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니나랑 폴이랑(cafe.daum.net/ninapaul)
글쓴이 : 니나 (tvpdlee@hanmail.net)
게시일 : 2002/07/26 07:47
2002년 6월 25일 화요일
<신랑의 일기>
알람이 울리는 바람에 새벽에 또 깼다...... 아구, 머리 아퍼....
그렇지, 오늘은 한국대 독일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구나......
니나는 예상했듯이 빛의 속도로 침대에서 뛰쳐나가 화다닥 나갈 준비를
마친다.......
평소에는 알람이 무색하도록 그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면서......
월드컵 맨날 했으면 니나는 지금쯤 올림픽도 나갔겠다........
무지 빠르다 .... 완존 육상선수다..... -_-
아니다, 멀티 플레이어다......
한 손으론 아침 먹으면서 한 손으론 머리 빗구 발로는 경기 녹화할 비디오
테이프 고르고 있다......
언제 그렸는지 양 쪽 볼엔 시뻘겋게 줄도 그었다......
인디안같다.... -_-
"녹화 똑바로 해, 알지?"
우씨, 협박이냐..... 부탁을 해도 들어줄까 말까인데......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어두침침한 새벽에 도깨비 그려진 빨간 옷 입은 인디언 모습을 보니
너무 무서워서 가만있었다.....
<니나의 일기>
역시 교회에 모였다......
우선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 체육관에서 보기로 했는데......
우와~ 새벽 기도에 이렇게 많이 온 거 첨봤다......다들 빨간옷
입었다..... 하나님이 아침부터 놀래시겄다..... -_-
새벽 기도 시간이랑 경기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오늘만 새벽 기도
시간을 옮겼다.....
목사님 말씀에 의하면 울 교회 40년 역사상 새벽 기도를 옮겨보긴
처음이란다...... 정말 대단한 월드컵이다.......
목사님께서 기도하시면서 울 선수들 부디 부상 없이 잘 싸우게 해달라고
하실 땐 가슴이 찡했다......
그동안 너무 강행군을 해서 반쪽이 된 선수들 얼굴이 마구 떠올라서리......
흑흑, 특히 종국군의 쾡하니 튀어나온 광대뼈.......
새벽잠을 설치며 본 게임, 울 교회 40년 역사에 이변을 만든 게임.......
그렇지만................... 이게 뭐여!!!!!! 결과는 너무 슬펐다.......
우씨, 월드컵에서 독일처럼 운좋은 팀은 첨봤다......
대진표도 엄청 좋은데다가 실력도 별로 뛰어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찌어찌
얼떨결에 계속 이기다니.....
그래도 울 선수들 정말 잘했다......
김태영의 어이없는 패스미스는 땅을 치고 싶게 억울하지만......
부러진 코뼈로 열심히 뛴 걸 생각하면 업어줘도 시원찮겠다.....
근데 독일 선수들은 왜케 키가 큰거야..... 농구나 할 것이지 웬 축구....?
몸직도 작은 이영표랑 이천수가 그 큰 키에 맞서 열심히 뛰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
독일의 장대같은 멀대들아, 그런 느낌 알어? 알어?
우리가 못해서 진 게 아니라 대등한 경기를 펼쳤는데도 한순간의
실수 땜에 게임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프지만......
요코하마까지 갈 것 없이 울 나라에서 3, 4위전 하구 끝내주는 축제로
마무리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신랑의 일기>
니나가 시무룩해서 돌아오는 걸 보니 한국이 졌나보다.....
오, 결국 폭풍이 몰아치는 것인가.......
"자갸..... 져, 졌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저 모습...... 양 볼에 그린 인디언이
무색하다......
어이구, 가엾은 우리 강아지 ......
망할넘의 독일 같으니......
미국하구 할 때도 보니까 빌빌대면서 정말 운좋게 이겼던데.....
골키퍼 빼면 정말 망짱 헛건데..... 운도 참 좋다......
니나랑 나란히 앉아 멕시코 방송을 틀었다..... 이젠 말 안해도 경기
끝나면 으례 보는 게 멕시코 방송이다....... -_-
근데 뉴스 스튜디오에 한국 사람들이 북이랑 악기를 들고 앉아 있다......
