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남편 시험 공부도 여기에서 했다지.
Woolworth에서 싼 값에 산 초록색 타탄 체크 폭닥한 느낌의 천 돗자리를
초록 잔디 위에 깔고 누우면
선명하고 단순하게 떠오르는 생각은
"여기가 천국이다."
나 잡아봐라...나 잡아봐라....
꽃길이 기차길이 되어서 칙칙폭폭 기차 놀이를 하는 아이들....
그 드넓은 호수에서 배를 타보지 않으면 또 그 맛이 안 나지.
서펀타인 호수보다 더 넓고, 더 멋진 경관을 맛볼 수 있으니 하이드 파크만이 배타기가 자랑은 아니다.
자, 자, 노를 저어서 희망의 나라로 가 보자구!!!!
<5월의 리젠트파크>
St. Andrew's Gate나 Chester Gate로 늘상 드나들던 곳.
오늘은 어느 길로 마음 속 길을 거닐어 볼까나.
영국식 정원을 지나서 걸어갈까.
두 개의 분수 옆으로는 길게 예쁘게 꾸며 놓은 영국식 정원이 있지.
나무들은 초록색 옷을 입은 근위병 처럼 마냥 줄지어 서 있고 말야.
민준이가 늘 타던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에서
Daily Icecream 하나 사서 들고 움직여 볼까나.
아침 일찍 문을 열자마자 커피를 시키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번번이 게으름을 부리던 그 가게에서 말야.
길게 이어진 그 길에는 큰 나무와
더 넓게 펼쳐진 잔디가 있지.
그 잔디에서 마냥 공을 차던 모습을 몇 번 떠올리면서 작은 문을 나서면
이제 정말 커다란 호수가 펼쳐지는 거야.
호수에는 온갖 물새를 볼 수 있어.
그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Queen Mary's Garden으로 가자.
장미.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평생에 한번 꼭 가봐야 할 곳.
어린왕자의 소혹성 B612호에 있다는
가시가 네 개밖에 없는 장미도
잘만 찾으면 찾을 수 있을 거야.
100개도 넘는 이름표를 단 장미꽃들은 흐드러지게 피고 있을 거다.
아빠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뿡뿡이 자전거를 타고 런던 최고 파크인 리젠트파크를 누비는 민준 군.
처음 비둘기를 보고 무서워하며 울더니 먹이를 던져줄 수 있게 가까워졌다.
런던 시내에서는 이제 영국인보다는 인도인이 많이 보인다. 이 사진에도 인도인이 있구먼.
돗자리 들고 자리 잡을 준비하는 민준 군. 언제나 함께하는 뿡뿡이 자전거
퀸메리스 가든에서....꽃보다 예쁜 제자 승희양과 함께. 민준이는 승희 누나랑 결혼한단다. 하하하.
날이 추워서인지 아직 활짝 피지는 못했다. 다만. 거기서 잎 곱고, 향 좋은 장미 한 송이 발견!
<6월의 리젠트파크>
여기까지는 장미와 아들 선물 세트.
6월에 런던에 들렀다면 반드시! 필히! 무슨 일이 있어도!
런던아이, 런던타워, 타워 브리지, 버킹검궁전, 피카딜리 서커스 다 접더라도 퀸 메리스 가든을 찾아갈 것!!!!!
런던에 와서 는 것은...
어디든 벌렁벌렁 누울 수 있다는 점.
돗자리를 깔고 누울 수도 있지만 벤치에도, 아주 좁은 벤치에도 틈만 나면 누울 수 있다.
이제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우리 아들.
엄마를 최대한 길~~~~~~~~게 찍어달라고 부탁하니 이렇게 길~~~~~~~~~게 찍어줬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풍경보다는 재미가 더 좋은 듯.
거의 매일 들르는 퀸 메리스 가든에 유모차를 눕혀 놓더니 환장한다.
엄마도 아무데서나 벌렁.
아들도 아무데서나 벌렁.
