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난 해.
교민 송년회에서 합창 한 번 해 보자며...
얼떨결에 시작한 모임이...
뜨거운 박수를 많이 받으매...
그 뜻을 받들어 이어가고자...
지난 해에 들어 꽃이 피고 만물이 소생하는 춘삼월에
새롭게 만들어진 오를레오 합창단.
전문적으로 공부한 이 없지만...
음정 박자가 정확한 타고난 분을 모시고...
대단한 울림통(!)을 간직한 베이스 동지가 나타나시고...
꾀꼬리 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소프라노가 출현하시고...
음악적 유전자가 매우 우수한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시니...
노래보단 이쁜 단원들 보시러 나오시는 분도 계실까?
무엇보다 반주자님을 어렵게 찾아 모셔서...
소리만 지르면 합창인줄 아는 사람도...
째지는 목소리를 가진 수수[叔叔]도.
뭘 하는지 자꾸 박자를 놓치는 아줌마와...
목에 힘을 잔뜩 주는 소화자[小伙子]도...
넑거서 볼품이 없는 따예[大爺]도 있던가?
들키믄 으쩐디야! 소릴 못내는 이도 끼어있고...
소리내기보단 다리 흔들기를 잘하는 꾸냥「姑娘」은 읎지만...
밥 해 놓고, 헐레벌떡 뛰어 나오시고...
바쁜 와중에 서둘러 일 마치고 나오고...
칭다오 생활이 무료하다며 나오시고...
해 떨어지면 생각나는 것이 있어 나오시는 분도 있던가?
여러님들과 어울림이 좋아 나오시는 분도 계시고...
이렇게 우리들의 꾸밈없는 이웃들이
하나 둘 셋 스물이 넘게 모여서...
몸이 뚱뚱한 천수 형은 절기를 꿔고 있어 때를 알고...
수줍을 많이 타는 선분이도 시집가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아랫마을 병준이는 지게를 걸줄 몰라도 힘이 좋아 지게질은 잘하고...
웃말 사는 종천이는 소는 못 부려도 경운기는 잘 몰고...
늘 돌아만 다니는 만덕이 아버지도 망종 때 보리를 베고 모를 낼 줄 알고...
건너말 진영이는 얼마나 부지런한지 짓는 농사가 늘 풍년이고..
우리 주위의 이런 가까운 이웃들이 모여 즐겁게...
만수 형은 고구마 농사를 잘 짓고...
웃말 선애는 산 나물을 잘 뜯어 오고...
아랫말 용철이 엄마는 부침개를 잘 하고...
건너말 개똥이 엄마는 입담이 좋아 소문이 빠르고...
종문이 아버지는 동내 경조사에 나서 잘 치러주고...
흥이 많은 영철이는 늘 콧노래를 부르며 다니네.
이렇게... 누구나가 한 가지 재주를 타고나니...!!
설 대를 나오지 않았어도 때가 되면 모를 낼 줄 알고...
매주 화요일을 잊지 않고 나오면 되고...
미국을 가 본 적이 없어 영어를 못해도...
소리를 내는 통만 있으면 되고...
단에 아는 친구가 없어 서먹하시다면...
나오면 나와 있는 친구들을 사귀면 되고...
이와같이 서로 다른 우리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니...
꾀꼬리 같이 고운소리.
날카로운 찢어지는 소리.
돌 같이 무겁게 가라앉은 소리.
이 소리 저 소리가 모여 어울리며..
만날 때마다 즐기다 보면...
하루 이틀 세 번 네 번 다듬으며 즐기다보면...
누구나 듣고 놀라는 아름다운 노래간 된다고...
일 주일에 딱 한 번. 매 주 화요일 저녁 6시 반.
때로는 저녁밥도 못 먹고...
순대, 떡볶기로 배를 채우며...
빠오롱[寶龍] 광장의 연습실에 모여
아아아... 예예예... 니니니...!!
부지런히 목을 다듬으면서...
우리들은 즐거운 나날을 만들어 간다.
이런 모임이 오를레오 합창단이니...
해 떨어지면 뭘 하나 걱정마시고...
늦은 밤 이슬 맞으며 돌아다니지 마시고...
한 주에 한 번 쯤은 나를 위하여...
나를 반겨주는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빠오롱에 오시면 스물 몇 명의 친구들이 모두 반갑게
뛰어나와 당신을 반갑게 맞을 것이라오.
능수버들 대동강과 절색의 기생이 함께하는
평양감사 자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 하지만...
각박한 외국 생활에
조그만 활력을 넣어...
몸을 지키고 즐거운 칭다오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면...
망설이지도 눈치를 볼 것도 없이...
화요일에는 빠오롱의 오를레오로 오이소.
하시라도...
이름같이 넉넉하신 큰맘님이 기다리네.
띠엔화는 요빠류 류링알쓰 요지우요싼이고...
아침나절 바쁘시니 해가 높이 뜬 다음에 전화주소.
칭다오 교민이시라면 누구라도
지난 일을 묻거나 따지지 않고...
환영 환영 대 환영!!
[[ 지난 해 가을 음악회]]
[[송년 음악회]]
탱이.
첫댓글 참 좋으네요.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고...대영솔님. 감사는 저희가 드려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