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31]어느 ‘지역 단톡방’ 멤버들의 面面
어제 밤, 인근 마을에 사는 고교 동창친구가 우리 친구 12명을 단톡방을 처음 만들어 초대했다. 그 전날, 그 친구가 주최한 모임(형수 네 분 포함 13명 참석)에서 大醉해 혼났다며 다음부터는 술을 조심하고 단톡방을 통해 서로 安否를 묻고 지내자는 취지였다. 초대받은 친구들이 앞다퉈 歡迎과 激勵의 댓글을 달았다. “진즉 맹글었어야 헌디” “아무때고 콜만 해줘” “기대가 큼” “晩時之歎” “과음으로 죽었다 살아났음” “열심히 참석하겠음” 등등.
소위 ‘사랑방문학’을 앞세우는 글쟁이 친구가 ‘지역 단톡방’ 멤버들의 面面을 길게 정리 소개한 것이 加外의 수확일까. 방을 개설한 단톡방지기를 기쁘게 했을 것같다. 다음은 그 요지.
임실-남원지역 거주 친구들이 우선적으로 ‘회원’이랄 수 있으나, 멀리 광양과 전주의 한 친구도 포함돼 있다. 부부동반은 언제나 환영. 최소 분기별로 모여 友誼를 돈독히 하자는데 쉽게 合意했다. 서로 호스트(그날 모임의 돈을 낸다는 의미)를 하겠다고 다투는 것은 우리만의 美風良俗이라 하겠다. 앞으로 돌아가면서 순차적으로 낼 것이니, 그것 갖고 언쟁을 할 필요는 없을 듯.
임실 청웅에 사는 친구(호 淸溪)는 금융기관에서 정년퇴직한 후 산림 조성에 헌신, 대한민국 ‘살림왕’이자 나무박사가 되었다. 言辯이 참으로 뛰어나, 친구들을 울렸다 웃겼다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빅 마우스’가 따로 없지만, 유일한 흠이라면 ‘TMT(Too Much Talker)’라고나 할까? 언제는 찬샘마을 친구의 사랑방에서 보이스 피싱을 당한 실례를 설파하는데 두 시간도 짧게 흥미진진했다. 달포 전 모임에서는 60대 후반 친구들의 ‘잠자리 離婚’의 장단점을 어찌나 리얼하고 디테일하게 얘기하던지 우리를 몰입하게 했다.
한 친구 (호 南岳)는 痲醉 전문의 병원장인데, 우리의 ‘主治醫’로 봉사한 게 벌써 십수년이다. 말수도 적고 法 없이도 살 친구(전라도 말로 고진이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밥 먹다가도 달려가 仁術을 베푼다. 주말부부인지, 월말부부(주말 당직)인지 모르게 서울집을 20여년째 오르락내리락한다. 형수는 독실한 불교신자 보살이다. 노부모가 있는 친구를 비롯해 신세지지 않은 친구들이 거의 없다. 처방전 수납조차 하지 않아 친구들이 되레 불편할 정도다.
이름도 예쁜 ‘국평’ 마을에 사는 친구(호 素泉)는 지리산 천왕봉을 해마다 한두 번씩 올라 15회가 됐다던가. 중학교때 마라톤선수를 해서인지 체력이 정말 짱이다. 밭농사는 또 얼마나 잘 짓는지, 게다가 ‘소나무 분재왕’이다. 주말이장인 셈인데 집안에 배치한 100여개의 盆栽를 보면 찬탄이 절로 나온다. 대문앞에 아담한 공원을 만들어놓았다. 길다란 돌판을 둘러싸고 마시는 술 마시는 풍경은 조선시대 풍류남아들이 부럽지 않다.
남원 아영에 사는 ‘지리산 약초꾼’친구(호 古龍)는 친구들에게 나눠줄 약초와 차봉지가 창고에 그득하다. 그 마음씀씀이가 참으로 가상하다. 농번기에 대규모 포도농원을 하는 동생의 일손을 돕는데, 농한기에서 서울에서 친구들과 당구와 막걸리로 소일하는 영혼이 자유로운 남자다.
또한, 양띠여서 우리의 형뻘인, 운암 오지에서 유유자적하게 사는 稀姓의 친구(호 갈뫼)는 氷氏이다. 지황 등을 심고 구기자까지 넣은 '瓊玉膏'를 손수 만들어 만나는 친구들에게 그 비싼 보약을 선물하는 취미로 사는 듯하다.
남해에 독일마을이 있듯이, 남원 문화마을에 사는 서예가 친구(호 槿峯)는 평생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근무한 사람답지 않게 '隸書의 大家'이다. 대한민국서예대전에 특선도 한 30년 내공의 소유자. 古稀에 십자수의 명인인 형수와 부부전시회를 꿈꾸고 있다. 기대 만빵.
남원 송동에 사는 키 크고 묵직한 ‘상남자’ 친구(호 미정. 큰종진)는 마을이장도 지냈다. 뜻한 바 있어 큰회사 대표를 접고 고향을 내려와 농사짓는 재미에 쏘옥 빠졌다. 어릴 적 해본 가락이 있어서인지 농사일을 겁내지 않고 ‘일머리’도 있다.
고교 졸업 40년도 더 지나서야 얼굴을 선보인 친구(호 미정. 동영)는 시인아내와 고향에 소박한 집을 짓고 농사일, 악기 배우기에다 신앙생활에 바쁘다. 뒤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고교 국어선생을 했다는데, 無不通知처럼 지식과 지혜가 깊고도 넓어 우리를 연신 놀라게 한다. 최근 전통식 막걸리를 담그는데, 익기만 하면 곧장 초대하겠다는 반가운 뉴스를 던지고 표표히 사라졌다.
누가 봐도 ‘민중의 지팡이’로는 안보이는데, 정년퇴직을 했으 니, 직장생활 내내 마음앓이가 심했을 것같은 친구(호 秋山)는 말 그대로 ‘영국 紳士’다.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은 것을 보면 경찰출신이 맞긴 맞는 듯하다.
한 친구(호 友堂)는 멀리 光陽에서 암환자 전문병원 ‘바지사장’격으로 형수 보필에 바쁘다. 언제든 콜만 하면 달려오겠다는 잘 생긴 경찰출신. 산부인과 전문의인 형수와 금실이 따봉이다.
二重國籍을 가진 친구(호 休岩)를 아시는가? 얼마 전부터 임실 옥정호가 바라보이는 유일한 아파트가 그의 세컨하우스이다. 6개월은 휴스톤에서, 6개월은 운암에서 예쁜 형수와 旅行을 즐기며 ‘익어가는 노후의 삶’을 살고 있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1월엔 친구 5쌍이 LA로 달려가 미국 서부지역 여행 안내를 맡아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선선히 받아준 고마운 친구다.
마지막으로 알아주는 이 거의 없는데, ‘생활글 작가’를 自處하며 거의 날마다 日記처럼 시덥잖은 글을 써 공개하는 별종 인간(호 愚泉)이 있다. 그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라나 뭐라나, 꼴갑을 떤다. 그 친구 덕분에 義理의 고등학교 친구들의 끈끈한 情이 유지되는데 一助를 한다면 그것도 다행한 일일 터.
아무튼 3월 하고도 2일, 일요일 오후, 지역 단톡방이 개설되었으므로, 각자 서로의 面面이라도 제대로 알고 지내자는 의미로 자판을 두들기는 까닭이다. 에브리데이,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