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원정출산족은 무비자(ESTA) 시스템을 통해 입국하기 때문에 출산 예정일, 산후조리를 위한 체류 예상 기간 등을 정확히 계산해야 90일을 넘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계획 수립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경험자들의 수기나 산후조리원의 꼼꼼한 상담 등을 통해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다.
현재 LA를 중심으로 괌, 하와이 등 성업 중인 원정출산 산후조리원은 20여 개에 이른다.
한 원정출산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질문이다. 댓글만 무려 40여 개. 입국 심사관의 질문 스타일부터 의심을 받지 않는 행동까지 경험자들의 상세한 답변이 줄줄이 달려있다.
무사 통과를 위한 팁으로 ▶관광 일정을 미리 세워두고 답변할 것 ▶만삭이라 걱정이 되면 처음부터 라스베이거스나 하와이 등 관광지로 입국할 것 ▶수색에 대비해 짐가방에 육아 관련 물품이나 의료 서류 등을 넣지 말 것 ▶중국인 임신부는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항공 비용 절약을 위해 중국 국적기를 타지 말 것 등 각종 편법을 알리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 머무는 동안 인근에 출석할만한 한인교회를 묻는 질문도 눈에 띄었다.
A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 고객 중에는 입국 제지를 당한 임신부는 없었고 이미 인터넷 카페 등에 정보가 워낙 많기 때문에 산모들이 알아서 대비를 한다"며 "요즘은 반 이민 정책 탓인지 미국 본토의 입국심사가 강화된다는 소문에 아예 하와이, 사이판, 괌 등 미국령 관광지로 원정출산족이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기는 한 해에 약 4만 명 정도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미국 원정출산으로 출생한 한국 국적의 아이를 매해 5000명 정도로 추산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미국 내 출생자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수정헌법 14조의 내용 때문이다.
DHS 일레인 더크 디렉터는 "현재 미국에 입국하는 임신부를 아무런 이유없이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다만 원정출산 목적이 여러 정황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질 경우에는 당연히 돌려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DHS나 국토안보조사국(HSI) 등은 입국 규제보다는 원정출산 전용 산후조리원 급습 또는 브로커 단속 등을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 지난 9일 DHS는 단속팀을 구성해 LA카운티, 오렌지카운티 등 20여 곳 이상의 산후조리원 및 원정출산 전용 아파트를 급습, 10여 명을 체포한 바 있다.
더크 디렉터는 "원정출산(birth tourism)은 대개 중국인, 한국인이 많지만 최근 러시아 산모들도 급증하는 추세"라며 "DHS는 원정출산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한 제보와 정보들을 계속 입수하고 있기 때문에 불시 단속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달리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아일랜드, 인도, 호주 등은 원정출산으로 인한 시민권 취득을 금지한다.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최소 부모 중 한 명이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소유했을 때만 부분적으로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