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내 고향 풍경, 왜 그랬을까

[기원섭]

문경, 내 고향 풍경,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내 요즘 들어 그렇게 지난날을 되짚어볼 때가 있다.

그 끝에 내 꼭 껄껄껄 하는 후회를 한다.

곧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뒤늦은 깨우침이다.

고향을 같이 하는 지연(地緣)의 관계에서도 있고, 학교를 같이 다닌 학연(學緣)의 관계에서도 있고, 한 집안으로 피를 같이 나눈 혈연(血緣)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깨우침이 있다.

그 모두가 내가 옳다는 독선에서 비롯된 잘못된 처신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가장인 내게 부양의 책임이 있는 아내와 두 아들로 이루어진 우리 가정에서 내 처신이다.

집을 늘려가는 것이 옳다 하고, 부동산 투기 붐을 따라 숱하게 이사를 다닌 것이 그렇고, 남보다 앞서 배우는 것이 옳다 하고, 두 아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천자문(千字文)에 논술을 가르친 것이 그렇다.

특히 천자문과 논술은 모질게 가르쳤다.

천자문은 하루에 넉 자씩 누계로 가르쳐서 1년 만에 다 떼게 했었고, 논술은 매주 월요일에 과제를 하나씩 주어서 주말까지 써내게 해서는 아비인 나의 채점을 통과해야 그 주말을 놀 수 있게 했었다.

물론 훗날 학업적인 성취는 이룰 수 있었지만, 두 아들의 어린 시절은 질곡 같은 세월이었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 참으로 후회스러운 세월이었다.

아비로서 두 아들에게 후회스러운 처신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먹는 것까지 간섭했다.

특히 중국집에서의 내 처신은 극에 달했다.

“당신은 짬뽕, 맏이는 짜장면, 막내는 우동, 나는 볶음밥 곱빼기다.”

내 그렇게 각자의 메뉴를 일방적으로 정해버리기 일쑤였다.

당연히 불만이 튀어나오기 마련이었다.

각자 따로 먹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불만을, 내 이 한마디로 짓눌렀었다.

“옆에서 얻어먹어!”

각자의 입맛에 맞춰 주문하느라 시간을 끄는 그 상황이 못마땅해서 그렇게 윽박지르는 주문을 한 것이다.

그리고 곱빼기로 주문한 내 볶음밥이 최후의 보루였다.

다른 음식도 먹고 싶어 하는 가족들을 위해, 어차피 나눠줄 요량에서 주문한 곱빼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늘 그렇게 획일적 주문을 한 것은 아니다.

내 주머니사정이 좀 괜찮다 싶으면, 양장피라든가 탕수육이라든가 고추잡채라든가 해서, 별미의 요리를 추가 주문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돌이켜 참으로 후회스러운 세월이다.

왜 그랬을까 싶다.

빗길을 계속 걸었다.

오전 11시 40분쯤에 천주교 문경성당 외어공소 앞길을 지나고 있었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이곳 마성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살았다는 이정인 친구가 그 얼굴의 주인공이었다.

천주교 신도여서도 그 친구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 친구의 불운한 세월을 생각해서도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성당 신부를 꿈꿨던 형님을 까마득한 옛날에 잃었다면서 슬퍼하던 친구였고, 고향 지킴이처럼 살아온 큰 누님을 몇 해 전에 잃었다고 슬퍼하던 친구였고, 또 몇 해 전에는 수녀로 살아오신 작은 누님을 잃었다고 슬퍼하던 친구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친구는 슬프다.

긴긴 세월을 병마와 악착같이 붙어 싸우는 아내를 도와서, 그 싸움에서 이기도록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그 앞에 눈에 번쩍 띄는 풍경이 하나 있었다.

‘성화루’라는 중국집이었다.

그 간판만 봤는데도, 내 생각의 날개가 활짝 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벌써 지난날 그 후회스러운 추억의 세계로 날고 있었다.

[김창현]

그 친구, 온 가족이 성당과 인연이 깊구나!
세월은 자꾸자꾸 가고 있고...

그 집에 간짜장은 없는가?
하긴 짜장이나 간짜장이나 우동이나 가리지 않고 면을 좋아하지만.
이 밤중에도 입에 침이 도네.