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클로킹의 요소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
CPU는 일정한 클록(Clock)을 갖고 동작하는 반도체다. 클록은 반도체의 동작에서 중심 축 역할을 하며, 따라서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반도체 생산은 높은 정밀도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데, 겨우 몇 MHz 차이로 인해 정상적인 동
작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불량률을 '수율'이라고 부른다.
반도체 중에서도 매우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CPU는 언제나 설계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특히 처음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정해진 클록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몇 MHz 차이로 생산된 제품을 폐기해야 하고, 그 수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업체로서는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탄생한 것이 바로 여분 클록이다.
여분 클록이란 언제나 동일한 제품을 생산할 수는 없는 반도체 공정에서 단몇 MHz의 차이로 발생하는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제 정해진 클록 이상으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그 제품의 수율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초기
설계로 생산된 제품의 경우 불량률이 높기 때문에 이들 제품에는 여타 다른 제품에 비해서 매우 높은 여분 클록을 부여해 생산하게 되며, 이후 점차 공정이 안정화되고 불량률이 줄어들게 되면 여분 클록을 줄여나가게 된다. 즉, 오버클
로킹이란 바로 이 여분 클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모든 CPU가 오버클로킹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지, 제품에 따라 여분 클록이 높은 경우 성공할 확률이 높으며, 여분 클록이 낮은 경우 성공할 확률이 낮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CPU를 구입할 때 겉만 보고 그 제품이
여분 클록이 높은 제품인지 낮은 제품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CPU 의 경우 초기에 생산되는 제품은 오버클로킹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이 이미 공식화된 사실이다.
이외에 CPU의 발열량과 캐시의 성능도 오버클로킹의 성공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든 반도체는 일정한 온도 안에서 안정적인 동작을 하게끔 설계되어 있고, 일정한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비정상적으로 동작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캐시 또한 그 CPU의 클록에 맞는 제품을 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 캐시가 지원하는 클록 이상으로 오버클로킹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즉, 발열량이 낮고 캐시의 성능이 좋을수록 오버클로킹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여분 클록이 풍부하고 발열량이 낮으며 고성능 캐시가 장착되어 있는 CPU라 하더라도 언제나 오버클로킹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컴퓨터라는 것이 CPU 하나만으로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변기기의 결합으로 동작하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즉, 주변기기들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오버클로킹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으며, 자칫 잘못하면 하드웨어를 파손시키고 중요한 데이터를 잃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오버클러킹을 하면 분명히 성능이 올라간다. 이것이 전부라면 오버클러킹은 성능을 높이는 가장 실속 있는 방법이고, 지금쯤 널리 쓰이고 있을 것이다. 성능향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체감할 수 없고, 시스템만 불안정해진다. 속도가 빨라도 원하는 작업을 안정적으로 해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제는 오버클럭이라는 도박에서 손을 떼자.