우리는 벌렁벌렁 가족.
아!
아직도 가슴이 뛰누나.
리젠트파크의 장미. 장미. 장미. 장미. 장미. 장미. 장미.
나를 미치게 하고.
나를 환장하게 하고.
이제 또 나를 눈물나게 하는 장미. 장미. 장미. 장미. 장미.
<7월의 리젠트파크>
나랑 민준이만큼 리젠트파크를 많이 찾은 한국인이 있을까 싶다.
것도 최단기간에.
7월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영국을 뜰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리 뒷마당, 리젠트파크를 두고 왔으니
내가 어떻게 잠을 자도 늘 리젠트파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을까나.
암만해도 나는 리젠트파크 논문이라도 써야 할 것 같다.
꽃을 가꾸는 사람들은 마음처럼 얼굴도 곱다. 정원사들이 철마다 꽃을 갈아주고, 손질을 한다.
그리고 낯선 동양인이 요란한 소리를 내는 뿡뿡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때마다 인사하고 손짓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잘 정원된 꽃밭을 보면 너무 인공적인 냄새가 나서 예쁜 줄 모르겠다고 배부른 소리를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정성만큼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나중에 여행을 가다 알게 된 아르누보의 본고장 낭시의 스타니슬라스 광장의 금장 문처럼 퀸 메리스 가든으로 들어가는 문은 화려하다. 여기 저기 금칠...
7월에 사람들이 득실될 즈음.
몇 개의 조각상을 가져다 놓았다.
서 있는 상, 누워 있는 상. 그리고 저 앞에 붉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조각인지 사람인지 한참 구분을 못해서 사진을 찍었으나 몇 분 뒤 사람으로 판명되어 남편과 내가 한참을 웃었다는...ㅋㅋㅋ
누워 있는 상에서 따라하는 아빠와 아들.
7월에는 꼭 openair theatre에서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볼 것을 강추한다.
라이온킹을 보고도 답답해 하던 민준이도
그 어려운 한 여름밤의 꿈 연극을 보면서는 잘 견뎠다.
여름밤의 냄새와 바람 소리와 배우들의 목소리
그리고 한 잔의 와인과 잊을 수 없는 밤을 만끽할 수 있다.
여기저기 의자에 앉아 보기.
의자는 돈을 받는다. 잠깐만 앉아서 사진만 찍었다. 누가 볼까 두려워 긴장한 엄마와 생각 없는 아들이.
연극을 감상하기 전 남는 시간에 우리는 또 돗자리를 깔고 하늘 바라보기를 했다.
천국이 따로 없다는 말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지.
하늘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첫댓글 와... 리젠트파크 요즘 너무 소홀히 대했는데...한번가봐야겠어요 집에서는 멀지만 매일 C2를 타고 그옆을 지나간답니다.^^
정겨운 버스 C2네요. 453번과 88번도 우리 아들이 아직도 이야기하는 번호에요. 비싸서 맨날 유모차만 끌고 다녔었는데도 기억하는 걸 보면 그 빨간 버스가 인상적인가 봐요. 한번 가시면 사진 부탁드려요. 가을의 리젠트파크가 정말 궁금해요.
오오- 사진도 예쁘고 너무 단란해 보이는 가족분들 정말 갑자기 리젠트 파크로 가고 싶네요ㅠ
감사해요. 꼭 리젠트 파크 들르시고 사진 좀 남겨주세요~~~~
전 4월에 갔었는데 장미피는 6월이 가장 예쁘다고 들었어요. 참 부지런하세요. 사진도 잘 정리하시구 ^^
부지런하다니(?) 감사합니다. 11월이 되어도 아직 런던 생활 정리를 못하고 있어요. ㅋㅋㅋ지독한 향수병이라서 정리하며 다시 빠져들고 있는 중이지요.