니나 말이 싸물노리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 네 명이 마구 악기를 두드리며 좋댄다.....
멕시코 방송이 완전히 한국 방송 됐다....... -_-
한국 사람들이 나가고 이번엔 브라질 사람들이 나왔다.......
우와, 브라질은 역시 화끈하다.....
쭉쭉빵빵 아가씨들이 비키니만 입고 나와서 엉덩이춤을 추고 있다.......
브라질이 독일을 확실하게 깨주기 바라는 맘이 막 생긴다
한편에서는 브라질 사람 몇 명이 로날디노 (한국말로 호나우디뉴) 이름을
외치고 있다......
근데 외치는 모습이 가관이다.....
"로~날디노!! 짝짝 짝 짝짝!!!! ......." -_-
니나가 그걸 보더니 마구 뒤집어지며 웃는다........
으허허허허~ 역시 니나는 단순하다.......
우리 San Fernando 럭비팀 응원도 앞으로 니나가 좋아하는 구호로 해야겠다....
"샌 퍼낸도!!! 짝짝 짝 짝짝!!!"
<니나의 일기>
쓰린 마음을 달래며 인터넷에 앉아 Time 웹사이트에 올라온 축구 전문가
들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는.... 당연히 카페 게시판으로.....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 울집 하루 일정은.....
신랑의 공포 --> 경기 관람 --> 니나의 발악 --> 멕시코 방송 -->
떡잔치 --> 인터넷 --> 카페 게시판............ 이 순서가 되겄다......
**********************
오늘도 역시 Time 에 올라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읽었습니다
우승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도 있구 지나간 게임에 대한
얘기, 심판에 관한 얘기 등등 많이 있는데 역시 제 눈엔 한국에
관한 얘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군요.......
우선 호주의 Robinson 이 한 말, Korean Lessons in Sporstmanship 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한국팬들이 한국팀이 졌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궁금했다는 군요......
팬들이 독일에게 진 것에 대해 무척 실망하는 표정이었지만 여전히
독일을 축하해 주었구 공중에서 찍은 화면을 보면 태극기와 함께
독일기를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이런 장면은 이태리나 스페인
에서는 보기 힘들 거라고 했습니다......
우승에 올라간 팀들은 old team (오랜 경력이 있는 팀, 잘 알려진 팀) 들
일지 모르지만 스포츠맨쉽은 the newbies (새롭게 뜨는 한국팀)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영국의 Elliott 은 한국이 왜 독일에게 졌는지를 분석해보았습니다......
이태리와 스페인도 이긴 한국이 왜 독일을 이기지 못했나?
아마 3주에 걸쳐 여섯 게임을 내리 뛴 한국팀이 결국 지쳤기 때문일
거랍니다.....
맞는 말이죠..... 울 선수들 정말 정신력으로 뛴거지, 왠만한 팀이면
골병 들어 누었을 겁니다.......
하지만 울 선수들의 체력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독일의 잘 짜여진
팀웍 때문이랍니다..... (왠지 기분 나쁜 팀웍이라는군요.... -_-
맞어, 맞어.....)
칸이라는 유능한 골키퍼가 있었구 82, 86, 90 년에 우승한 팀답게
경험이 많아서 언제 파울을 해야할지, 언제 상대가 파울을 하게
만드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구요.....
맞어요, 황선홍 선수 엉뚱하게 반칙 받는 거 보쇼.......
그리고 스페인과 이태리는 꼭 명심해두어야 할 것이, 독일은 한 골을
넣은 뒤에도 계속 적극적으로 뛴 것이 승리의 원인이랍니다......
그래, 스페인하구 이태리, 잘 들어둬라, 심판 얘기 그만하구.....
자기 친구가 월드컵이라는 서양 게임에서 이슬람계 터키가 이기면
좋을 거라구 브라질 대 터키 전에서 터키를 응원한다지만, 자기 생각엔
한국 덕분에 월드컵은 더 이상 서양 게임이 아니랍니다......