시스템 속도인 FSB가 100MHz의 벽을 돌파한 1998년 이후 오버클러킹은 비용을 안 들이고 PC의 성능을 높이는 방법으로 자주 쓰여 왔다. 처음에는 성능을 높이는 수단이었지만 나중에는 PC를 다루는 실력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제조사와 공급업체에서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이것을 활용하기까지 했다. 과연 오버클러킹은 성능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고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작동속도 향상 예전만 못해
지난 몇 년 사이 프로세서의 작동 속도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펜티엄 프로세서가 등장한 1994년 이후 97년 말까지 4년여 동안 작동 속도가 100MHz 가량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97년 말에 비해 1GHz 이상 빠르다. 그렇지만 시스템버스는 크게 높아지지 않은 133MHz에 머물고 있다. 높은 작동 클럭은 멀티플라이어를 손봐 얻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버클러킹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와 지금의 오버클러킹으로 인한 성능 향상은 어느 정도일까? 처음에는 PCI 클럭에 영향을 미치는 정규 클럭이 두 가지였다. 따라서 시스템버스 60MHz를 66MHz로 오버클러킹해 PCI 정규 클럭을 높였고, 배율이 낮은 멀티플라이어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능 향상을 끌어낼 수 있었다. 현재의 프로세서는 최하 클럭이 700MHz에 이른다. 멀티플라이어는 8배수 이상이다. 오버클러킹을 하면 최고 300MHz에 이르기도 하지만 작동속도의 향상은 예전만 못하다. 프로세서의 작동 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시스템의 성능을 제한하는 요소가 많은데다 일반적인 작업에는 최저 클럭 프로세서의 절반 수준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능은 분명히 올라간다
오버클러킹을 하면 어느 정도 성능을 올릴 수 있을까? 대답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오버클러킹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시스템버스를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시스템버스를 그대로 둔 채 멀티플라이어를 높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멀티플라이어는 고정된 경우가 많아 시스템버스를 높이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멀티플라이어를 높이는 방법을 쓰면 오버클럭을 하면 정규 클럭으로 쓰는 프로세서와 똑같은 성능을 발휘한다. 오버클럭이 성공했을 경우다. 이것은 시스템에서 프로세서의 작동 속도를 강제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클럭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버스를 높이는 방식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시스템버스를 만져 성능을 올린 결과는 그래프와 같다. 실험 결과는 200MHz로 작동하는 멀티플라이어 12배수의 1.2GHz 애슬론 프로세서와 멀티플라이어 10배수의 1GHz 애슬론 프로세서를 240MHz로 움직이도록 오버클러킹한 것을 비교한 것이다. 실험 결과는 오버클러킹이 성공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모든 분야에서 오버클러킹한 애슬론이 앞선 것으로 나왔다. 프로세서의 작동 클럭이 같은데 어째서 오버클러킹한 것이 더 앞서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스템버스가 높아지면서 인터페이스가 허용한 클럭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AGP 버스로 공급되는 것이 정규클럭일 경우 100MHz에서 2/3인 66MHz로 인식된다. 하지만 120MHz로 공급되는 시스템에서는 80MHz가 된다. 높은 클럭이 허용된 만큼 그래픽카드가 더 빠르게 동작해 결과적으로 성능 향상을 가져온다. 시스템버스와 동기하는 PCI 장치에서도 같은 이유로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있다.
체감성능도 올라갈까?
그래프를 통해서 알 수 있듯 오버클러킹을 하면 분명히 성능이 올라간다. 이것이 전부라면 오버클러킹은 성능을 높이는 가장 실속 있는 방법이고, 지금쯤 널리 쓰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에는 현실적인 맹점이 있다. 수치가 올라간 것을 성능 향상과 결부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3D 게임인 퀘이크3에서의 성능 향상은 기본 해상도에서 8프레임 가량 된다. 총 130프레임에서 8프레임은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있는 양일까? 다른 결과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테스트에서 오버클러킹한 애슬론 프로세서가 앞서지만 성능차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 그렇다면 오버클러킹한 프로세서로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있을 분야는 분야일까? 프로세서를 혹사하면서 오랜 시간 연산을 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는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의 프로세서는 작동 클럭에 동기하는 L2 캐시를 내장하고 있다. 캐시는 낮을 경우 프로세서 작동 클럭의 1/3, 높을 때는 프로세서와 같은 클럭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프로세서 작동 클럭의 향상 여부는 내장된 캐시가 해당 클럭에서 정상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오버클러킹을 통해 L2 캐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L2 캐시가 없는 초기 셀러론 프로세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버클러킹을 통해 L2 캐시에 이상이 생기면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성능이 떨어지는데 그친다면 다행이다. 