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에서 수족관을 확인하는 이유
지난해 제주에서 생활할 때 모 교수에게 전화를 받았다. 횟집에서 다금바리 회를 먹고 있는데 ‘서울에서 먹는 건 진짜 다금바리인가 아닌가’라는 논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전화했단다. 전화상으로 판별할 방법이 없으니 다음에 초대하면 상세히 알려주겠다며 마무리한 일이 있다.
횟집에 갈 때마다 활어의 신선도와 수족관 청결 상태 등을 확인한 후에 횟집을 선택한다. 제주도에서 포장 회를 사기 위해 시장을 방문했는데 수족관은 구문쟁이로 가득한데 직원은 다금바리를 싸게 판매한다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는 구문쟁이라고 말했더니, 직원은 다금바리라며 극구 부인했다. 확신에 찬 모습이 다금바리와 구문쟁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듯해서 설명하기를 포기하고 다른 횟집으로 발걸음을 옮긴 적이 있다. 수산물 판매 상인과 어부들도 유사하게 생긴 물고기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나 수족관에 구문쟁이만 있음에도 차림표에 다금바리로 돼 있으면 정황상 속여 파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다금바리라 불리는 물고기의 표준명은 자바리이고, 구문쟁이라 부르는 물고기는 능성어다. 실제 다금바리는 따로 있는데 남해안 어민들은 농어처럼 생겼다고 하여 펄농어라 한다. 다금바리(자바리)는 불규칙적인 줄무늬가 이마까지 이어져 있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돌출해 있다(삽화 아래쪽). 반면 구문쟁이(능성어)는 몸통 줄무늬가 규칙적이고 이마가 민무늬이며 위턱과 아래턱 길이가 일치한다(삽화 위쪽). 언뜻 보면 유사하게 생겼고, 60cm 이상 자라면 줄무늬가 옅어져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며칠 전 서울에서 횟집에 들렀다가 겪은 일이다. 수족관을 살피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수족관에 점성어가 수두룩한데 차림표에는 점성어 회가 없었다. 다른 어종으로 바꿔서 판매한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점성어의 표준명이 홍민어이고, 민어와 유사해서 속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회를 뜨면 선홍색 혈합육이 참돔과 비슷해 참돔 회로 둔갑하는 일도 있다. 메뉴판에 있는 물고기가 수족관에 없다면 해당 물고기가 소진됐거나 미처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수족관에는 해당 물고기가 많은데 차림표에 없다면 다른 이름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계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수족관과 차림표를 비교하며 횟감 고르는 방법을 게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댓글 반응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물고기한테 ‘네 이름이 뭐니’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 “물고기를 구별할 줄 알면 이미 전문가 수준이죠” 등의 답글이 줄줄이 달렸다.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분간할 수 없으니 횟감 고르는 방법을 가르쳐줘도 백약이 무효라는 말은 일면 타당하다. 해산물 분야에서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이 대중적인 물고기 정도는 구별할 줄 아는 것이다. 방어는 날씨가 쌀쌀해지면 방송 출연이 잦은 물고기다. 자주 접하다 보니 외형적으로 매우 유사한 방어와 부시리를 많은 사람들이 분간할 수 있게 됐다. 10여 년 전까지 수산시장 상인들조차 두 물고기를 가름하지 못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할 정도였다.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니 속이는 일도 없어졌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