거럼, 거럼..... 이 아저씨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 많이 하시네요.....
스페인의 Ghosh 도 위의 말에 동의하면서 독일이 끝까지 적극적인
공격으로 한국 수비수들을 바쁘게 한 것이 승리를 가져왔다구 합니다.....
아, 이제 울 나라는 유명해진게야.......
더이상 후반전에 깜짝쇼를 할 수 없게 된 게야........
이태리나, 스페인, 독일같은 축구 강국도 악착같이 달라붙어야만 겨우
이길 수 있게 된 게야.......
스페인의 Zaldua 는 도데체 이따우 심판들이 어디서 나타난 거냐면서
한국-스페인전 같은 경우는 도데체 이해할 수가 없다구 썼네요......
미국의 Saporito 가 하는 말......
심판이 실수를 하는건 언제나 있는 일이니까 말할 가치가 없답니다.....
스페인과 이태리 선수들이 경기운영을 잘하지 못한 것은 심판이 아니라
코치한테 잘못이 있다는군요..... 패날티 얻어내려구 축구를 하는 것
같다며..... 흐흐흐.....
그리구 스페인의 Ghosh 가 다시 말합니다......
심판의 국적은 문제가 될 것 없다구 하네요.....
아이러니칼하게도 월드컵 최악의 심판은 독일 대 카메룬 경기 후
집으로 쫒겨간 (정말로 Sent home 이었답니다..... -_-)
스페인의 Lopez Nieto 심판이랍니다.......
그리구 아마도 유럽 녀석들이 남미의 작은 나라 심판들은 실력도 없이
게임을 망쳤다구 무시하나 본데.....
무슨 이따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담?
Ghosh 말로는 이태리 대 크로티아 전에서 이태리가 얻은 두 골을 무효화
시킨 심판을 생각해보라면서 그 심판이야말로 영국에서 최고의 심판으로
알려진 Graham Poll 이었다구 말합니다.......
유럽 심판이라구 해서 작은 나라 심판보다 잘 하는 거 아니라구......
아니, 그러고보니 이태리랑 스페인, 이거 정말 웃긴 넘들이쟎아......
남미 심판이라구 무시를 하다니?
이번 월드컵 땜에 전 남미 계열사람들이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특히 LA의 멕시코 방송 보면서 그 사람들이 한국 응원해주면 너무
기쁘더라구요.......
독일전도 한국 방송 대신 멕시코 방송 걸 녹화했는데 안정환 선수
인터뷰, 히딩크 감독 인터뷰 보여주고........ 스페인전 이후 울 선수들
뒤풀이도 보여주고.......
언제 구했는지 안정환 선수 결혼식 비디오까지...... -_-
서울의 지하철도 나오더군요...... 한국 신문은 저번처럼 당연히
들고 나왔구요..... 이번에 중앙일보를 들고 나왔데요.......
서반어는 못하지만 앵커가 계속 imprecional! 할 때는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압권은..... 독일전이 끝난 후였습니다.........
방송국 스튜디오에 사물놀이패를 불렀더군요....... -_-
사물놀이를 한바탕 보여주더니 한국 아저씨보고 한국말로 아무말이나
하라니까 한국 아저씨가 마구 감격한 목소리로 "우리 동포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하며 한동안 교장 선생님 같은 일장연설을..... -_-
월드컵 뉴스 끝나구 아침 뉴스하는데 아니 앵커들이 모두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일기 예보도 LA 한인타운 날씨부터 해주고......
이놈의 한국 인기는 도데체 수그러들줄을 모르니....... -_-
독일전에서 진 게 심판때문이라는 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린
그러지 말았음 좋겠습니다........
떠든다구 결과가 바뀌는 것도 아니구, 이렇게 외국에서 울 나라
칭찬 많이 해주는데 먹칠할 필요는 없쟎아요.......
주최국답게 다른 나라의 승리를 기뻐해 주는 울 나라가 되면 저같은
해외 동포들은 점점 더 우쭐해지는 거 아시죠...........? ^^
-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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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0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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