프로세서가 해당 클럭을 따라가지 못해 시그널의 오차가 생길 경우 연산에 실패한다. 연산작업이 복잡할수록,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프로세서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아도 다른 부분에서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오버클러킹된 비정규 클럭이 각 인터페이스에 인가되는 탓이다. 가장 민감한 것이 그래픽카드와 인터페이스 카드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기술력을 최대한 반영하기 때문에 현재의 작동 속도가 곧 최대 작동 속도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 AGP 클럭이 오버클러킹되어 인가된다면 당연히 최대 작동 속도를 넘어선다. 결과는 비정상적인 작동 혹은 시스템의 다운이다. 시그널 타이밍에 민감한 인터페이스 카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SCSI 인터페이스의 경우 정규 클럭이 넘어가는 것을 금기시할 정도로 예민하다. 전력에도 문제가 있다. 오버클러킹된 상태에서는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이것이 비정상적일 경우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력 공급이 불안전하면 당연히 시스템이 멈춘다. 결국 오버클러킹에 의한 결과는 우습게 되어 버린다. 성능향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체감할 수 없고, 불안정한 시스템을 쓰게 된다. 아무리 빨라도 원하는 작업을 안정적으로해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버클러킹은 운이다
이처럼 오버클러킹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따른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수는 시스템마다 다르다. 똑같은 제원으로 시스템을 꾸몄다고 해도 문제가 다르게 나타난다. 부품간의 편차 때문이다. 성능 향상을 목적으로 시작된 오버클러킹이 지금은 하드웨어를 다루는 사람의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변질되었다. 오버클러킹은 소위 말하는 파워유저의 상징이고, 실력을 재는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오버클러킹은 실력이 아니라 운이다. 모든 제품은 QA라 불리는 품질검사 과정을 거친다. 에를 들어 프로세서는 해당 클럭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거친다. 당연히 1GHz 프로세서는 1GHz라는 클럭에서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제조사는 이 사항을 보증한다. 그런데 같은 1GHz 프로세서라도 실제로 작동하는 한계가 다르다. 이를테면 1.1GHz까지 높여도 제조사가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안정된 제품이 있는가 하면, 1.01GHz부터 불안정해지는 제품도 있다. 분명히 전자의 성능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1.1GHz 제품이 없는 경우 두 제품 모두 1GHz짜리로 시중에 나온다. 둘 다 1GHz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전자를 산 사람은 1.1GHz로 오버클러킹해도 문제가 없고, 후자를 산 사람은 1GHz에 만족해야 한다. 1GHz까지만 안정되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프로세서를 1.1GHz로 만들어 쓴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는가. 오버클러킹의 한계가 똑같은 프로세서를 써도 마찬가지다. 정규클럭 이상에서 견디는 그래픽카드를 쓰는 경우라면 오버클러킹에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다. 오버클러킹이 잘되는 제품을 고르는 것도 실력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써 보기 전에는 어떤 것이 오버클러킹이 잘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프로세서의 경우 오버클러킹이 잘되는 제품번호가 있다지만 편차가 있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지만 버클러킹이 잘되는 제품을 구한다는 것은 결국 운이다.
비정상적인 환경은 책임지지 않는다
운이 좋다면 오버클러킹을 통해 안정된 상태에서 좋은 성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오버클러킹에 실패하거나 성공을 해도 나중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가령 작동 클럭이 1GHz인 비정규 클럭을 통해 1.2GHz로 오버클러킹해 쓰던 프로세서가 고장을 일으켰다고 하자. 이 경우 사용하는 동안 서서히 문제를 일으켜 망가져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오버클러킹을 한 당사자에게 있다. 프로세서를 생산한 측은 1GHz에 맞춘 것이므로 1GHz까지만 책임을 진다. 결국 오버클러킹은 컴퓨터를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다. 오버클러킹을 통해 줄어드는 수명이 업그레이드 주기보다 길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오버클러킹을 통한 수명 저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로 빠른 시스템을 원한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상식이다. 컴퓨터는 연산을 위한 장치로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 컴퓨터로의 가치가 있다. 따라서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체감할 수 없는 수치상의 성능향상을 위해 오버클러킹이라는 도박을 하기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안정적인 상태에서 쓰는 것이 현명하다. 이 간단한 상식을 잊고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