와아- 저 그 근처에서 공부할껀데 장미꽃 필무렵 꼭 가봐야 겠네요ㅋㅋ
장미꽃 필 무렵에 못 가시면 정말 아까워요. 한국 사람들에게는 왜 이 리젠트파크가 잘 안 알려졌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넓어서 그런가...쩝.
알바니 스트릿 사셨군요~ 전 바로 다음 스트릿이었는데....조깅하러 자주 갔었는데~ ^^: 이렇게 이쁘게 표현해주고 사랑해 주니깐 리젠트 파크가 더 새로워 보이네요!!! 굿 ~ 리젠트 파크에도 보트 타는 곳이있었나요? 몰랐어요. ㅎㅎㅎ 암튼..리젠트 파크 가줘야 겠네요. ㅋㅎ
가까이 사시는군요. 리젠트파크 사진 찍어 올려주시면 정말 감사드릴게요. 제 컴퓨터 바탕 화면도 퀸메리스 가든이구요. 눈만 감으면 아롱아롱 떠오른답니다. 있을 땐 몰랐는데...호수 있는 곳에 보트도 대여해 주지요. 거기 노천카페에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이 한국 사람이라고 아이스크림도 공짜로 주었었던 기억도 나네요.
간만에 사진다운 사진을 보네요....인물이 없는 사진은 웬지 정감이 가질 않아서리...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런던의 구름과 달리 멀리 보이지 않고 가깝게 보이는 것이 좋아보이고 .... .. ...월 별로 사진을 갖고 계신것 같네요....그러고 보니 여기 공원은 꽃들이 많고 아기자기 하면서도 그리 크지 않아서 좋았던것 같네요 ..조그만 폭포도 있었던것 같고,,,,공차고 놀기에도 좋고.....전 여기공원하면 폴란드 처자가 제게작업아닌 작업 걸려고 같이 갔던 기억이 ㅋㅋㅋㅋㅋ...햇살 맞어가며 낮잠 자고 했던 기억도 나고....
여기 공원이 그리 크지 않았나요? 음..저는 여기 처음 구경하는데 2박 3일(?) 걸렸는데요. 생각보다 무지 넓어요. 한번 찬찬히 돌아 구경해 보세요. ^^
잘 봤어요웃 저 얼마전에 케이블 방송에서 봤어요 한국에...그을쎄에 입김만으로도 장미 색이 변하는 걸 봤어요 빛+ 온도에 의해서도 꽃 색이 변하데요? 영국엔 있남유?
앗 어제 갔다 왔는데 지금 사진도 가지고 있는데 여기 컴퓨터가 업로드가 안되요... 안타까움... 런던 오기 전 영어 강사가 강추 한 곳이라 여기 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다녀 왔습니다. 정말 영국이 부럽더라구요. 이런 공원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ㅋㅋ 아무튼... 다음에 기회 된다면 어제 가을 전경이 듬뿍담긴 사진 올려 드리죠...
오~ 감사합니다. 정말 가을 전경 듬뿍 담김 사진 기대할게요. 눈에 좌삼삼 우삼삼 하답니다.
오호~~ 여기도 우리 제니 찬조 출연이군요^^ 내일 토요일이라 왠만하면 가서 사진 찍어 올리고 싶으나....머리 하러갈 계획이랍니다~~오늘 런던 날씨 너무 좋앗네요.유치원에서 애들 다 가든(원내)에 나가 밥 먹이고 거의 밖에서 놀앗어요~~지금 통화가능한데 집에 계십니까??전화할까요?
언니도 여기 있군요! 방가방가! 시간 잘 맞춰야 가능하겠네요. 저는 오늘 출근하는 날이걸랑요. 끝나고 전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시도할게요.
하늘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 말 정말 맘에 와닿아요~ 가족 사진 정말 이쁘고 보기 좋아요~~^-^
감사합니다. 서울에 오니 하늘을 볼 시간이 없네요. ㅠㅠ
정리된 글과 사진 잘봤습니다. 가족들과의 정겨운 모습 좋아 보여요. 여기 런던인데 리젠드파크 곧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