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 2019년 11월24일
별 그 녀 와 함께. 대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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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들~~
이렇게 행복할수가!
지난 주에 이미 전공과 졸업여행을 같은 곳으로 다녀 왔으면서 처음 온 것 마냥 즐기는 한 명의 그녀를 보면서
여행은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추억의 질감이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여행경비 일부를 학교에서 보태 주고 얼마인지 모르는 금액을 엄마가 지불했다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던 그녀는
<별그녀>의 여행 회비를 받아 체크하는 회장이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 까지 각자 열심히 월5만원씩 모아온 회비가 이렇게 큰 일을 해 내고 말았다.
누군가는 월급에서 일부를, 누군가는 엄마나 아빠가 큰 인심 쓰며 조건 하나씩 걸며 투척해준 경비들을 모아 온 것이다.
그걸 빼 먹지 않고 기억해 내며 툭툭 시크하게 회장 손에 쥐어 준 바로 그 정성들이다.
통장 만들어 부모님 손을 빌어 계좌이체 하게 하지 않고 굳이 매달 직접 현금으로 받아 모아 온 이유가 따로 있었다.
자신의 이름 아래에 매달 체크되며 변하는 숫자를 직접 확인하면서 희망이 쌓이는 희열을 느껴보게 하고 싶었다.
숫자의 의미를 알든 모르든 다른 회원들이 들여다 보며 미소짓는 그 모습을 모두가 함께 나누고자 함이었다.
자신이 소속된 사회 안에서의 소속감과 관계형성이라는 거창한 일이 이 사소한 일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얼마나 모아지겠냐며 월 회비의 금액을 정하는데 어마어마한 시간과 열정을 들여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던 <별그녀>들의 작년 그때 그 모습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게 울려온다.
자신의 마음에 안들고 힘듦을
요란한 마른기침과 반복되는 토악질로 표현하던
한 그녀가 있고,
내 눈에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인형이나 악세사리 가게를
들어갈 때 마다 한 보따리씩 포장 해 나오면서 행복한 비명을 마구마구 질러 대던 한 그녀도 있고,
이제 하루를 보냈는데 초저녁 부터 목이 잠겨 목소리가 안 난다며 귓속말을 하기 시작한 한 그녀도 있다.
니들은 바쁘냐? 나는 상관없다며 마이웨이를 걷는 한 그녀도 있다.
저 멀리 서 있는 개만 봐도 질겁을 하며 방향을 못잡고 내달리는 두명의 그녀들은 졸지에 내 몸에 붙은 팔 하나씩을 꼬집어 웅켜 잡으며 매달리곤 한다.
이 나라 개들은 유난히도 더 크고 털이 많다.
나도 개와 고양이를 매우 무서워 한다는 것을 여러 해 함께 해 온 우리 <별그녀>들은 다 알기에
나에게 의지해서 무서움을 덜어내려기 보다는
본인들과 같은 사정을 가진 내가 본인들에게 가장 진솔된 공감을 함께 한다는 위로를 얻기 위해 나에게로 덤벼드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부족한 우리끼리는 서로 기대기에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이 각양각색의 <별그녀>들에게 그녀들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는 사무실의 담당선생님이 이번 여행에서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다.
<별그녀>들 못지않은 에너지를 장전하고 있는 그녀는 내가 유일하게 기대는 언덕이다.
나와 그녀와 <별그녀>7명.
우리 이번 여행의 행운의 숫자는 9로 정했다.
밤10시가 다 되도록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던 <별그녀>들은 스린야시장에서 망고빙수를 첫날의 마지막 추억으로 남기고 정해진 숙소에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나와 함께 방을 배정 받은 그녀는 밤새 잠 안 잘 기새로 내내 렛잇고~~멜로디를 이어폰을 낀 채로 큰소리로 외쳐 대더니 불을 다 끄니 바로 코곯이를 시작했다.
애고! 잠자리 예민함에 천둥 같은 사운드가 더 해지니
내일, 아니 오늘 일정의 내 컨디션이 살짝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